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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업 승계의 키워드는 절세

중앙선데이 2011.12.03 21:11 247호 23면 지면보기
전자부품 업체로 창립 이후 꾸준히 내실을 다져온 A전자는 최근 수년간 영업 호조로 이익을 많이 냈다. 평소 검소한 생활을 해온 창업자 B사장은 벌어들인 이익 대부분을 연구개발에 투자하거나 내부 유보하면서 사업에 몰두했다. 그런데 어느 날 B사장이 급작스레 세상을 떠나고 말았다. 회사의 경영권은 대학 졸업 후 2년째 경영수업을 받던 아들이 승계하게 됐다.

김중래의 ‘스마트 세(稅)테크’

그런데 문제가 생겼다. B사장은 오로지 일에만 매달린 나머지 가업 승계 준비를 전혀 하지 않았던 것이다. 그가 남긴 재산은 대부분 회사 주식이었는데 아들이 물려 받은 주식 가치가 20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평가되자, 이런저런 공제를 받고도 내야 할 상속세가 수십억원에 이르게 됐다. 수중에 돈이 많지 않은 아들은 공장 부지와 설비 등을 일부 팔아 현금을 마련하고 나머지는 보유 주식을 세금으로 납부했다. 그런데 회사 자산 매각으로 기업가치가 큰 폭으로 떨어진 데다, 가지고 있던 주식을 현물로 납부하는 바람에 상속인의 지분율이 크게 떨어졌다. 안정적인 경영권 확보가 곤란해진 것이다. 가업 승계 준비 부족은 이처럼 종종 후대 오너의 경영권 불안정을 초래한다. 중소기업 창업 1세대는 평생 일군 기업을 후대에 물려주는 것이 쉽지 않다며 고충을 토로한다.

가업 승계에는 몇 가지 고려할 요소가 있다. 먼저 회사가 처한 상황을 냉철히 파악한 뒤 어떤 사람을 후계자로 정할지 승계 유형에 대해 창업자의 결단이 필요하다. 그러고 나서 가족과 기업 내부 관련자들의 이해 관계를 적절히 조정하고 철저한 후계자 교육을 통해 적절한 시점에 기업을 물려주는 것이 바람직하다. 이 과정에서 최적의 절세 전략을 수립하는 것이 원만한 승계에 결정적 요소다. 상속세 최고세율이 50%에 달해 승계 과정에서 재산의 상당 부분을 세금으로 내게 되면 회사의 경쟁력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 그렇다고 엄청난 상속세 재원을 미리 비축하는 일 또한 쉽지 않다.

정부가 이런 문제점을 인식하고 2007년 이후 꾸준히 가업상속 공제 제도를 확대해 온 것은 다행이다. 가업상속 공제란 상속공제 제도의 하나다. 중소기업의 원활한 가업 승계를 지원하기 위해 일정 요건을 갖춘 중소기업이 상속인에게 정상적으로 승계될 경우 상속세를 줄여주는 제도다. 지난 9월 발표된 올해 세제 개편안을 보면 가업상속 공제 제도가 큰 폭으로 확대됐다. 올해 나온 조세 개편안 중 가장 파격적인 방안으로 꼽힌다.

현행 세법에서는 20년 이상 사업을 영위한 중소기업, 또는 매출액 1500억원 미만 중견기업을 상속받을 경우 상속 재산가액의 40%에 대해 최대 100억원까지 가업상속 공제를 해 줬다. 그러나 개편안이 실시되면 상속 재산가액의 100%에 대해 최대 500억원 한도 내에서 공제를 받을 수 있다.

20년 넘게 중소기업을 운영해 온 C사장(67)의 보유 주식가치는 500억원에 달한다. 현행 세법에 따라 자녀에게 가업을 상속하면 최대 100억원까지 가업상속공제를 받을 수 있다. 100억원을 초과하는 상속재산에 대해서는 상속인들이 170억원가량의 상속세를 내야 한다. 개정안대로 세법이 바뀌면 가업상속 재산가액의 100%인 500억원 전액을 공제받을 수 있다. 상속세를 한 푼도 내지 않게 되는 셈이다.

하지만 파격적 혜택인 만큼 그 요건을 갖추는 것이 간단치만은 않다. 가업상속 공제를 받기 위해서는 피상속인이 영위하는 사업이 세무상 가업에 해당해야 한다. 피상속인이 해당 기업의 최대주주로 일정 기간 이상 대표이사로 재직해야 한다. 또한 상속 개시일 전 2년 전부터 상속인이 해당 가업에 참여하는 사전적 요건도 갖춰야 한다. 실제 상속이 개시되면 상속인은 가업 전부를 물려받아야 한다. 즉 가업을 누구에게 승계할지를 사전에 결정하고 준비를 해야 혜택을 볼 수 있다. 만약 피상속인이 여러 개의 사업을 운영하는 경우에도 상속인 중 한 명이 해당 가업의 전부를 물려받는 경우에만 가업상속 공제를 받을 수 있다. 상속을 받은 후에는 상속인이 임원 및 대표이사에 취임해야 한다. 해당 가업용 재산의 처분도 제한을 받는다. 또 상속받은 지분율과 회사 고용을 유지해야 한다. 이상의 사후 관리 요건을 길게는 10년간 충족해야 한다. 이를 위배하면 공제받은 상속세를 추징당한다.

가업상속 공제 외에도 가업 승계를 독려하는 제도로 가업 승계 증여세 과세특례가 있다. 60세 이상의 부모가 10년 이상 영위한 가업을 18세 이상의 자녀가 승계할 목적으로 해당 기업의 주식을 증여 받은 경우 최대 30억 한도로 5억을 공제한 후 10%의 낮은 세율로 증여세를 매긴다. 일반적으로 증여세 최고세율이 50%에 달한다는 점을 감안한다면 상당한 혜택이다. 그러나 이 역시 가업 상속 공제와 마찬가지로 사후 관리 요건을 위배하면 적지 않은 증여세와 이자 상당액을 추징당할 수 있다.

이들 제도는 가업 승계에 따른 세금 부담으로 탈세 유혹에 빠지거나 또는 상속 과정에서 경영권이 불안정해지는 것을 막기 위해 도입됐다. 피땀 흘려 일군 기업이 계속 건재하기를 바란다면 법이 정한 테두리 안에서 안정적으로 가업을 후대에 물려줄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줄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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