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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물갔다던 선수 펄펄 … ‘봉동 이장’의 마법

중앙일보 2011.12.06 01:18 종합 6면 지면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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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강희 감독이 4일 챔피언결정전에서 승리한 뒤 팬들의 환호에 답하고 있다. 밀짚모자는 전북현대 연고지인 봉동리 마을주민들이 준 선물. [김민규 기자]


전북 K-리그 챔프 이끈 신뢰 리더십



2011 K-리그 챔피언 전북은 2000년대 초반까지 성적과 구단 운영 모두 ‘2류’였다. 재정이 좋지 않아 전북 버팔로(1994년 2월)와 전북 다이노스(1994년 12월), 전북 현대 모터스(2000년)로 운영 주체에 따라 팀명이 바뀌었다. 이 과정에서 김기복·차경복·최만희 등 일류 지도자가 우승컵 없이 퇴진했다.



 10여 년이 흐른 지금. 전북은 K-리그를 선도하는 구단이 됐다. 올해 전북은 2009년에 이어 두 번째 K-리그 우승을 차지했다.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에서는 준우승했다. 내년에는 하프돔(비가 와도 훈련할 수 있는 실내운동장)까지 갖춘 아시아 최고 수준의 클럽하우스가 완공된다.



 일류 구단으로 일어선 전북의 중심에 2005년 7월부터 팀을 이끌어온 최강희(52) 감독이 있다. 최 감독 부임 첫해 전북은 FA컵에서 우승했다. 이듬해 FA컵 우승팀 자격으로 AFC 챔피언스리그에 출전해 알카라마(시리아)를 물리치고 우승했다. 2009년에는 창단 후 처음으로 K-리그에서 우승했다. 최 감독 아래서 만년 하위 전북은 ‘강호’가 됐다.



 최 감독은 별명이 많다. ‘강희대제’ ‘봉동이장’ ‘재활공장장’ 등…. 별명은 그의 리더십을 함축한다.





 강희대제는 전북이 2006년 AFC 챔피언스리그에서 우승할 때 중국 축구팬들이 청나라 4대 황제 강희제에 빗대어 만들어줬다. 올 시즌 강희대제의 축구는 ‘닥공(닥치고 공격)’으로 업그레이드됐다. 프로축구는 성적은 물론 재미도 있어야 한다는 그의 철학이 바탕이 됐다. 올 시즌 전북의 홈 평균 관중은 1만6237명으로 지난 시즌(1만4169명)에 비해 24.4% 증가했다.



 봉동이장은 지역에 뿌리내리려는 최 감독의 노력을 반영한다. 전북 선수단의 훈련장은 전라북도 완주군 봉동읍에 있다. 최 감독 특유의 ‘2대8 가르마’와 느린 말투가 감독보다는 이장에 어울린다고 해서 붙은 별명이다. 그는 구단 홈페이지에 스스로 ‘봉동이장’이라는 글을 올려 지역 팬들과 소통한다.



 최 감독은 지역 주민에게 먼저 흡수된 뒤 다시 그들을 전북 팬으로 흡수한다. 2008년 초 전북이 3승2무8패로 부진하자 구단 홈페이지에는 “봉동이장 본전 바닥났다”는 비난의 글이 속속 올라왔다. 묵묵히 참던 최 감독도 “너희들은 전북을 떠나도 우리는 전북을 지켜야 한다”는 한 팬의 글에 발끈했다.



 “저는 영원히 전북 감독을 하면 안 되는 겁니까. 저도 이젠 봉동 표지판만 봐도 행복해 하는 그런 전북 사람이 됐습니다.”



 이 글을 올린 뒤 최 감독을 비난하는 글은 올라오지 않았다. 이철근 전북 단장은 4일 “최강희 감독과 계약기간을 2015년까지 연장하겠다”고 했다. 중도 퇴진하지 않는다면 최 감독은 만 10년간 전북을 이끌어 김정남 전 울산 감독이 갖고 있는 K-리그 한 팀 최장수 감독 기록(8년4개월)을 경신한다.



 재활공장장은 선수를 고르는 그의 안목을 보여준다. 이동국·김상식·심우연·최태욱·김형범·루이스 등은 모두 전 소속팀에서 실패한 선수였다. 그러나 전북에서 새롭게 꽃을 피웠다. 최 감독은 “회생 불가능한 선수를 되살리는 게 아니고 방법이 있는데 길을 찾지 못하는 선수를 도와줄 뿐”이라고 했다.



글=김종력 기자

사진=김민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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