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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은 고단하지만 … 그래도 나눈다

중앙일보 2011.12.06 00:32 경제 2면 지면보기
정종윤씨는 ‘초보 대리운전 교육위원장’이란 직함도 갖고 있다. 뜻이 통한 다른 대리기사들과 함께 초보자들이 잘 적응할 수 있도록 자원봉사 교육을 한다. 하루 20시간 가까이 일하는 피곤한 삶 속에서도 일종의 ‘나눔’을 실천하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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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보 대리운전 교육위원장 맡아…50명에게 교재 주고 노하우 전수

 정씨와 교육을 함께 하는 대리기사는 최태동(48)씨와 인터넷 대리운전 카페에서 ‘투우사’란 아이디(ID)로 활동하고 있는 인물 등이다.



최씨는 업계에서 수도권 지리를 제일 잘 아는 인물로 정평이 나 있고, 대리 경력 18년째인 투우사는 운행 계획을 잘 잡아 돈을 잘 벌기로 이름났다.



 초보 대리 교육은 최씨와 투우사의 생각에서 비롯됐다. 최씨는 “우리들도 돈은 잘 못 벌고, 고객에게 봉변도 당하고, 때론 회사에서 불이익을 받던 초보 시절을 겪었다”며 “경제가 어려워 대리운전에 뛰어든 이들의 어려움을 덜어주고자 교육을 구상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두 사람은 정씨에게 교육받을 초보들을 모으는 일을 해달라고 부탁했다. 50대 후반의 정씨는 대리운전 업계의 ‘큰형’ 격으로 그간 대리운전기사 인터넷 카페에서 상담을 해주며 신망을 얻은 터. 그런 정씨가 나서면 많은 초보자가 교육에 참여할 것이라는 예상이었다. 정씨도 흔쾌히 요청을 받아들였다.



 이들은 ‘초보 대리를 위하여’라는 다음 카페를 통해 교육생을 모집했다. 10월부터 지난달 26일까지 세 차례에 걸쳐 50여 명 초보 대리들이 최씨와 투우사의 노하우를 전수받았다. 최씨와 투우사가 만든 교재도 나눠줬다.



 교육은 늘 서울 강남의 식당을 빌려 했다. 장소를 구할 수 없어 별수 없이 식당을 택했단다. 교육비는 1만원. 식당에 1인당 밥값 6000원을 내고, 거기에 교재 인쇄비까지 더하면 약간 적자라고 한다. 그럼에도 교육을 하는 이유를 정씨와 최씨는 이렇게 밝혔다. “‘가르쳐 줘서 고맙다’는 진심 어린 인사를 한번 받아보라.”



특별취재팀=권혁주·김기환·심서현·채승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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