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줄루족 ‘이산들와나 전투’의 압승 비결, 전투력+전술

중앙선데이 2011.12.03 20:47 247호 8면 지면보기
제임스 매코널이 1973년에 그린 ‘이산들와나 전투’의 상상화. 1879년 1월 줄루족은 4만 명의 병력을 동원해 신식 무기로 무장한 영국군 1800명을 쫓아냈다. [노병천 제공]
“창이 총을 이겼다!” 영국 사람들은 이 믿기지 않는 사실에 귀를 의심했다. 저 멀리 아프리카에서 날아온 충격적인 소식이었다.
1879년 1월 21일 오전 9시 아프리카 남부 이산들와나(Isandlwana) 평원을 가득 메운 4만 명의 줄루(Zulu)족 전사들이 1800명의 영국군을 덮쳤다. 이산들와나 전투였다. 엄청난 병력 차이에도 영국군은 오히려 반겼다. ‘짧고 비용이 덜 드는 승리의 기회’로 여겼다. 신식 무기로 한꺼번에 다 해치우겠다는 것이다.

손자병법으로 푸는 세상만사 <6> 창으로 총을 이기는 奇正전략의 비밀


그런데 오후 2시쯤 끝난 전투의 결과는 상식을 뒤엎었다. 줄루족의 압승이었다. 영국군은 1329명(원주민 기병대 471명 포함)의 전사자를 내고 쫓겨났다. 도리깨ㆍ방패로 무장한 ‘미개한 흑인 군대에 대영제국이 패배했다’는 사실에 영국은 물론 유럽 대륙이 큰 충격을 받았다.

이 전투의 중심에는 한 명의 탁월한 리더가 존재했다. 바로 ‘검은 나폴레옹’이라고 불리는 샤카(Shaka)였다. 이산들와나 전투는 샤카가 죽은 지 50년이 지난 후에 줄루족의 마지막 왕이 되는 케츠와요(Cetewayo)에 의해 치러졌지만 승리의 뿌리는 샤카에게 있었다. 그가 모든 기반을 닦아 놓은 덕택이었다.

샤카는 무슨 준비를 했는가? 먼저 그는 개인의 전투력을 향상시켰다. 이를 위해 모든 전사들의 발바닥을 단련시켰다. 전사들이 땅의 형태와 관계없이 어디를 가든 맨발로 다니며 발바닥을 단련하게 했다. 나중에 그는 부하들에게 하루에 80㎞까지 맨발로 달리게 하고, 가시가 깔린 땅에서 훈련을 실시했다. 둘째, 줄루족의 기본 무기인 창을 개량했다. 샤카 이전의 창은 던지는 용도로만 사용했다. 한 번 던져버리면 다시 사용할 수 없었다. 그래서 샤카는 손잡이가 더 무겁고, 길이는 더 짧고, 날이 평평하면서 날카롭고, 적을 찌르기에 아주 좋은 창을 개발한 것이다. 셋째, 나무와 쇠가죽으로 된 방패를 개량했다. 전투 때 들고 다니기 쉽게 크기를 줄인 것이다.

빼앗은 영국군 무기 못 써 5개월 뒤 패배
샤카는 개인의 기초전력을 잘 다진 뒤에 집단이 잘 싸울 수 있는 체제를 개발했다. 집단 통제력을 높이기 위해 나이에 따라 연대조직을 편성했다. 그리고 독특한 표준 전술을 개발했는데 임폰도 잔코모(impondo zankomo)라고 불리는 ‘황소의 뿔’ 전술이다. 개인 기술과 조직 기술에 이어 시스템적 기술 우위를 창안한 것이다. 황소의 뿔 전술은 주력부대가 위치하는 황소의 가슴, 바로 그 뒤에 위치하는 예비대 개념의 황소의 옆구리, 그리고 최정예 부대로 적의 측면이나 후방을 기습적으로 공격하는 황소의 뿔로 구성된다. 샤카의 전사(戰士) 훈련 프로그램을 보면 먼저 개인의 역량을 높인 뒤 집단의 힘을 최대한 높였음을 알 수 있다.

