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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수감사절 호황은 국부 창출과 무관하다

중앙선데이 2011.12.03 21:13 247호 21면 지면보기
구름 같은 쇼핑 인파가 몰린 블랙 프라이데이(지난달 25일, 추수감사절 이튿날)의 매출 실적이 지난달 28일 알려지자 미국 주가는 급등했다. 유통업체의 올해 블랙 프라이데이 매출은 114억 달러(12조8000억원)로 지난해 같은 날보다 6.6% 늘었다. 추수감사절 주간 전체 매출은 524억 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6% 늘었다. 사이버 먼데이(지난달 28일, 추수감사절 연휴 이튿날)의 온라인 시장 매출도 전년보다 33%나 급증했다. 시장조사업체 콤스코어에 따르면 이번 사이버 먼데이의 매출은 역사상 최고 수준이었다.

증시 고수에게 듣는다

소비지출은 미 국내총생산(GDP)의 70%를 차지한다. 따라서 소비자가 움직이면, 나라 경제도 함께 움직인다.
하지만 올해 연말 쇼핑 시즌의 매출이 ‘기록적이다’ 또는 ‘향후 시장 흐름을 보여준다’고 평하는 것은 초점에서 벗어난 것이다. 국가의 부(富)는 소비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다. 생산 능력을 키우는 투자에서 나온다. 만일 소비가 부를 창출하는 것이라면 그리스는 부자 나라가 됐을 것이다.

개인도 정부도 소비만 하면서 부유해질 수는 없다. 부유함의 핵심 요소로 소비를 조장하는 문화는 잘못된 것이다. 흥청망청 돈을 써대는 소비 문화 때문에 미국의 저축률은 1970년대의 9.6%에서 80년대 8.6%, 90년대 5.5%로 떨어졌다. 2000년대에는 3.3%로 더 낮아졌다.

우리 세대는 1930년대 대공황 시기에 어린 시절을 보낸 부모로부터 절약의 미덕을 배웠다. 하지만 지금의 젊은 세대는 대공황기를 빛 바랜 흑백 사진 속 식량배급을 기다리는 실업자의 모습으로만 떠올릴 뿐 그들로부터 아무런 교훈도 얻지 못했다.

미국의 젊은 세대는 과시적 소비문화 속에서 자랐다. 그들은 실제 자동차와 집을 살 수 있는 능력이 있느냐가 아니라, 이달의 카드 대금이나 주택담보대출 이자처럼 지금 당장 생활에 들어가는 돈이 얼마냐를 더 중시한다. 신용카드는 젊은 세대의 이런 소비 행태를 가능하게 했다.

연방준비제도(Fed) 또한 기준금리를 사실상 제로로 만들어 저축 의욕을 감퇴시키는 데 일조했다. 소비자도 저축한다고 득될 것 없는 상황이다. 은행예금 이자는 물가를 고려하면 마이너스다. 많은 이코노미스트와 정책 입안자들은 침체 경기를 살리는 치료제로써 소비를 찬양한다.

말이 안 된다. 미국은 단기적 세금·소비·금융정책으로 인해 고통받고 있다. 소비를 찬양하는 것은 결핵에 걸려 쇠약해져가는 이들을 연상시킨다. 욕구 충족을 위한 소비행위는 부유함이 아니라 파괴와 쇠락으로 이어지기 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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