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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 사회적기업단 7명 증원에 계열사 119명 자원

중앙선데이 2011.12.03 21:08 247호 24면 지면보기
Q.기업의 사회공헌 활동은 어떤 의미가 있나요? 이런 활동이 고객의 이익이나 기업의 지속가능성장과는 어떻게 연결됩니까? 사회적 기업의 의의는 뭔가요?

경영 구루와의 대화<10> 신헌철 SK에너지 부회장③

A.1971년 가을 제가 SK에너지의 전신인 대한석유공사 입사시험을 치를 때 ‘기업의 사회적 책임에 대해 논하라’는 주관식 문제를 받아 든 기억이 있습니다. 그로부터 40년이 흘렀으니 기업의 사회적 책임이 어제오늘 이야기는 아닙니다. 다만 과거엔 돈을 더 벌어 좋은 일에 쓰는 것으로 기업이 사회적 책임을 다했다면, 요즘은 사회적 기업 같은 진화된 형태로 취약계층에 사회적 서비스와 일자리까지 제공하기에 이르렀습니다. 가령 2009년에 설립된 고마운손은 핸드백과 구두를 위탁 제조하는데 새터민·노약자·여성 등 50명가량을 고용하고 있습니다. 사회적 기업은 자본주의의 꽃인 주식회사의 대안 모델이라고도 할 수 있습니다. 사회적 기업을 설립하는 것은 우리 사회를 선진화하는 일종의 사회운동이라고도 할 수 있죠. 이른바 동반성장의 효과를 거둠으로써 우리 사회의 복지를 증진하는 의미도 있습니다. 유럽·미국 등 선진국에서는 일찍이 1970년대에 사회적 기업이 싹텄습니다.

사회적 기업은 이윤 추구가 절대적 목적인 영리 기업과 달리 영리 기업과 비영리 조직의 특성을 동시에 지닌 ‘하이브리드형’ 기업입니다. 공공복리라는 사회적 목적을 추구하면서 기업으로서의 영업활동도 하죠. 궁극적으로는 일부 취약계층을 위한 복지의 수단이 아니라 다수의 소비자를 위한 보편적 복지에 기여해야 할 걸로 봅니다. 예를 들어 40만원짜리 저가 TV를 생산한다면 훨씬 더 많은 사람이 TV라는 창을 통해 세상과 소통할 수 있겠죠.

사회공헌 활동의 대상자 중 상당수는 자사 제품이나 서비스를 사서 쓰는 고객이 아닙니다. 왜냐하면 사회공헌 활동의 대상자가 대부분 사회적 약자이기 때문이죠. 우리 사회의 빈부격차가 커지면 우리 제품의 소비자도 사회적 약자로 전락할 수 있습니다. 그 결과 사회적 약자층은 두꺼워지고 구매력을 갖춘 중산층 이상 고객층은 줄어들 수 있어요. 한마디로 고객이 비고객화하는 상황이 닥칠 수 있습니다. 이렇게 되면 지속가능한 경영이 위협을 받게 됩니다. 기업이 지속가능하려면 부단히 성장하고 일자리를 만들어내야 합니다. 그런데 고객이 줄어들면 성장도 고용창출도 멈추고 맙니다. 촛농이 마르면 촛불이 꺼지듯이 말이죠.

지속가능한 경영이란 기업이 재무적으로 좋은 성과를 올리는 한편 환경과 사람과 바른 관계를 맺는 것을 말합니다. 이때 사람이란 주주·소비자·임직원 등 이해관계자를 말하죠. 자본주의가 발달하면서 의도하지 않은 폐해가 나타났는데 바로 환경오염과 낙오자를 만들어낸 것입니다. 낙오자를 구제하려면 빵과 고기를 주기보다 자기 힘으로 살아갈 수 있도록 빵을 굽는 화로와 낚싯대, 그리고 이들 도구를 다루는 기술을 제공해야 합니다. 자선을 베풀듯이 금품을 제공하는 식으로 돕던 시대는 지났습니다. 자활을 할 수 있도록 도와야 지속적으로 자립할 수 있죠. 지속가능 경영이란 이해관계자가 행복한 경영입니다. 그런 기업이 오래갑니다.