이런 방식은 경영일선의 모든 리더가 응용할 수 있는 좋은 방식이라 평가할 만하다. 먼저 개인역량을 최대로 높이려는 사내교육은 반드시 필요하다. 여기서 개인역량을 높이는 방식은 정(正)의 영역에 속한다. 기본을 튼튼히 하는 것을 말한다. 그리고 개인역량을 바탕으로 집단의 전술을 창안한 것은 기(奇)의 영역에 속한다. 결국 샤카는 기정(奇正)의 전략을 통해 창으로 총을 이긴 것이다.

한 명의 천재가 종족을 살렸다. 전투 이후 줄루족은 영국군과 비교해 손색없는 장비를 갖췄지만 이후 5개월 후 전력을 증강시킨 영국군에 패배하고 말았다. 노획한 소총과 대포를 제대로 쓰지 못해서다. 줄루족은 결국 13개 소국가로 분할되는 운명을 맞았다. 이것을 보며 무엇을 생각할 수 있는가? 그렇다. 아무리 기(奇)가 많아도 전체적으로 정(正)의 힘이 약하면 승리하기 어렵다는 교훈이다. 이제 본격적으로 기정(奇正)에 대해 논의해 보자.

손자병법 병세(兵勢) 제5편에 보면 “정(正)으로 대치하고 기(奇)로써 승리를 거둔다(以正合 以奇勝)”라는 말이 나온다. 경쟁을 하거나 싸움을 할 때는 정(正)을 기반으로 하되, 기(奇)로써 이겨나간다는 말이다. 정(正)이란 방패로 막고 기(奇)란 창으로 찌르는 것이다.

여기서 정은 무엇인가? 두 가지로 크게 말할 수 있다. 눈에 보이는 유형전력(有形戰力)과 눈에 보이지 않는 무형전력(無形戰力)이다. 유형전력으로서의 정(正)은 힘의 실체를 말한다. 예를 들면 전쟁을 하기 위해 준비한 전차, 전투기, 대포, 미사일, 구축함, 잠수함, 어뢰, 지뢰, 통신장비, 요새 등을 포함한다. 전쟁을 하기 위한 기초자산이다. 기업경영 측면에서 본다면 자본력, 공장, 기계, 설비, CEO, 숙련된 인력, 종업원, 기술자, 연구원 등 인적·물적 자산을 말한다.

무형전력에서의 정은 무엇인가? 정도(正道), 원칙(原則)을 말한다. 기업 세계에선 상도(商道)를 가리킨다. 또한 눈에 보이지 않는 힘인 인력 훈련 수준, 숙련도, 기술력, 지적 노하우 등도 이에 해당된다. 경쟁을 할 때는 우선적으로 이런 유·무형 전력인 정(正)을 잘 준비해야 한다. 이것이 싸움을 위한 기초다, 어떤 일을 하기 위한 기본바탕이다. 이것이 약하면 오래가지 못하고 언젠가는 무너진다.

1970년 와우 아파트가 무너지고, 94년 성수대교, 95년 삼풍백화점이 무너진 사건을 떠올려 보자. 기초가 부실하면 이렇게 무너진다. 현존하는 세계 최고층 건물은 두바이에 있는 부르즈 칼리파(Buri Khalifa)다. 2010년 1월 4일 개장했는데 162층에 높이가 828m다. 여의도의 63빌딩(249m)이나 남산(262m)의 세 배쯤 되는 높이다. 그런데 이보다 170m나 더 높은 건물이 사우디아라비아 제다(Jeddah)에 세워진다고 한다. 무려 1001m 높이의 킹덤 타워(Kingdom Tower)다. 5년 후에는 아마 하늘을 찌르는 현대판 바벨탑을 보게 될 것이다. 부실공사나 편법이 아닌 정(正)으로 제대로 건축한다면 1001m가 아니라 2000m도 가능할 것이다.

기업경영에서 奇는 창조적 아이디어·발상
기(奇)는 무엇을 말하는가? 잘 준비된 정(正)을 바탕으로 다양한 상황에 맞춰 승리할 수 있는 새로운 전략(戰略·strategy)을 말한다. 새로운 아이디어, 창조적 발상을 말한다. 아무도 생각하지도 못한 돌출기법을 말한다. 적과 마주할 때는 정력(正力)으로 한다. 그리고 적이 전혀 눈치 채지 못하게 적의 측방이나 후방으로 특공대나 기병을 보낸다. 바로 이들이 결정적으로 승리를 엮어내는 역할을 한다. 이것이 기의 역할이다. 이를 두고 ‘기로써 승리한다(以奇勝)’고 한다.

