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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발적인 공동체 의식’이 보수가 지향할 가치

중앙선데이 2011.12.03 21:23 247호 4면 지면보기
함재봉 아산정책연구원장(전 연세대 정외과 교수)은 보수주의 연구자다. 한국 사회의 전통적 가치인 유교 문화 연구로 『유교, 자본주의, 민주주의』 등의 저서를 냈다. 그는 보수의 위기가 초래된 배경을 ‘보수의 성공’에서 찾는다. 과거 박정희 정부 시대로 대표되는 보수의 눈부신 경제 성공이 거꾸로 보수의 위기를 초래하는 배경이라는 것이다. 보수의 가치 아래 고도 성장을 경험하며 중산층에 안착한 국민들이 보수 정권에서 자녀들이 직장을 잡지 못하는 현실에 의문을 품는 ‘성공의 역설’이 나타났다고 본다. 2일 그를 만났다. 다음은 요약이다.

‘공동체 보수’대안으로 제시한 함재봉 아산정책연구원장

“과거 대한민국 보수는 산업화ㆍ근대화를 성공적으로 완성시키며 폭발적으로 일자리를 만들어냈다. 국민들에게 일자리를 통해 사회적 생존의 터전을 만들어준 것은 ‘원초적 복지’를 제공한 것이고 보수가 정당성을 인정받는 주요한 근거 중 하나였다. 1980년대 대학을 다닌 386 운동권 역시 보수적 가치에 기반해 만들어진 ‘성장 신화’의 혜택을 누린 세대다. 이들은 당시 대학 4년 내내 데모를 하고도 졸업하면 바로 취직이 됐다.

하지만 지금 젊은이들에겐 이런 얘기가 호사다. 과거 386은 내가 아닌 노동자의 문제로 데모에 나섰지만 지금 젊은이들은 남이 아닌 자신의 문제를 고민해야 하는 상황이 됐다. 따라서 현재 보수의 위기는 경제적 측면에선 상당 부분 ‘고용의 위기’에 기인한 바가 크다.

동시에 보수의 위기는 보수 내부에도 있다. 보수건 진보건 이념은 시대 상황에 따라 변화하게 마련인데 한국의 보수는 옛날로 돌아갈 수 있다고 생각하며 자꾸 지나간 나날만 언급했다. 반면에 진보 진영은 이론적ㆍ사상적으로 칼을 갈아왔다. 민주화 이전은 보수 독점의 시대였다. 보수는 논쟁할 필요가 없었다. 그럴 상대도 없었다.

그러나 완전한 민주화가 이뤄진 이젠 상대가 생겼는데 보수는 ‘박정희 향수론’과 같은 식의 과거에만 젖어 있었다. 그러다가 단련된 진보 진영에 밀리고 있다. 보수가 옛날을 보수하고만 있으면 지는 게임이 될 수밖에 없다. 과거의 보수에서 지킬 것은 무엇인지 근본적으로 살펴보고 ‘앞으로의 보수는 무엇이다’라고 계속 보수의 가치를 만들어가야 한다.”

함 원장은 ‘공동체 보수’를 대안으로 내놨다. 그는 “국내에선 『정의란 무엇인가』의 저자 마이클 샌델을 진보적 인사로 보지만 미국에선 대표적 우파 철학자로 인정받는다”라며 “‘시장이 모든 것을 다 할 수는 없다’는 그의 얘기는 좌파가 주장하는 시장 비판론이 아니라 시장에 한계가 있으니 이를 보수적 가치로 채우자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함 원장에 따르면 시장이 해결하지 못하는 분야는 공공을 상대로 하는 영역이다. 함 원장은 “가족ㆍ이웃ㆍ지역ㆍ국가 등 공동체에 대한 헌신과 애정, 쌓아놓은 부를 나누는 자선과 같은 자발적인 공동체 의식이 한국 보수가 새롭게 지향할 가치”라고 강조했다.

함 원장은 또 보수가 주목할 세대로 한국 사회의 20대를 지목했다. 그는 “여론조사를 보면 20대는 대북 문제 등에서 60대와 유사한 의식을 보인다”며 “이들을 기존의 좌우 이데올로기로 재단해선 안 되며 20대의 도전 의식 등은 보수적 가치와 일맥상통하는 만큼 보수가 이들을 껴안을 수 있음을 보여줘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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