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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식품 사가는 중국 부유층, 거기서 ‘활로’ 보인다

중앙선데이 2011.12.03 23:48 247호 12면 지면보기
40년 농정전문가인 서규용(63·사진) 농림수산식품부 장관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시대의 ‘검투사’를 자처한다. 농림·수산·축산 분야에서 개방 피해를 최소화할 ‘방패’를 만드는 한편 해외시장을 개척할 ‘창’을 벼리느라 정신없이 바쁘다. 고려대 농학과 출신인 그는 1972년 기술고시 합격 후 농정에 입문했다. 그는 최근 거론되는 한·중·일 FTA에 대해 “일본과는 별문제가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중국은 거리가 가깝고 가격경쟁력이 커서 민감 분야에 대해 충분히 협상하고, 개방 예외 품목을 최대한 확대해야 한다”고 말했다. ‘중국과는 빨리, 일본과는 천천히’를 주장하는 제조업 쪽과는 정반대 입장이다. 지난달 30일 오후 과천 정부종합청사에서 서규용 장관을 만났다.

FTA시대의 농정 사령탑 서규용 농식품부 장관

-한·미 FTA 때문에 축산농가의 피해가 가장 클 거라고 우려하는 이가 많다. 대책은 뭔가.
“농어업 생산 감소액(연 8450억원) 가운데 축산 분야가 60%(4800억원)에 이를 전망이다. 정부는 축사시설 현대화를 위해 당초 잡아놓은 1조5000억원의 예산을 3조원으로 늘릴 계획이다. 올해 2450억원이 투입되는데 장기저리 융자 방식으로 지원 속도를 높일 작정이다. 또 FTA 이후 농축산품의 해외시장 진출을 확대하려고 한다. 개방은 위기일 수 있지만 기회도 될 수 있다. 농축산업도 선택과 집중을 통해 수출 경쟁력을 확대할 수 있다. 그러려면 시설 현대화, R&D 투자, 종자개발 등 다양한 정책이 필요하다. 농식품 수출은 지난 10월 말까지 59억 달러를 기록해 전년 동기보다 27% 늘어났다. 특히 대(對)중국 수출이 53%나 증가한 게 고무적인 현상이다.”

-산지 소 값이 떨어진다는데 소비자 입장에선 외국산과 비교해 여전히 쇠고기 값이 비싸다.
“요즘 한우 한 마리 가격이 600만원밖에 안 된다. 예전에 850만원쯤 했는데 구제역 파동 이후 돼지 값은 폭등했고, 소 값은 폭락했다. 농협을 통해 쇠고기를 반값에 공급하고 있다. 또 군 부대 부식을 돼지고기에서 쇠고기로 바꿨다. 쇠고기를 싼 값에 공급하면서 축산농가의 수익성을 맞춰주려면 생산비를 낮춰야 한다. 해외에서 옥수수 등 사료용 곡물을 싸게 들여오고, 국내산 조(粗)사료 생산을 내년에 대폭 늘리려고 한다. 또 직거래 장터 확대, 유통 단계 축소, 할인판매 행사 정례화 등을 추진해 나겠다.”

-FTA 시대에 농업·농촌·농민의 3농(農) 문제가 다시 부각된다. 농촌인구의 절반 이상이 60대 이상인데, 젊은 세대를 겨냥한 취농(就農) 장려대책이 아쉽다.
“농고나 전문대 졸업자들을 농촌 후계자로 육성하려고 한다. 베이비부머 세대(55~63년 출생자)가 712만 명인데 농촌으로 많이 끌어들일 작정이다. 최근 열린 농업·농촌 페스티벌 행사에 2만5000명이나 몰렸다. 그중 1만5000명이 농촌에 가고 싶다고 등록했다. 돈 못 벌고 실패한 사람들이 농촌에 가는 걸로 알고 있지만, 30대의 경우엔 수입을 더 많이 올린다.”

-살고 싶은 농촌을 만들려면 교육·의료·복지·문화 분야를 망라한 종합대책이 필요하다.
“맞는 말이다. 앞으로는 농업이 주축이 아니라 농어촌을 정책의 중심에 놓겠다. 젊은 사람이 많이 가려면 무엇보다 생활환경이 개선돼야 한다. 상하수도와 의료·문화·교육시설을 확대하는 방안을 관계부처들과 함께 추진하는 중이다.”

-농림수산부가 구호만 외친다고 해서 될 일이 아니지 않나.
“삶의 질 향상을 위한 법률을 만들었다. 33조원 정도를 범부처적으로 투자해 농어촌 주민의 삶을 향상시키려 노력할 것이다. 육아시설을 확대하고, 의료 서비스를 30분 내로 가능하게 하는 등 생활환경을 많이 개선하고 있다. 농어촌 특례입학이 정착되고 학자금 융자도 확대한다. 몇 년 안에 농어촌에도 활력이 생길 것이라 생각한다.”

