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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과 뭍 사이

중앙선데이 2011.12.03 22:04 247호 43면 지면보기
요사이 날씨가 겨울답지 않게 푸근하긴 하나 해뜨기 전, 새벽 강은 제법 차가운 강바람이 돌아다닙니다.
모자, 장갑에 마스크까지 단단히 준비해도 추울 때는 어디가 추워도 춥습니다.
찬바람에 콧물을 훌쩍이며 안개 속으로 성큼 들어갔습니다. 섬진강이 새벽 안개 속에 숨었습니다.
아득하고 아스라한 새벽 강, 잃어버린 수평선-. 새벽 안개를 만나면 괜히 마음이 들뜨기도, 설레기도 합니다.
이럴 때는 이성을 담당하는 좌뇌보다 감정을 관장하는 우뇌가 활발하게 움직이는 듯합니다. 생각이 그렇습니다.
물과 뭍 사이 조그만 바위 위에 섰습니다. 조심스레 제자리에서 발을 바꿔 한 바퀴 몸을 틀어보아도 바위들만 점점이 보일 뿐입니다. 안개가 세상을 지웠다, 살렸다 합니다. 보이는 것만 보입니다.
새벽 강에서 물과 뭍의 경계를 잃어버렸습니다. 분명한 것과 불분명한 것 사이에 빠졌습니다.



이창수씨는 16년간 ‘샘이 깊은 물’ ‘월간중앙’ 등에서 사진기자로 일했다. 2000년부터 경남 하동군 악양골에서 ‘중정다원’을 운영하며 녹차와 매실과 감 농사를 짓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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