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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돌하고 잘 토라지고 … 제 성격과 비슷해요”

중앙일보 2011.12.06 00:43 종합 28면 지면보기
JTBC 주말드라마 ‘인수대비’에서 어린 인수대비로 나오는 함은정. 그는 “궁궐의 안주인이 되겠다”며 수양대군의 아들인 도원군과 혼례를 치렀다. 함씨는 “존경하는 채시라 선배님의 젊은 시절 역이라 탐이 났다”고 말했다.


동그랗고 선한 눈이 야망으로 이글거린다. 희고 고운 얼굴이지만 내뱉는 말은 불경스럽기 그지없다.

JTBC 주말사극 ‘인수대비’ 어린 인수대비 한정 역 맡은 함은정



 “나는 하고 싶은 말을 마음속에 담아두면 숨이 막히는 사람”이라며 미래의 남편에게 선전포고 하는 모습이란, ‘아, 이 여인 참 만만치 않겠구나’ 싶어진다.



 JTBC 주말사극 ‘인수대비’에서 어린 인수대비 한정 역을 맡은 함은정(23)씨가 말간 얼굴로 존재감을 드러냈다. 자칫 권력에 눈 먼 단편적인 인물로 비춰질 수 있는 역할을 선한 얼굴과 목소리로 채색해 표현했다.



 5일 인수대비 역에 담뿍 빠진 함씨를 전화로 만났다. 아이돌그룹 티아라의 멤버이기도 한 그는 최근 ‘cry cry’라는 신곡을 발표하고 한국과 일본을 오가며 바쁘게 뛰고 있다. 하루에 3~4시간 밖에 잠을 못 잔다지만, 수화기 너머로 들려오는 목소리는 한정처럼 명랑했다.



 그는 대뜸 “어제 보셨어요? ‘서방님, 불을 끄세요’ 이 대사 더 잘할 수 있었는데”라며 까르르 웃었다. 수양대군의 아들인 도원군(백성현)과 혼례를 치른 첫날 밤, 바짝 얼어있는 남편에게 한정은 먼저 “불을 끄자”고 한다.



극중 부부로 나오는 백성현(왼쪽)과 함은정.
 함씨는 “짧은 대사지만 여러 가지를 함축하고 있잖아요. 일부러 애매한 톤으로 연기했는데, 많이 어려웠어요”라고 즐거워했다. 이어 “인수대비의 능동적인 성격을 잘 보여주는 대사가 재미있다”고 했다.



 -“불을 끄세요” 말고 기억에 남는 대사라면요.



 “‘도원군께서는 이 세상을 어찌 살려고 하십니까’라고 묻는 대사가 있어요. 도원군은 인수대비와 달리 야망이 없어요. 도원군에게 왕자 수업을 시작하는 첫 단계인 셈이죠.”



 -자신의 운명을 스스로 결정하는 인수대비와 은정씨는 얼마나 닮았나요



 “감독님께서 촬영 전에 ‘은정아, 그냥 너처럼 하면 된다’고 말씀하셨어요. 할 말은 해야 하고, 목표도 분명하고, 또 잘 토라지는 성격도 비슷해요. 서방님한테 앙탈부리는 것만 빼면요.“ (웃음)



 아이돌이란 이미지 때문에 연기 경력이 적을 것 같지만, 함씨는 8세 때부터 연기를 시작한 ‘중견배우’다. 2009년 가수로 데뷔 후 본격적으로 성인연기에 도전하면서 드라마 ‘커피하우스’ ‘드림하이’, 영화 ‘화이트:저주의 멜로디’ 등에 출연했다. 사극도 벌써 세 번째다. 2004년 SBS 드라마 토지에서 봉순의 아역으로 열연했고, 최근엔 ‘근초고왕’에도 출연했다.



 -사극 연기가 낯설지는 않겠어요.



 “네, 하지만 인수대비의 젊은 시절은 역사 속에서 묘사된 적이 없어요. 그래서 구애가 없죠. 시대의 여성상을 거스르는 배역이기 때문에 대사도 현대적으로 처리하려고 했는데, 사극 톤처럼 들리지 않는다는 지적도 있지만, 그게 제가 표현하려는 한정의 모습이에요.”



 -수양대군에게 ‘왕비가 되게 해달라’고 말하는 장면은 눈빛부터 다르던데요.



 “회가 거듭될수록 말괄량이 모습보다 수양대군을 도와서 집안을 일으키고, 외부세력으로부터 집안을 지키는 강단 있는 모습을 보여드릴 겁니다.”



 함씨는 “선머슴 캐릭터를 연기하느라 몸이 고생이다”고 했다. 말을 타다가 낙마해 타박상을 입기도 하고, 아버지에게 반항하느라 높은 나무 위에 한 시간 동안 올라가있기도 한다. 하지만 그는 이 모든 것을 즐기고 있다.



 “인수대비가 중전이 되는 것이 목표라면, 저는 인수대비를 얼마나 잘 표현하는가가 목표입니다. 믿고 지켜봐 주세요.”



김효은 기자





어린 인수대비역 1·2회 명대사



“나는 소 꼬리가 되느니 닭의 머리가 되겠다고 하질 않느냐. 대궐의 안주인이 못 되느니 평생 혼자 살 것이야.” (몸종인 삼월에게)



 “사람이 짐승과 다른 것이 무엇입니까. 짐승은 자신의 운명에 복종하지만 사람은 그 운명에 거역하는 것이 아닙니까.”(남편이 될 도원군에게)



 “부탁이 있습니다, 대군마님. 저를 왕비로 만들어 주십시오. 아버님이 보위에 오르시면 도원군이 그 뒤를 이을 것이 아닙니까.“ (수양대군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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