-농업 경쟁력을 말씀하셨는데 시설 현대화, 고부가 상품 개발이 핵심 아닌가.
“그렇다. 우리 농가에서 꽈리고추 비가림 시설을 한다면 일본에 1억 달러쯤 수출할 수 있다. 토마토 수출을 제대로 하면 1억 달러쯤 가능하다. 그런데 시설이 안 돼서 못한다. 고부가가치 제품 개발을 위해선 식품산업을 더 발전시켜야 한다. 2017년까지 식품산업 시장 규모를 131조원에서 245조원까지 늘리겠다. 지난해 58억8000만 달러였던 수출은 올해 76억 달러로 예상되는데, 2017년 200억 달러로 늘어날 것이다. 농수산물 수출이 200억 달러면 일자리 창출 측면에서 다른 제품을 1000억 달러 수출하는 것보다 낫다고 생각한다.”

-동일본 대지진 이후 먹거리 걱정이 많은데, 이럴 때 일본 시장을 적극 개척해야 하지 않나.
“해조류, 특히 김·미역의 수출이 엄청 늘고 있다. K-팝과 K-food 같은 한류 붐으로 수출 전망은 밝다. 대일본 농식품 수출은 올 10월까지 18억7000만 달러다. 전년 동기보다 25%쯤 늘었다. 일본 유통업체들을 유치하고 수출업체의 신규 판로 개척을 지원하겠다.”

-한·중·일 FTA 얘기가 많이 나온다. 한국 농업의 틈새 전략은 무엇인가.
“중국산 김치 수입량이 올해 사상 최대라고 하나 한국에 온 중국의 부유층들은 오히려 한국산 김치와 식품을 사 간다. 우리 제품이 맛 좋고 위생적이라는 걸 알기 때문이다. FTA 시대에 수출 확대의 길을 열어야 한다. 중국에 고소득층이 1억 명 이상 있다. 그들이 뭘 먹겠나. 품질 좋은 한국산 식품에 눈을 돌릴 가능성이 크다. 중국의 값싼 농수산물을 수입하지만 우리도 얼마든지 수출할 여지가 있다.”

-올해 고추 값은 폭등하고 배추 값은 폭락했다. 농산물 가격안정 방안이 미흡한 것 같다.
“농산물 가격은 수급이 탄력적이지 않다. 쌀값이 떨어진다고 한 그릇 먹던 밥을 두 그릇씩 먹지 않는다. 공급 측면에서도 그렇다. 농산물을 미리 심어놓지 않으면 수확기 때 공급물량을 조정할 수 없다. 또 하나 공급자가 불특정 다수다. 수백만 농민이 한꺼번에 의사결정을 한다. 88년 내가 채소과장을 하던 시절 ‘고추 파동’이 난 적이 있었다. 그러자 89년엔 앞 다퉈 고추를 심었다. 날씨까지 좋아 고추 대풍년이 돼 평년에 3000t 수매하던 물량을 3만2063t으로 늘려야 했다. 올해 배추 파동 역시 마찬가지다. 지난해 배추 1통에 1만6000원까지 올라갔다. 그러다 배추값이 또 폭락했다. 생산량이 5% 늘어날 때 가격이 5%만 내려가면 되는데 값은 그보다 훨씬 큰 폭으로 움직인다. 킹(King)의 법칙이다.”

-그래도 정부가 조절 기능을 소홀히 한 것 아닌가.
“올해도 8월 중순까지 비가 엄청 내렸다. 8월 말에 날이 좋아서 벼농사가 풍작이었다. 8월에 비가 안 내려 가을 무·배추가 걱정이었다. 그러다 10일 간격으로 비가 내렸다. 배추 재배면적이 넓어진 데다 날씨까지 좋아서 배추값이 폭락했다. 그래서 정부는 가격 안정을 위해 10만t의 배추를 갈아엎었다. 김치 제조업체에서 소비를 권장하고, 정부 수매량도 확대했다.”

-농림수산부의 한식 세계화와 관련해 전시성 이벤트가 많다는 지적이 있다.
“일본이 일식 세계화를 하는 데 30년 걸렸다. 한식 세계화가 왜 빨리 안 되느냐, 전시성 아니냐 하는 데 동의할 수 없다. 꾸준히 홍보하고 예산을 투입해 줘야 한다. 우리도 표준식단을 개발하고 간소화하고 있다. 외국인의 입맛에 맞추는 한식 현지화도 중요하다. 우리가 좋아한다고 김치를 맵게 만들면 외국 사람이 안 먹는다. 2009년 미국 뉴욕에 거주하는 3500명을 조사한 결과 한식을 아는 사람은 9%밖에 없었다. 하지만 올해 봄에는 36%까지 올라갔다. 그만큼 많이 홍보됐다는 얘기 아닌가.”
정리=손국희 기자 jh.insight@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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