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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년간 340억 적자 …민간 위탁운영으로 살길 찾나

중앙선데이 2011.12.03 23:49 247호 7면 지면보기
파주영어마을에 입교한 어린이들이 3일 일일영어체험학습을 하고 있다. 왼쪽 건물은 어린이소극장. 오른편의 아치형 입구 뒤에 보이는 둥근 지붕 건물이 시청이다. 파주=최정동 기자
전국 최대 규모인 파주영어마을(사무총장 장원재)이 운영난에 내몰리고 있다. 2006년 4월 문을 연 이후 올해까지 6년 연속 적자를 기록할 게 확실하기 때문이다. 설립 초기인 2007년 한 해 3만 명을 넘어섰던 수강 인원도 올해(10월 말 기준)는 1만6000여 명으로 크게 줄었다. 파주영어마을은 2006년 4월, 손학규 당시 경기도지사의 주도로 야심적으로 문을 열었다. 많은 비용을 들여 해외에 나가지 않고도 외국에서처럼 영어를 체험할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한다는 게 목적이었다. 특히 입소 인원의 10%를 저소득층 자녀에게 무료로 개방해 박수를 받기도 했다. 사설학원의 값비싼 수업료가 부담스러웠던 가정의 자녀들이 파주영어마을로 발걸음을 옮겼다. 이후 우후죽순처럼 전국에 영어마을이 생겨나기 시작했다.

해마다 적자 누적, 국내 최대 파주영어마을은 지금

그러나 원조 격인 파주영어마을은 가중된 누적적자로 요즘 휘청대고 있다. 당초 취지대로 교육의 공공성을 계속 유지하자니 적자가 늘고, 수익성을 내세우자니 고액 수강료를 받는 기존 사설학원과 뭐가 다르냐는 비난이 나올 게 뻔하기 때문이다. 급기야 파주 영어마을 운영을 담당하는 경기도북부청은 경영난을 타개하기 위해 지난 7월 한국생산성본부에 경영 개선을 위한 컨설팅을 의뢰했다. 이어 최근에는 민간 위탁경영까지 심각하게 고려하기 시작했다. 이럴 경우 수강료 인상이 불가피해 보인다.

본보 취재팀이 파악한 바에 따르면 현재 전국에는 모두 37개의 영어마을이 있다. 지자체에서 직접 운영하는 곳이 10개, 민간에 위탁해 운영하는 곳이 18개, 사설기관에서 운영하는 곳이 9개다. 이 중 지자체 직영체제로 운영되는 10곳이 모두 적자 상태에 놓여있다. 수익성보다는 저렴한 교육비로 다양한 영어교육의 기회를 제공하는 데 초점을 맞추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곳이 파주영어마을이다.

파주영어마을은 경기도가 총 850억원의 예산을 들여 2006년 파주시 탄현면 법흥리 8만4000평 부지에 문을 열었다. 건물만 40개 동으로 규모 면에서 전국 최대다. 설립 이후 지금까지 경기도북부청이 직영체제로 운영하고 있다. 하지만 누적 적자로 도의회에서도 운영 개선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2007년 49억원, 2008년 41억원, 2009년에는 63억원, 2010년에는 29억원의 적자를 기록했다. 2006년 158억원의 적자가 났던 것을 감안하면 적자폭은 꽤 줄였지만 경기도 입장에서는 매해 지속되는 적자가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 정원을 줄이고 인건비를 동결하는 등 구조조정을 했지만 자구노력에도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다. 경기도북부청 예창섭 평생교육과장은 “공공성과 수익성의 조화가 상당히 어렵다. 지금까지의 방식으로는 언젠가 운영이 한계에 이를 것이라고 말했다.

파주영어마을과 달리 공공성과 수익성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으며 성공적으로 운영되는 영어마을도 있다. 서울 월계동에 위치한 노원영어마을과 안산영어마을이 대표적이다.

