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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은배 판사 “한·미 FTA 관련 사건 배당 땐 재판하겠다”

중앙선데이 2011.12.04 04:33 247호 1면 지면보기
판사들의 ‘표현의 자유’를 둘러싼 논쟁이 불붙고 있다. 인천지법 최은배(45·사진) 부장판사가 지난달 22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글이 발단이 됐다. 그는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에 반대하면서 “뼛속까지 친미(親美)인 대통령과 통상 관료들이 서민과 나라 살림을 팔아먹은 2011년 11월 22일, 난 이날을 잊지 않겠다”고 썼다. 최 판사의 글이 언론에 보도되면서 그는 순식간에 논쟁의 중심에 섰다. 비판하는 쪽에선 “판사가 그런 식의 편견과 예단을 갖고 있다면 어떻게 공정한 재판이 가능하겠느냐”고 성토에 나섰다. 하지만 “페이스북과 트위터는 사적인 공간이고 판사들에게도 표현의 자유가 있다”는 옹호론도 만만치 않다.

페이스북에 한·미 FTA 반대 글로 논란

최 판사의 사법시험 동기이고 함께 인천지법에 근무하는 김하늘(43) 부장판사는 현직 판사 170여 명의 지지 댓글을 근거로 한·미 FTA 재협상 청원을 하겠다고 2일 밝혔다. 논란이 번져가자 양승태 대법원장은 이날 “선비는 오얏나무 아래서 갓끈을 고쳐 매지 않는다”는 옛말을 인용하면서 판사들의 신중한 처신을 당부했다.논란의 시발점이 됐던 최 판사에게 재판의 공정성에 대한 입장을 들어봤다. 그는 정식 인터뷰는 거절했지만 몇 차례 전화통화를 통해 자신의 생각을 분명히 밝혔다. 다음은 통화 내용.

-한·미 FTA에 대해 반대 의견을 분명히 한 판사에게는 관련 재판을 맡겨서는 안 된다는 지적이 있다.
“한·미 FTA가 상위법인 헌법에 위반되느냐 안 되느냐가 사건의 쟁점이라면 (정치적 발언을 한 판사가) 재판을 하는 것은 문제가 될 수 있다. 거기에 대해선 재판을 기피해야 한다면 따를 수 있다. 하지만 FTA 관련 시위 사건이나, FTA와 관련한 손해배상 사건 등에서는 (FTA는) 하나의 정황이고 배경일 뿐이지 그 자체가 쟁점이 아니다. 예컨대 한·미 FTA 반대 총파업을 해서 노동관련법을 위반했을 때는 그 법령에 대한 위반 여부가 쟁점이다. FTA가 쟁점은 아니다. 한·미 FTA 반대를 근거로 다른 정부 정책에 대해서도 편향적일 것이라는 식으로 사람의 생각을 매도하는 것은 위험하다.”

-이번에 페이스북에 올린 글이 논쟁의 시작이 됐는데.
“이번 일은 공무원의 표현의 자유에 관한 것이다. 우리는 정치 표현의 자유가 심하게 구속돼 있는데 민주화 20년이 지났지만 아직도 (이 문제는) 생각하지 않고 있다. 판사들도 생각이 있고 입이 있다. 판사들 단체가 대한변협처럼 법관협회로 만들어지는 게 유럽에선 일반적이다. 미국은 클럽 형태로 운영된다. 우리나라는 사교단체, 연구회 정도다. 외국에선 판사마다 목소리를 내는 단체들이 있다.”

-최근 김하늘 판사가 한·미 FTA 재협상을 요구했는데, 법원이 삼권분립의 원칙을 어긴 것이 아니냐는 지적도 있다.
“우리가 협상하는 것은 아니지만 시민사회에서도 와글와글하는데 법원 같은 공적인 기관에서 왜 말을 못하는가. 공직자는 권력을 준 국민 전체에 대한 봉사자다. 권력이 자기가 잘나서 생긴 것이 아니다. 권력분립은 서로 견제하고 분쟁하면서 나눠 가져야 한다는 의미이지, 서로 의견도 안 묻고, 검증도 없는 것은 민주사회에서 권력기관이 할 일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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