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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간인 지역 피해라’ 기수 돌려 추락한 훈련기

중앙일보 2011.12.06 00:56 종합 20면 지면보기
박정수 소령(左), 권성호 소령(右)
5일 오후 2시27분쯤 경북 예천군 공군 16전투비행단 인근 훈련장에서 이 비행단 소속 T-59 고등 훈련기(호크)가 이륙 직후 추락했다. 사고로 조종사인 박정수(34·공사 48기)·권성호(33·공사 49기) 소령이 순직했다.


예천서 T-59기 추락 소령 2명 숨져
공터 찾느라 탈출시간 확보 못 한 듯 “21일 된 딸 몇 번 안지도 못한 채 …”

공군 관계자는 “사고기 조종사들이 긴급 착륙 훈련을 위해 활주로를 이륙한 직후 기지 서쪽 펜스 근처에 추락했다”며 “비닐하우스 3개 동이 파손된 걸 제외하고 민간인 피해는 없다”고 밝혔다.



공군은 사고 직후 이영만 공군 참모차장을 위원장으로 한 사고 조사위원회를 구성하고, 사고조사단(단장 김동철 공군본부 감찰차장)을 현지에 급파해 사고 원인을 조사 중이다. 사고 당시 기상 상태는 양호했다고 한다.



T-59 고등훈련기 제원 ● 길이 : 11.17m ● 높이 : 3.99m ● 폭 : 9.39m ● 최대이륙중량 : 8570㎏ ● 최대속도 : 시속 1037㎞ ● 최대상승고도 : 1만 5000m ● 최대항속거리 : 3385㎞ ● 제작사 : 영국 BAe
 이날 사고로 공군은 비상 대비 태세 및 공수 탐색 등 긴급 전력을 제외한 전 기종의 비행을 금지했다. 공군 측은 “보유 중인 모든 항공기에 대한 안전점검을 실시한 이후 비행을 재개할 계획”이라며 “추락한 T-59 기종에 대해선 사고 조사가 완료될 때까지 비행을 중지한다”고 밝혔다.



 공군 관계자는 “조종사들이 민간인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기수를 공터로 돌리는 바람에 비상 탈출 시간을 확보하지 못한 것 같다”고 전했다. 이날 순직한 두 조종사는 우리 군의 주력기인 KF-16을 조종하다 전투 조종사들의 훈련 코스 중 하나인 교관 승급 과정을 이수 중이었다. 사고기 전방 조종석의 권 소령은 추락 직전 비상 탈출을 시도했으나 낙하산이 나무에 걸려 숨진 채 발견됐다. 세 살짜리 아들을 둔 권 소령은 F-5 전투기를 조종하는 공군사관학교 동기생 박모 소령과 결혼한 부부 전투기 조종사다.



익명을 원한 동료 조종사는 “권 소령은 생도 시절부터 성적이 다섯 손가락 안에 들었던 인재였다”며 “바쁜 와중에도 주변의 경조사를 일일이 챙기는 리더십이 뛰어난 친구였는데…”라며 안타까워했다. 박정수 소령은 2002년 고등비행교육과정을 수석으로 이수해 참모총장상을 받은 재원이다. 지난달 14일엔 둘째 딸을 얻었다. 둘째 딸을 몇 번 안아 보지도 못한 채 순직한 것이다.



정용수 기자





◆T-59 고등훈련기=영국 BAe사가 1969년부터 제작한 다목적 고등훈련기로 호크(Hawk)로도 불린다. 유사시 30㎜기관포 등을 장착해 공격기로도 활용 가능하다. 우리 공군은 92년 9월 20대를 들여왔다. 사고기를 제외하고 현재 15대가 운용되고 있다. ‘호크’와 발음이 유사한 59라는 숫자를 부여했다. 올해로 사용 연한 20년을 채운 T-59는 내년부터 2년에 걸쳐 전량 도태될 예정인 노후 기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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