기는 주로 전술(戰術) 영역에서 자주 사용되지만 멀리, 넓게, 깊게 보는 전략적 차원도 동시에 고려할 수 있어야 한다. 기는 전적으로 창의력에 달려 있다. 손자는 이렇게 말한다. “기를 잘 쓰는 자는 그 끝없음이 천지와 같고, 마르지 않음이 강과 바다와 같다(善出奇者 無窮如天地 不竭如江海).”

정과 기는 밀접한 관계에 있다. 정의 힘이 약하면 기가 발휘되는 영역은 제한된다. 한비자(韓非子)에 보면 ‘초명(<9E6A>明)의 날개를 단 비둘기’라는 우화가 있다. 초명은 크고 강한 날개를 가지고 있는 전설적인 새다. 해설서인 집해(集解)에 “초명은 봉황과 비슷하다(<9E6A>明似鳳)”라는 구절이 있는 것으로 보아 봉황과 비슷한 새로 보인다. 만약에 이 초명의 깃털을 뽑아 비둘기에게 붙여 준다고 하자. 비둘기는 그 깃털 때문에 무거워서 제대로 운신도 하지 못할 것이다. 아무리 좋은 것이라도 기초체력이나 감당할 능력, 즉 정이 갖춰지지 않으면 소용없다는 얘기다. 샤카가 개인역량(正)을 우선적으로 잘 갖추었기 때문에 황소의 뿔 전술(奇)을 사용할 수 있었다.

정과 기는 서로에게 영향을 준다. 정의 힘이 많고 단단해야 기는 그것을 바탕으로 더 멀리, 더 과감하게 뻗어나갈 수 있다. 정의 힘이 약한데도 무리하게 기를 펼치려고 하면 처음에는 먹힐지 몰라도 결국 오래가지 못한다. 그리고 기를 잘 발휘해야 정이 깨어지지 않고 보존이 가능하다. 기가 잘못 사용되면 정에게도 영향을 미쳐 손상을 주게 된다. 손상을 무릅쓴 채 어떤 일을 강행한다면 온전함(全)이 파괴돼 좋지 않다. 정과 기는 서로가 서로를 낳는다. 조금 더 철학적인 개념으로 이 의미를 확장시키면 정은 곧 기가 되고, 기는 곧 정이 된다. 경쟁자의 입장에서 보면 어느 것이 정인지 어느 것이 기인지 분별조차 어렵다. 기정(奇正)은 서로에게 영향을 주어 돌고 돌며 그 힘을 확장시켜 나간다.

그래서 이 둘의 시너지 효과(Synergy Effect)는 승부의 세계에서 막강한 위력을 발휘하게 된다. 이 부분에 대해서 손자는 말한다. “본래 소리와 색깔은 다섯 가지이지만 서로 섞으면 그 변화는 이루 말할 수 없다. 기정(奇正)도 두 가지에 불과하지만 기정의 변화를 다 알 수 없다(奇正之變不可勝窮).”

한 명의 천재가 수만 명을 먹여 살릴 수 있는 세상이다. 기(奇)의 달인 스티브 잡스는 바로 그런 사람이었다. 잡스(Jobs)라는 이름을 뜯어보면 일자리(Jobs)를 제공해주는 사람이라는 의미가 있으니 그 이름에 참 걸맞은 일을 했다. 어디 잡스 한 사람뿐이겠는가. 또 다른 잡스, 또 다른 샤카가 그들의 영역에서 지금도 수많은 사람을 먹여살리고 있다. 정(正)을 바탕으로 기(奇)를 창출하는 기정전략(奇正戰略)에 대해 깊이 생각해 보자. 우리나라에서도 기정전략을 바탕으로 더 많은 사람들을 먹여살릴 수 있는 기막힌 해법이 나오길 바란다.



노병천 철학박사. 육사(35기) 졸업 뒤 합참전략기획장교, 미국 지휘참모대학 교환교수를 지낸 전략 전문가다. 34년 동안 전쟁사와 전략 연구에 몰두했다. 이순신 전문가로 이름이 높다. 『이순신대학 불패학과-명량대첩』 등 저서 29권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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