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忘憂物<망우물>

중앙선데이 2011.12.03 20:28 247호 27면 지면보기
올해도 어김없이 송년회 계절이 돌아왔다. 송년모임의 백미(白眉)는 지기(知己)와 나누는 한 잔의 술이다. “술이란 하늘이 준 아름다운 선물이다. 제왕은 술로 천하를 양생했고, 제사를 지내 복을 빌고, 쇠약한 자를 돕고 질병을 치료했다. 예를 갖추는 모든 모임에 술이 없으면 안 된다.” 중국의 한서(漢書) 식화지(食貨志)에 나오는 술에 대한 해설이다. 신(新)나라를 세운 왕망(王莽)은 “소금이 음식의 장수(將)라면, 술은 백약의 으뜸(百藥之長)”이라고 치켜세운 뒤 술을 국가 전매품으로 만들었다.
진(晉)나라 시인 도연명(陶淵明)은 시 ‘음주(飮酒)’ 제7수에서 “가을 국화는 빛깔도 아름답네(秋菊有佳色), 이슬 머금은 그 꽃을 따(<88DB>露<6387>其英), 이 시름 잊게 하는 물건에 띄우니(汎此忘憂物), 속세 버린 나의 정이 더욱 깊어지네(遠我遺世情)”라고 노래했다. 이때부터 술은 근심을 잊게 해준다 하여 망우물(忘憂物)로 불렸다.

漢字, 세상을 말하다


삼국지의 영웅 조조 역시 ‘단가행(短歌行)’에서 술을 예찬했다. “술잔 들고 노래 부르자, 인생 얼마나 남았겠나(對酒當歌 人生幾何)/ 아침 이슬처럼 스러질 것이건만, 지난 세월 고생도 많았다(譬如朝露 去日苦多)/ 주먹 쥐고 울분 토해도, 지난 근심은 잊을 수 없어라(慨當以慷 憂思難忘)/ 아! 무엇으로 시름을 떨치리오, 오직 술뿐인 것을(何以解憂 唯有杜康)”

시선(詩仙) 이백(李白)은 사내가 한 번 마시면 삼 백 잔은 마셔야 한다고 ‘장진주(將進酒)’에서 노래했다. 조선(朝鮮)의 송강(松江) 정철(鄭澈)도 “곳 것거 산(算) 노코 무진무진(無盡無盡) 먹새근여”라며 시조 ‘장진주사(將進酒辭)’에서 술을 권했다.

하지만 과유불급(過猶不及)이다. 지나치면 모자라는 것만 못한 법. 명(明)말의 학자 홍응명(洪應明)이 지은 채근담(菜根譚)의 다음 구절은 연말 모임에 딱 알맞은 경구다.

“꽃을 감상할 때는 반쯤 피어 있는 게 좋고, 술을 마실 때는 얼큰할 정도가 좋다. 이 가운데 (꽃 감상의) 아름다움과 (음주의) 멋이 있다. 꽃이 활짝 피고 술에 흠뻑 취하면, 도리어 추악한 지경에 이르니 가득 찬 상태에 있는 이는 생각할 일이다.(花看半開 酒飮微醉, 此中大有佳趣. 若至爛漫<9155><9184>, 便成惡境矣. 履盈滿者, 宜思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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