저는 SK의 사회적기업단장을 맡고 있습니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관계사 직원들이 사회적기업단에 파견 나오길 꺼렸습니다. 그런데 올해는 7명 증원하는데 119명이 자원했습니다. SK텔레콤 같은 알짜회사에서도 배정인원 2명에 39명이나 지원했어요. 이런 사회공헌 활동 경험이 보람도 있지만 세상살이에 유용하다는 것을 깨닫기 시작한 때문이라고 봅니다. 사법시험을 준비하느라 책상머리에서 보낸 시간 못지않게 다양한 사람과 소통하고 섬겨본 경험을 평가하는 세상이 돼 가고 있습니다. 또 이런 사람이 많아져야 이해관계자와의 사이가 좋아져 기업의 지속가능성도 커집니다.

궁극적으로는 사회에 공헌하고 인류의 행복에 이바지한다는 비전 내지 철학이 기업문화로 뿌리내려야 합니다. 구성원들로 하여금 문화적으로 나눔과 상생에 젖어 들게 만들어야 돼요. 그럴 때 비로소 사회공헌의 비전과 철학이 기업의 DNA로 내장됩니다. 그래야 CEO가 바뀌더라도 사회공헌 활동을 지속할 수 있고 지속가능한 경영에도 한 걸음 다가설 수 있죠.

저는 2001년부터 42.195㎞ 마라톤을 31번 완주했습니다. 55세에 퇴행성 관절염에 걸렸는데 마라톤으로 극복했지요. 그 후 완주할 때마다 불우이웃 후원금을 모금해 그동안 모두 19억원을 모았죠. 뛸 때마다 1만원, 2만원의 후원금을 걷고 낸 분들의 이름을 프린트한 8~10장짜리 명단철을 등에 진 채 달립니다. 또 모금하기 전과 후원금을 집행하고 난 뒤 후원자들에게 일일이 편지를 보냅니다. 후원금의 사용내역을 투명하게 보고하는 거지요.

2008년 미국 보스턴 마라톤과 뉴욕 마라톤 대회에서 뛰었을 땐 총 3억6000만원이 모였더군요. 후원금의 약 절반은 SK 외부에서 들어왔는데 매칭 그랜트 방식으로 회사에서 같은 액수만큼 후원금을 보탰습니다.

저는 사람의 본성이 선하다고 믿습니다. 집을 지어주는 일이든 밥을 푸는 일이든 봉사를 하고 나면 누구나 흐뭇합니다. 선행에 참여할 여건과 기회가 주어지면 대부분의 사람은 동참합니다.

마라톤과 기업 경영은 닮은꼴입니다. 둘 다 계획(plan)-실행(do)-성과 평가(see) 세 단계를 밟죠. 계획 단계에서 마라토너가 주행 계획을 세우듯이 기업은 전략을 짜고 실행 계획을 세웁니다. 마라토너에게는 완주 의지가 필수적인데 기업 구성원의 열정· 몰입과 대응합니다. 실행 단계의 마라토너에게 자기 관리가 요구된다면 기업은 자원 관리를 해야 되죠. 마라토너가 성과 평가 단계에서 완주의 기쁨을 맛보듯이 기업은 사업을 통해 성과 창출이라는 보상을 얻습니다.

SK도 2005년까지는 이익 극대화가 기업의 궁극 목표였습니다. 그 후 사회적 기업을 통해 우리 사회의 문제를 해결한다는 일념으로 행복한 학교 등 9개의 사회적 기업을 직접 설립했습니다. 62개 사회적 기업은 체계적으로 지원하고 있고요. 물론 시행착오도 겪었습니다. 서산대사가 임진왜란 때 쓴 야설(夜雪)이란 시에 이런 대목이 있습니다. “눈 덮인 들판이지만 함부로 아무 데로나 걸을 수가 없구나. 오늘 내가 남긴 발자국이 뒤에 따라오는 사람에게 이정표가 되기에.” 고심 또 고심해 개척한 결과가 뒤따라오는 이들에게 도움이 됐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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