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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현욱의 과학 산책] 땀 냄새의 과학

중앙일보 2011.12.06 00:10 종합 37면 지면보기
조현욱
객원 과학전문기자
코메디닷컴 미디어본부장
자매나 룸메이트, 친한 친구, 직장의 여성 동료들은 월경을 거의 같은 시기에 시작하는 경향이 있다. 이 현상은 발견자의 이름을 따서 ‘매클린톡 효과’라 불린다. 마사 매클린톡은 이미 대학생 시절 동료 여학생들의 주기를 조사해 이 같은 동조 현상을 확인했다. 1988년 시카고 대학의 생물학 교수로서 실험을 통해 이를 입증했다.



 실험은 여성들의 겨드랑이에서 면봉으로 땀을 찍어 다른 여성의 코 밑에 바르는 것이었다. 월경 주기의 초기에 채취한 남의 땀을 바른 여성은 다음 번 월경을 빨리 시작하는 경향이 있었다. 이와 반대로 배란기에 채취한 땀 냄새는 다음 번 월경을 늦추는 영향을 미쳤다. 여학생들은 냄새를 매개로 침묵의 대화를 하면서 서로의 주기를 계속 앞당기거나 늦추고 있었던 것이다. 이런 동조 현상이 어떤 기능을 하는지는 수수께끼로 남아 있다. 원시 시대에 여성 동료들과 같은 시기에 배란하고 임신하면 아이 돌보기나 젖먹이기의 부담을 나눠 가질 수 있었기 때문이라는 가설이 유력하다.



 땀 냄새는 이성 간의 짝짓기에도 중요한 역할을 한다. 가장 유명한 것은 ‘땀에 젖은 티셔츠 실험(Sweaty T-shirt Experiment)’이다. 1995년 6월 스위스의 동물학자 클라우스 베데킨트가 ‘생물과학 회보’에 발표한 논문을 보자.



 그는 44명의 남성에게 깨끗한 T셔츠를 이틀간 입게 하면서 샤워를 하거나 데오도란트를 사용하지 못하게 했다. 회수한 T셔츠는 49명의 여성으로 하여금 1인당 7장씩 냄새를 맡고 기분 좋음, 섹시함 등을 평가하게 했다. 그 결과 여성 참가자들은 자신들과 특정 유전자의 차이가 가장 큰 남성의 땀 냄새를 선호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면역반응을 조절하는 항원복합체(MHC)의 유전자가 서로 다를수록 그 자손은 더욱 다양한 질병에 저항성을 지니게 된다. 실제로 중세 유럽의 무도회에선 여성들이 얇게 자른 사과를 자신의 겨드랑이 사이에 끼워뒀다가 마음에 드는 남성에게 건넸다고 한다. 이를테면 자신의 유전자 정보를 전달하는 구애 행위라고 할까.



 심지어 땀 냄새로 당사자의 성격까지 파악할 수 있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폴란드 브로츠와프 대학 연구팀이 ‘유럽 성격 저널’ 다음 호에 실을 예정인 논문을 보자. 연구팀은 남녀 각각 30명의 성격검사를 한 뒤 T셔츠를 나눠주고 3일간 계속 입게 했다. 회수한 셔츠는 남녀 100명씩에게 나눠주고 냄새를 통해 주인공의 성격을 평가하게 했다. 그 결과 외향성(사교적이고 사회적인 성향), 신경증성(불안하고 우울해하는 경향), 지배성(지도자가 되려는 욕구)을 성격검사 결과와 비슷하게 맞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역시 원시시대 배우자나 같은 편을 선택하는 데 영향을 미쳤을 성격 요인들이다.



 인간은 기술문명 속에서 살고 있지만 그 본능은 여전히 석기시대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증거라고 할까.



조현욱 객원 과학전문기자·코메디닷컴 미디어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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