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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배사는 1분 내 임팩트 있게 평소 2~3개는 외우고 다녀라”

중앙선데이 2011.12.03 22:42 247호 14면 지면보기
나만의 색깔을 보여주는 독창적인 건배사, 모임 분위기를 화기애애하게 만들 수 있는 건배사는 없을까. 스피치 강사인 김미경(46·사진) 아트스피치 대표는 “모임의 성격과 상황에 맞춰 스토리를 만들면 누구나 멋진 건배사를 할 수 있다”고 조언한다. 김 대표는 지난해와 올해 건배사의 노하우와 좋은 건배사의 사례를 적은 책인 '스토리 건배사'1, 2권을 차례로 냈다. 김 원장을 만나 건배사를 잘하는 비결을 들어봤다.

스토리 건배사 저자 김미경 아트스피치 대표

-건배사에 관심을 갖게 된 계기는.
“어떻게 하면 스피치를 잘할 수 있는지 가르쳐 달라는 사람이 많아 아트스피치 과정을 개설하게 됐고 지금까지 8기를 배출했다. 정치인, 기업인 등 여러 분야의 수강생들이 모인다. 어떻게 보면 최고경영자 과정 비슷하다. 그런 분들을 가르치다 보니 건배사가 그들에게 가장 필요하고, 현실적으로 가장 많이 쓰이는 스피치란 걸 알게 됐다. 이런 분들은 건배사 하나만 제대로 배워도 다 배운 셈이나 마찬가지다. 그런데 내가 들어보니 재건축(재미나고 건강하게 축복받으며 살자), 빠삐용(‘빠지지 말고 삐지지 말며 용서하자) 등 삼행시 스타일의 건배사가 많은데 유치한 내용이 많았다. 유흥업소 종업원이나 골프장 같은 데서 배운 걸 우려 먹고 있는 게 아닐까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스토리 건배사가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상황별로 적절한 스토리를 담고 선창, 후창이 가능한 건배사 100개를 만들어 책을 냈다. 가령 이런 식이다. ‘외국 속담에 빨리 가려면 혼자 가고, 멀리 가려면 같이 가자는 말이 있습니다. 내가 함께 가자고 하면 여러분은 멀리 가자고 해주세요’. 어려울 것 없다. 초등학교 논술 실력이면 된다.”

-외국의 건배사와 우리나라의 건배사는 어떻게 다른가.
“외국 영화를 면밀히 관찰하고 건배 장면을 뽑아봤다. 그들은 상황에 맞게 스토리가 담긴 건배사를 한다. 창 밖을 내다보고 비가 오면 비에 대한 이야기를 한다. ‘이렇게 비 오는 날 여러분들을 만나니 너무 좋다. 내가 너무 좋다고 하면 여러분은 더 좋다고 외쳐달라” 이렇게 말하면 된다. 우리 나라는 삼행시에 얽매여 웃기려고 하니 상황에 안 맞는 억지가 튀어나오게 된다.”

-좋은 건배사는 어떤 건가
“주례사, 설교 등등 많은 스피치 종류가 있는데 가장 집중해 듣는 것이 건배사다. 취한 와중에도 건배사만큼은 집중하지 않나. 그러니 임팩트가 있어야 하고 1분 안에 끝내야 한다. 어디 가서 건배사 하려면 두세 개는 준비하고 다녀야 한다. 시 한 편을 암송하거나 적절히 활용해도 좋다.”

-순발력이 좋아야 하나. 말솜씨란 게 연습한다고 되는 것도 아닌 것 같은데.
“건배사도 하나의 스피치인데 스피치도 노래랑 똑같다. 아무리 음치라도 노래방 가서 같은 노래만 반복 연습하면 그 노래 한 곡은 잘할 수 있다. 그런데 한국사람은 노래는 연습하지만 스피치는 연습하지 않는다. 즉석에서 하는 게 아니라 사전에 준비를 해야 한다.”

-내성적 성격이면 남 앞에서 쇼맨십을 못 보일 수도 있는데.
“잔잔한 건배사도 얼마든지 좋다. 말의 톤이나 내용이 자신의 스타일과 맞으면 된다. 예를 들어 나눔이나 기부에 관한 모임이라고 해 보자. 안도현 시인의 시를 인용해서 이렇게 해 보자. ‘여러분, 이런 시를 아십니까. 연탄재 함부로 차지 마라, 너는 누구에게 뜨거운 적이 있었느냐…이 자리 오니까 내가 얼마나 그동안 차가웠는지 여기 와서 나누니까 따뜻해집니다. 제가 나누니까라고 하면 여러분은 훈훈하다고 해 주십시오’ 이런 식으로 쉽게 하면 된다.”

-건배사는 술 문화와 관계 깊은 듯하다.
“여태까지 우리는 폭탄주 문화고 술잔 돌리는 문화였다. 즉 말이 필요없이 술만 많이 먹는 문화였다. 그러나 요즘 젊은 세대들은 그런 걸 싫어한다. 송년회 때 참석한 직원 20명이 다 돌아가며 스토리 건배사를 한마디씩 한다. 어느 회사 CEO가 그렇게 송년회를 운영해보니 그 자체가 신년 비전 발표회가 됐다는 얘기를 하더라.”

-우리나라에서 건배사 잘하는 사람은 누가 있나.
“지난해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주요 20개국(G20) 비즈니스 행사에서 ‘글로벌, 하모니’ 건배사를 아주 잘했다. 또 농림수산부 고위 간부가 막걸리 얘기를 하면서 ‘왜 여태껏 우리 것, 우리 가락, 우리 술을 무시했는지 미안한 생각이 든다’며 ‘미안하다 막걸리, 사랑하자 막걸리’란 건배사를 했다. 이만하면 아주 훌륭한 건배사다. 이승한 홈플러스 회장도 늘 잘 한다. 직원들에게 ‘월급 많이 못 주면서 일 많이 시키고 칭찬도 못해 미안하다. 그래도 내년에 당신들이 많이 밀어달라. 내가 내 이름 이승한을 부르면 여러분이 사랑한다고 맹세해달라’. 그렇게 하니까 임원 가운데 눈시울이 뜨거워지는 이들도 있더라. 스피치 리더십이란 건 이처럼 말로써 사람의 감정을 한순간에 확 끌어내는 것이다. 건배사는 리더십을 발휘할 수 있는 좋은 수단이다. 쇼맨십의 요소와 리더십을 1분 안에 살려야 한다.”

-최근 유행하는 것 가운데 나쁜 건배사를 몇 개 꼽아 달라.
“빠삐용이다. 내가 있는 자리에선 사람들이 내게 혼날까 봐 절대 안 한다. 재건축도 그렇다. 부동산업자들 사이에서 하면 어울리지 몰라도, 젊은 여성들 있는 자리에서 재건축 하면 단숨에 기피인물이 된다. ‘성공과 행복을 위하여’라면서 ‘성행위’라고 외치는 건 또 얼마나 천박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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