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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 스페셜- 화요칸중궈(看中國)] 한국 ‘녹색 고양이’ 대륙 안착 비결은

중앙일보 2011.12.06 01:16 종합 8면 지면보기



한·중 기업경영대상 받는 6개 업체 보니
중앙일보·지경부·무역협회 공동 제정

중국 장시(江西)성 난창(南昌)으로 진입하는 ‘바이(八一)대교’. 혁명 시기 국민당에 대한 공산당의 첫 군사적 승리였던 난창 봉기(1927년 8월 1일)를 기념하기 위해 이름을 ‘81대교’로 지었다. 1995년 증축 때 입구에 흑묘(黑猫·검은 고양이)와 백묘(白猫·흰 고양이) 석상을 세웠다. 덩샤오핑이 제기했던 ‘흑묘백묘’론을 상징한다. [조용철 기자]




1978년 덩샤오핑(鄧小平)은 개혁·개방을 시작하며 ‘흑묘백묘(黑猫白猫)’론을 들고나왔다. ‘검은 고양이든 흰 고양이든 쥐만 잘 잡으면 좋은 고양이’라는 논리였다. 그러나 요즘은 ‘녹색 고양이(綠猫)의 시대’다. ‘환경·종업원 복지 등을 고려하는 기업’이라는 뜻이다. 중국 언론은 외국 투자기업 역시 ‘녹색 고양이가 돼야 한다’고 주장한다. 환경·복지 등 중국 경제와의 상생(相生)구조를 짜야 한다는 주문이다. 중앙일보와 지식경제부, 무역협회가 공동 제정한 ‘2011 한·중 기업경영 대상’ 수상 기업들은 이 같은 ‘녹색 고양이’의 조건을 두루 갖춘 것으로 평가된다. 이들의 중국 경영 전략을 살펴본다.



중앙일보 중국연구소





상하이 훙메이루(虹梅路)에 자리 잡은 이랜드 중국본부 건물. 현관 문을 열고 들어서니 큼지막한 표어가 눈에 들어온다. ‘我們是E家人(워먼스이자런)’. ‘우리들은 이(E)랜드 가족’이라는 뜻이다. 알파벳 E의 발음은 ‘이(yi)’로 ‘一(일)’과 같다. ‘우리는 모두 한 가족이다’란 뜻도 된다. ‘이 문구가 3만2000명의 중국 직원을 하나로 묶는 힘’이라는 게 최종양 이랜드 중국법인장의 설명이다.



 94년 중국에 진출한 이랜드의 현지 직영점은 4717개. 매출액은 이미 1조원을 넘어섰다. 최 법인장은 “중국 직원·소비자 등과 하나가 되지 않고서는 지속될 수 없는 게 패션 비즈니스”라며 “생산과 판매를 넘어 이제는 중국에서 자금을 조달하는 현지화 순환체제를 구축했다”고 말했다. 이 회사는 최근 5억 위안(약 900억원)을 언제든지 은행에서 저리로 끌어 쓸 수 있는 크레디트(신용) 라인을 확보하기도 했다.



 사내 EMBA 과정은 현지화의 한 예다. 상하이의 명문대인 자오퉁(交通)대학과 제휴해 예비 관리인력을 대상으로 MBA 과정을 운영하고 있다. 과정 이수자에겐 고급 관리자 승진 기회가 주어진다. ‘비전을 제시하지 않고는 현지 직원들의 충성도를 끌어낼 수 없기 때문’이라는 이유에서다. 지난달 MBA 과정을 수료한 바이윈훙(白雲鴻) 과장은 “광역(廣域) 지사장 자리에 도전해 볼 생각”이라고 말했다.



 중장비 유압실린더 부품 업체인 제성유압의 이창호 사장은 “기술 공백을 메워주는 게 현지화”라는 독특한 철학을 갖고 있다. 중국 굴착기 제조 업체들은 핵심 부품인 유압기 기술이 약하다. 제성유압은 그 기술 공백을 메워주고 있다. 이 사장은 “90여 개 현지 굴착기 제조업체에 최적의 유압실린더 시스템을 공급하고 있다”며 “나는 돈 벌어 좋고, 그들은 없는 기술을 얻어서 좋으니 그게 바로 상생 아니냐”고 강조했다. 직원 150명(한국인 11명)의 중소기업이지만 지난해 1억8000만 위안의 순익을 올렸다.



<여기를 누르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같은 분야 중견기업인 동양기전 역시 ‘공백 메우기’로 성공했다. 이 회사 박치웅 상무는 “중국 경제의 초고속 성장은 여러 분야에 기술 ‘구멍’을 낳았다”며 “그 구멍을 찾고, 공백을 메워줄 기술을 공급하는 게 중국 비즈니스의 처음이자 끝”이라고 말했다.



 문제는 어떻게 ‘기술 공백’을 찾느냐에 있다. 랴오닝(遼寧)성 선양(沈陽)에 진출한 자동차 부품업체인 광진자동차의 윤영한 총경리는 “현장에 답이 있다”고 말한다. 그는 “예순 살이 넘은 지금도 한 해 절반 이상을 제품 공급선을 찾기 위해 상하이·광둥(廣東)·저장(浙江) 등으로 출장을 다닌다”며 “기업을 방문해 생산 과정을 살펴보고, 기업 간 공급체계를 추적하면 기회가 보인다”고 말했다.



 ‘기술만 있다면 중국 시장은 무한하다’는 것은 모든 분야에 적용되는 ‘진리’다. 지린(吉林)성 창춘(長春)의 사료업체인 코휘드는 환경·농업에서 ‘구멍’을 찾았다. 코휘드는 5명의 박사 연구원들이 현지에 맞는 최적의 배합 사료를 만들어 농장에 공급한다. 목축 농장관리에 필요한 친환경 소프트웨어도 개발해 보급한다. ‘녹색 고양이’의 전형이다. 이 회사 이정주 사장은 "동북지역 소 사료 시장의 8%를 장악하고 있다”며 “신시왕(新希望)·중량(中糧) 등 중국의 메이저급 사료·농산물 전문업체들와 협력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고 말했다.



 수상업체들은 중국의 성장 산업에 과감히 도전한다. 상하이의 성도건설은 반도체·LCD 등 클린룸 디자인 전문 업체. 그러나 이 회사는 지금 종합 건설업체로 거듭났다. 유전으로 잘 알려진 헤이룽장(黑龍江)성 다칭(大慶)에 대규모 아파트 건설로 ‘대박’을 냈다. 유동욱 사장은 “지난해 5월 2700가구 규모의 단지를 조성해 98%의 분양률을 기록한 데 이어 제2기 공사를 진행 중에 있다” 고 덧붙였다.



상하이·선양·칭다오=한우덕 기자

사진=조용철 기자



◆한·중 기업경영대상= 한·중 양국의 우수 투자기업에 주어진다. 중국에 진출한 성공 기업을 발굴해 바람직한 중국 비즈니스 모델을 제시하자는 목적으로 만들어졌다. 지난해 제정됐으며, 올해 제2회 시상식이 열린다. 상하이에 본부를 둔 이랜드가 대상 수상자로 결정됐다. 7일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시상식과 아울러 수상기업들의 성공사례 발표회가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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