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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관 만들자, 6억 모은 홍동면 사람들

중앙일보 2011.12.06 01:43 종합 27면 지면보기
4일 오후 충남 홍성군 홍동면 운월리 ‘밝맑도서관’에서 이 마을 어린이들이 책을 보고 있다. 현재 이 도서관에는 3개 층에 걸쳐 2만여 권의 책이 있다. [김성태 프리랜서]


충남 홍성군 홍동면 운월리. 논과 밭, 야산으로 둘러싸인 전형적인 농촌이다. 이 마을 한복판에 최근 도서관이 문을 열었다. 운월리 갓골어린이집 옆 1500㎡의 터에 자리잡은 3층 규모(472㎡)의 목조 건물이다.



 4일 오후 도서관을 찾았다. 이 마을 초등학생 10여 명이 도서관 내 어린이 책방(30㎡)에서 책을 읽고 있다. 바로 옆 세미나실(10㎡)에서는 주민 5∼6명이 내년도 영농계획 등에 대해 토론을 했다. 도서관 건물과 앞마당은 회랑(回廊)으로 이어진다. 회랑은 마을 주민들이 행사 공간으로 활용한다.



 도서관 사업이 활성화하면서 농촌마을에도 소규모 도서관이 들어서고 있다. 이들 도서관은 대부분 지자체나 시민단체 등이 지어주는 것이다. 하지만 홍동면 운월리 마을 도서관의 경우 사정이 다르다.



 이곳 도서관은 홍동면(주민 3700여 명) 팔괘리에 있는 풀무농업고등기술학교(일명 풀무학교) 홍순명(76) 교장과 마을 주민들이 기금을 모아 설립했다. 1958년 개교한 풀무학교는 입시교육이 아닌 주로 유기농 농업 등을 가르치는 대안학교다. 풀무학교 출신들이 이 마을에 친환경 유기농법을 보급했다. 1992년부터 전국 처음으로 오리농법을 시작하기도 했다. 홍 교장은 “농촌마을 공동체 형성을 위해서는 도서관이 꼭 필요하다”고 말했다. 단순히 책만 읽는 공간에서 벗어나 마을 사랑방 역할까지 하도록 도서관의 기능을 다양화해야 한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5년 전 홍 교장은 주민들과 함께 도서관 건립 기금 모금을 시작했다. 100원짜리 동전으로 3만원까지 채울 수 있는 돼지저금통 500개를 집집마다 돌렸다. 도서관 설립 취지를 설명하고 동참을 호소했다. 홍 교장은 전국의 지인들에게도 도서관 건립 계획을 알렸다. 이 결과 227명이 참여했다. 이 가운데 70%는 마을 주민이다. 모금 액은 총 6억7000만원. 이 중 4억7000여 만원은 동전 몇 푼을 낸 초등학생 등 주민들이 모았다. 나머지는 홍 교장과 홍 교장의 지인들이 각각 1억원씩 냈다. 주민들은 이 기금에 홍성군 지원금 1억원을 보태 도서관을 지었다. 2009년 12월 착공해 올해 10월 말 문을 열었다. 도서관 이름은 풀무학교 설립자이자 독립운동가인 이찬갑(1904∼1974) 선생의 호를 따 ‘밝맑 도서관’으로 지었다.



 도서관에는 2만여 권의 책이 있다. 기금으로 구입한 것도 있지만 기탁한 도서가 절반을 넘는다. 1층에는 교양도서, 2층에는 역사·국어, 3층에는 교육 서적이 빼곡히 차 있다. 홍 교장은 “10만권의 책을 보유하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도서관은 주민들이 자원봉사 형태로 운영한다. 1주일에 한번 정도 유명인사를 초청해 강연회를 갖는다. 또 마을 잔치 등 주요 행사는 도서관에서 치른다.



김방현 기자





◆밝맑 이찬갑(사진)=1958년 홍성에 풀무농업기술학교를 설립한 농민운동가이자 독립운동가로 1904년 평북 정주에서 태어났다. ‘밝맑’이라는 호는 밝고 맑음을 뜻한다. 오산학교 설립자인 이승훈 선생의 조카 손자로 씨알 함석헌 선생의 오산학교 동급생이기도 하다. 역사학자 이기백과 국어학자 이기문이 그의 아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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