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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은 인류의 미래다 ④ 핀란드 혁신의 비밀, 숲

중앙일보 2011.12.06 00:47 종합 24면 지면보기
핀란드 요엔수시 인근 숲에서 지역난방 업체인 에논 에너지아 측이 벌목장비를 앞세워 나무를 베어내고 있다. 이 업체는 벌목부터 운송, 건조, 발전소 가동, 열·전기 공급까지 모두를 담당한다. [요엔수=박수련 기자]


지난 9월 초 오전, 핀란드의 수도 헬싱키에서 동북부 방향으로 360㎞ 떨어진 소도시 요엔수(Joensuu) 근교. 자작나무가 빼곡히 들어찬 숲에 도착하자 “위잉위잉” 하는 거친 기계소리가 울려 퍼졌다. 소리를 쫓아 숲 속으로 들어가니 자작나무 수십 그루가 바닥에 쓰러져 내렸다.

잔가지 등으로 만든 바이오 연료 우드펠릿.



 요엔수의 지역난방업체인 에논 에너지아(Enon Energia) 소속 벌목공들이 나무를 베어 내는 중이었다. 거대한 기계톱을 내세운 벌목장비는 위성위치확인시스템(GPS)을 이용해 자동으로 진행방향을 추적하면서 숲을 누볐다. 우르포 핫시넨 사장은 “벌목한 나무는 잔가지 하나 버릴 것 없이 모두 연료로 쓴다”고 말했다.



 핀란드 곳곳에선 에논 에너지아 같은 소규모 지역난방업체들이 성업 중이다. 핀란드 산림과학연구원(METLA)의 마르쿠스 리에 박사는 “지역난방업체들을 들여다보면 핀란드의 미래를 알 수 있다”고 귀띔했다. 에논 에너지아는 나무를 공장으로 옮겨 친환경 바이오연료인 우드펠릿(wood pellet)이나 우드칩(woodchip)으로 만든다. 특히 잔가지·톱밥 등 나무 부산물을 건조시킨 뒤 고열에서 압축한 우드펠릿은 연소 과정에서 온실가스가 소량만 배출된다. 이 때문에 유럽에선 우드펠릿이 석유를 대체할 바이오에너지로 떠오르고 있다.



 에논 에너지아는 벌목→우드펠릿 제조→우드펠릿 태워 발전소 가동→열·전기 생산→가정·학교·공공기관 공급으로 이어지는 체계를 통해 수익을 낸다. 핀란드는 1990년부터 발열용 화석연료에는 탄소세를 물리지만 바이오에너지엔 부과하지 않는다. 바이오에너지를 쓰면 전기세도 환급해 준다. 핫시넨 사장은 “원유가가 상승하면서 우드펠릿 고객이 더 늘고 있다”고 말했다.



 핀란드는 정보통신(IT)산업 못지않게 경제 비중이 큰 산림산업을 살릴 신성장 분야로 일찌감치 바이오에너지를 택했다. 특히 목질계 바이오에너지 개발에 앞장서 독일·스웨덴과 함께 유럽 선두권을 형성하고 있다. 핀란드는 국토의 76%가 숲으로 뒤덮인 산림국가다. 2008년 유럽연합(EU)이 “2020년까지 신재생 에너지를 전체 에너지 소비량의 20%까지 높이자”고 결의했지만 핀란드는 이미 2005년에 28.5%에 도달했을 정도다. 산림 부산물을 활용한 바이오에너지에 집중한 덕분이다.



 핀란드의 2020년 달성 목표는 38%로 EU의 두배 수준이다. 핀란드의 원로 산림경제학자인 마티 팔로 박사는 “사양길인 제지·펄프업을 대신해 바이오에너지 분야는 산림산업을 혁신하게 될 것”이라며 “나무는 심기만 하면 20~30년 후 벌목할 수 있어 고갈 위험이 적다”고 말했다. 이런 경향을 입증하듯 소규모 지역난방업체가 꾸준히 늘고 있으며 이들 소유의 발전소만 전국에 490개나 된다.



잔가지 등으로 만든 바이오 연료 우드펠릿.
 핀란드는 바이오에너지의 원천인 숲 보호에도 적극적이다. 60년대부터 정부 차원의 숲 보호 계획을 세워 체계적으로 관리하고 있다. 나무를 베어낸 자리엔 다시 나무를 심어야만 한다. 또 지금도 전체 산림의 13%(3만㎢) 를 보호숲으로 지정해 벌목을 제한하고 있다. 그 결과 핀란드는 매년 벌목량보다 산림증가량이 30% 이상 높다고 한다. 울창한 숲은 CO2나 메탄가스 같은 온실가스를 흡수하는 ‘카본 싱크(caron sink)’ 역할도 톡톡히 하고 있다. 1년에 핀란드가 배출하는 탄소의 절반가량을 숲이 빨아들인다.



 동핀란드 대학의 리사 타흐바나이넨 교수는 “숲을 효과적으로 활용하면서도 울창하게 보호하는, 두 마리 토끼를 한꺼번에 잡고 있는 게 핀란드의 경쟁력”이라고 설명했다.



핀란드 헬싱키·요엔수=박수련 기자



◆ 이 기획기사는 산림청 녹색사업단 복권기금(녹색자금)의 지원으로 제작되었습니다.





숲 보호·활용, 두 토끼 잡은 핀란드



■ 숲 보호




- 국토의 76%(23만㎢)가 숲, 전체 유럽 삼림의 11%

- 1960년대부터 정부가 ‘국가 산림 계획’ 수립

- 보호숲 지정 관리, 최근 35년간 보호숲 3배 증가

- 전체 숲의 60% 이상을 개인이 소유·관리·상속



■ 숲 활용



- 목질계 바이오에너지 개발→2009년 신재생에너지 원료의 80%

- 90년대부터 목조 건축 권장 → 탄소 흡수 기능

- 숲 활용 관광·바이오제품·컨설팅·레저 등 유관 산업 발전

- 숲 산업, GDP의 4% 차지(일부 지역은 10% 이상)



자료 : 핀란드 산림과학연구원(METL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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