노원영어마을은 작은 몸집으로 최대의 효과를 거두는 케이스다. 지하 1층, 지상 4층의 소규모 건물에 우체국, 병원 등 11개의 체험관이 들어서 있다. 강사도 원어민, 내국인을 합쳐 10명으로 비교적 작은 규모다. 2007년 노원구청이 YBM에듀케이션에 위탁해 운영을 시작한 이래 5년 연속 흑자를 기록했고, 2010년에는 4100만원의 순익을 냈다. 유휴인력을 최소화하고, 넓은 부지에 각종 시설을 갖춰놓은 다른 영어마을에 비해 부지관리비·시설유지비 등이 거의 들지 않기에 가능한 성과다. 게다가 노원구청은 YBM과 절반씩 나눈 수익을 시설비와 인건비 등에 전액 재투자하고 있다.

프로그램의 전문성도 높였다. 4년제 이상의 학위와 영어교육 자격증을 갖춘 원어민을 선별해 강사진을 꾸렸다. 또한 일일체험 위주의 단기 프로그램에 의존하지 않고 방학집중반, 방과후 수업반, 영어연극반 등 한 달 이상 진행되는 중장기 프로그램을 집중 개발해 체질을 개선했다. 올해 기준 일일체험 교육생은 4733명이지만 중장기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교육생은 3만1352명으로 7배에 달한다. 가격도 저렴하다. 방학집중반의 경우 주당 5만원에 수강할 수 있고, 일일 체험도 1만원이면 수강할 수 있다. “가격이 저렴하고 프로그램 수준도 높다”는 소문이 학부모 사이에서 퍼지면서 노원구민은 물론 타지에서도 영어마을을 찾고 있다.

이 ‘아담한’ 영어마을을 찾은 교육생은 지금까지 18만3000여 명에 달한다. 2011년 10월 기준으로 4만1238명이 교육을 받아 같은 기간 1만6281명이 참여한 파주영어마을을 두 배 이상 앞질렀다. 자체 조사에서 86% 교육생이 ‘만족한다’고 응답했을 정도로 반응도 좋은 편이다. 노원구청 교육지원과 정남희 팀장은 “교육의 공공성과 수익성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기 위해 노력했다”며 “조사 결과 영어마을로 인한 노원구 사교육 절감 효과가 2010년 기준 4억2000만원에 달하는 등 의미 있는 지역사업으로 자리 잡았다”고 말했다.

안산영어마을도 성공적인 케이스로 꼽힌다. 안산 대부도에 위치한 이곳은 국내 영어마을의 효시다. 2004년 8월 전국 영어마을 중 처음으로 문을 열었다. 개원 이후 줄곧 경기도에서 운영하다 2008년 4월 ㈜삼성 크레듀에 위탁운영을 맡겼다. 2년 뒤에는 삼육외국어학원(SDA)으로 운영권이 넘어갔다. 과거 직영체제로 운영했을 때는 적자가 연간 30억~40억에 달해 ‘계륵’ 같은 존재였다. 그러나 민간위탁으로 전환한 후 4년이 지난 지금, 안산영어마을의 적자는 연간 500만~600만원으로 대폭 감소했다. 안산영어마을의 한 관계자는 “1, 2년 뒤에 완전히 적자에서 벗어날 것으로 전망한다”고 말했다.

민간위탁으로 전환한 뒤 안산영어마을은 본격적으로 ‘허리띠 졸라매기’에 들어갔다. 정규직 직원부터 대거 감축했다. 90~100명의 직원을 50명 가까이 줄였다. 직원들의 급여도 동결했다. 대신 하루에 수업을 들을 수 있는 수용 인원을 기존 250명에서 500명으로 늘렸다. 행정 직원의 수를 줄인 반면 강사들의 수는 줄이지 않았다. 안산영어마을의 박진수 부원장은 “영어 교육의 질을 떨어뜨리지 않는 범위 한에서 줄일 비용은 모두 줄였다”고 말했다.

이렇게 몸집을 줄인 뒤 체계적인 교육방식을 개발해 점차 적자폭을 줄여나갔다. 위탁업체가 경기도에 비해 폭넓은 영어교육 노하우를 갖췄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민간위탁 후 안산영어마을은 일일체험이나 1박2일 일정의 단기 프로그램에서부터 2주, 4주 일정의 장기 프로그램까지 다양한 프로그램들을 개발했다. 그 결과 직영체제일 때 1년에 1만 여 명 정도였던 교육생이 현재는 2만 명을 넘어선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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