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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권 매출 3조원 눈앞 … 한 방에 거는 ‘복권민국’

중앙일보 2011.12.06 00:36 경제 4면 지면보기
5일 서울 상계동의 한 복권 판매점에서 시민들이 복권을 구입하고 있다. 최근 복권 판매량이 크게 늘어 연간 발행한도를 초과할 것으로 보이자 사행산업통합감독위원회가 복권 판매 중단을 권고했다. [연합뉴스]
회사원 김모(34·여)씨는 지난해 말부터 매주 5000원씩을 로또 사는 데 쓰고 있다. 아파트 전셋값이 오른다는 소식이 들리면서부터다. 김씨는 “2년에 3000만~4000만원씩 전셋값이 오르는데, 월급 차곡차곡 모아 언제 전셋값을 따라잡느냐”며 “남편이랑 매주 ‘복권 샀느냐’고 서로 물어보며 거르지 않고 산다”고 말했다.



 올 들어 복권 매출이 급증했다. 기획재정부 복권위원회에 따르면 올 들어 11월까지 국내 복권 총매출액은 2조7948억원이다. 지난해 전체 매출(2조4206억원)보다도 15.5%가 늘었다. 사행산업통합감독위원회(사감위)가 권고한 연간 발행한도 2조8046억원에 98억원이 모자란다. 이 추세라면 연말까지 3조1000억원 정도가 팔릴 전망이다. 2005년(2조7520억원) 이후 최고다.



 복권 열풍이 불황을 타고 다시 달궈지고 있다. 2003년 로또가 처음 선보였을 때 한 해 매출액이 3조8000억원을 넘길 정도로 광풍이 불었다. 이후 조금씩 매출이 줄어 2005년 이후엔 한 해 매출이 3조원을 넘긴 적이 없다.



 “7년 만에 3조 매출을 바라보게 된 것은 ‘연금 복권’의 등장 때문”이라고 복권위원회는 분석한다. 7월 발행된 연금 복권은 전회 매진을 기록할 정도로 인기를 누리고 있다. 그 바람에 전체 복권 판매량의 95%를 차지하는 로또도 덩달아 서민들의 관심을 끌고 있다는 설명이다. 복권위원회 김승규 사무처장은 “연금 복권을 구매하러 간 서민들이 간 김에 로또까지 구입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지난해 말부터 로또 4등 당첨금 5만원을 복권 판매처에서 찾을 수 있게끔 한 것도 복권 열풍을 부추긴다는 분석이다. 김 처장은 “농협 창구에서만 4등 당첨금을 내줄 때에는 아예 당첨금을 안 찾는 이가 많았다”며 “쉽게 당첨금을 찾을 수 있게 되자 당첨금으로 즉석에서 로또를 사는 이들이 늘어난 것 같다”고 말했다.



 전세금 등 물가가 가파르게 올라 서민 삶이 팍팍해진 것도 복권 열풍을 부추긴다는 지적도 있다. 대구대 사회학과 이승협 교수는 “막막한 현실에 출구가 없다고 판단하면 서민들이 기댈 수 있는 건 복권밖에 없다”며 “월급만으로는 노후 걱정 없이 살 수 없다는 걱정 때문에 복권이 인기를 끌고 있다”고 말했다.



 사행산업 감독기구는 복권 열풍을 견제하고 나섰다. 사감위는 최근 복권위원회에 “연간 발행한도를 지키기 위해 온라인 복권에 대해 발매 차단 제한액을 설정했으면 좋겠다”고 권고했다. 지금은 로또는 소비자들이 사는 만큼 한도 없이 발행된다. 사감위 김욱환 기획총괄팀장은 “지금 복권 판매는 과열이란 게 사감위의 판단”이라며 “복권위원회가 진작 발행한도를 맞추기 위해 발행액을 조정했어야 했다”고 주장했다.



 복권위원회는 그러나 발행 한도를 제한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반응이다. 갑자기 복권 판매를 중단하면 복권을 사고 싶어하는 서민들의 민원이 빗발칠 수 있을 뿐 아니라 주로 영세 상인들인 복권 판매업자들에게도 큰 타격을 준다는 것이다. 복권 판매량 전국 1위인 서울 상계동 ‘스파 편의점’ 임덕근(43) 판매원은 “복권은 주로 서민들이 적은 금액을 투자해 마음의 위안을 얻으려 구입하는 것으로, 도박과 달리 사행성은 적다고 본다”며 “복권 판매 제한은 서민의 위안거리를 빼앗아가는 행위”라고 주장했다.



 정부는 “불황에 내몰린 서민들이 복권에 매달린다”는 분석도 경계하고 있다. 복권 판매 수입으로 충당되는 복권 기금 중 상당액이 재정 수입으로 잡히기 때문에 “정부가 불황으로 인한 복권 과열을 방조한다”는 비판이 나오는 것을 부담스러워하는 것이다. 김승규 복권위원회 사무처장은 “기존 연구에 따르면 복권 매출과 경기는 무관하고, 저소득층의 복권 구입 비중도 점점 줄고 있는 것으로 나타난다”며 “최근의 복권 열풍은 연금 복권 발행에 따른 일시적인 붐으로만 이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임미진·최선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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