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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개 부처서 289개 복지사업 … 담당 공무원도 헷갈린다

중앙일보 2011.12.06 03:00 종합 4면 지면보기
기초생활수급자 지현숙(57·서울 동작구)씨는 추운 겨울을 전기담요로 견디고 있다. 보일러는 고장 났고, 벽에선 빗물이 샌다. [강정현 기자]


“일자리 주선하는 고용센터와 체불 임금 관련 센터가 왜 달라야 하나요.”

복지 혼란, 현장서 해법 찾다 <중> 중복 또 중복
복지 창구 제각각 … 서비스 찾기 미로



 지난달 중순 서울 중구 장교동 서울고용센터를 나서던 문모(44·서울 연남동)씨는 화가 나 이렇게 말했다. 문씨는 회사 경영이 어려워져 석 달 전 해고됐다. 이날 체불 임금과 퇴직금(2000만원) 때문에 이곳을 찾았다. 여기가 회사 관할이다. 문씨는 그전에는 집 근처인 서울서부고용센터에 갔다. 거기서 실업급여를 받고 일자리 알선을 받고 있다. 이를 위해 세무서에서 관련 서류를, 회사에서 경력증명서를 떼 서부고용센터에 제출했다. 건강보험은 직장인 아내가 별도로 문씨를 피부양자로 올렸다.



 문씨를 더 화나게 한 것은 따로 있다. 아내 수입(월 100만원)만으로 딸(고2)을 학원에 보낼 형편이 못 돼 도움을 받을 만한 데가 필요했다. 인터넷을 뒤져 서강대 학생들이 실직자 자녀를 위해 무료 수학 강의를 한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문씨는 “고용지원센터와 구청에 문의했지만 이런 정보를 듣지 못했다”고 말했다.



 복지 예산이 해마다 9%가량 늘고 있지만 시민들이 찾는 복지 창구는 이렇게 돌아가고 있다. 돈이 제대로 전달되지 않아 복지 확대를 체감하지 못한다. 중앙부처가 수행하는 복지사업이 289개에 달하는 데다 장수수당·출산축하금 등 지자체 사업이 많아 공무원들도 잘 모를 정도다. 서울 종로구청의 한 복지전담 공무원은 “(보건복지부 외) 다른 부처에서 하는 사업은 사실 잘 모른다”고 말했다.



 복지사업은 16개 중앙부처가 생산한다. 생산자가 다르다 보니 집행 창구도 10군데가 넘는다. 기초수급자·장애인 등의 서비스는 주민센터·구청을, 실직자·구인 서비스 등은 고용지원센터를, 임대주택은 한국토지주택공사(LH)를 찾아야 한다. 심지어 근로장려세제(EITC) 혜택을 보려면 세무서에 가야 한다. 일하는 것을 조건으로 생계비를 받는 조건부 기초수급자 관리도 이원화돼 있다. 근로능력이 우수하다고 판단되면 고용노동부로, 그렇지 않으면 복지부가 관리하는 식으로 분담하지만 그 차이가 명확하지 않다.



 가장 큰 문제는 생계 지원과 일자리 알선이 따로 노는 점이다. 구청에서 일자리 알선을 하지만 관내에 한정된 경우가 많아 실효성이 높지 않다. 고용지원센터에서 실업급여가 끊기면 어떤 지원을 받을 수 있는지 알려주지도 않는다.



 공공부문과 민간 복지가 연계되지 않아 서비스 질도 떨어진다. 서울 동작구 기초생활수급자 지현숙(57·여)씨는 요즘 차디찬 방에서 겨울을 맞고 있다. 보일러가 고장 났기 때문이다. 소파 위에 전기담요를 깔고 겨우 견딘다. 뇌종양 수술 후유증으로 몸이 불편한 데다 공사비를 구할 방법이 없어서다. 올 초 용기를 내 주민센터에 물어봤지만 “집주인에게 수리해 달라고 하라”는 말만 들었다. 지씨는 민간 봉사단체를 겨우 찾아 천장 누수만 해결했다. 서울 강서구 발산동 주민센터 김연숙 복지담당자는 “민간 복지 서비스 정보는 안내 책자를 보내온 곳 위주로 관리하기 때문에 모르는 게 많다”고 말했다.



 올 3월 복지부에서 자녀 교육비를 지원받은 박모(60)씨는 5월 사회복지공동모금회에서 생계비 지원을 또 받았다. 박씨처럼 복지부와 모금회에서 이중으로 현금 지원을 받다가 적발된 사람이 49명이다.



특별취재팀=신성식 선임기자, 이찬호·김상진·홍권삼·황선윤·김방현·신진호·유지호·박수련·박유미·최모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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