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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근시간대 홈피 못 보게 … 젊은 유권자 ‘투표소 검색’ 차단 노린 듯

중앙일보 2011.12.03 01:45 종합 4면 지면보기
한나라당 최구식 의원이 2일 국회 정론관에서 자신의 비서가 중앙선관위 홈페이지를 분산서비스거부(DDoS) 공격을 한 범인이라는 경찰 발표에 대한 입장을 밝힌 뒤 회견장을 나서고 있다. 최 의원은 이날 “만약 제가 사건에 연루됐다는 사실이 드러나면 즉각 의원직을 사퇴하겠다”고 말했다. [오종택 기자]


여당 의원실 수행비서가 10·26 서울시장 보궐선거 때 선거 방해 사이버테러를 했다는 경찰 조사 결과가 발표되면서 정치권에 큰 파문을 일으키고 있다. 특히 범행 과정에서 윗선의 지시가 있었는지 여부에 따라 이 사건의 폭발력이 달라질 것으로 보인다.

10·26 서울시장 보선 날 디도스 공격 … 최구식 의원 수행비서 공씨 영장



 2일 경찰청 사이버테러대응센터에 따르면 선관위 홈페이지에 디도스(DDoS·분산서비스거부) 공격을 주도한 인물은 한나라당 최구식(경남 진주갑) 의원실의 수행비서(9급 상당) 공모(27)씨인 것으로 조사됐다. 경남 진주 출신인 공씨는 선거 전날 밤 고향 후배이자 홈페이지 제작업체 대표인 강모(25)씨에게 전화를 걸어 “선관위 홈페이지를 마비시켜달라”고 요청했다는 것이다. 강씨는 평소 “마음만 먹으면 디도스 공격으로 홈페이지를 마비시킬 수 있다”고 자랑을 했다고 한다. 당시 온라인 도박 사이트 개설에 필요한 라이선스 구입차 필리핀 출장 중이던 강씨는 공씨의 전화를 받은 뒤 직원 황모(25)씨에게 전화를 걸어 선관위 홈페이지 공격을 지시했다고 경찰은 설명했다. 이후 또 다른 직원 김모(27)씨는 26일 새벽 1시 테스트를 거쳐 디도스 공격을 실행에 옮겼으며 황씨는 진행 과정을 점검했다는 것이다. 이들은 200여 대의 좀비PC를 감염시키는 방법으로 1초당 263MB 용량의 대량 트래픽을 유발해 선관위 홈페이지를 마비시켰다고 경찰은 말했다. 공씨와 강씨는 물론 직원 김씨와 황씨도 모두 고향 선후배 관계인 것으로 나타났다.



 경찰은 이들이 어떤 목적을 갖고 범행을 저질렀는지, 윗선의 지시가 있었는지 등에 대해 수사 중이다. 선거 당일 선관위 홈페이지가 마비됐던 시점은 오전 6시15분~8시32분이었다. 이 때문에 인터넷 검색이 익숙한 상당수 야당 성향의 20~30대 유권자들은 투표소 검색에 애를 먹었다는 주장이 제기돼왔다. 선관위 홈페이지에는 ‘선거정보시스템’ 코너에서 후보들의 약력과 투표소 위치 등을 검색할 수 있게 돼 있다. 선관위 홈페이지를 통해 매시간 투표율이 발표되는 상황에서 발표 내용에 따라 투표 여부를 결정하려는 유권자들의 정보 접근을 차단하기 위한 것이란 추정도 나오고 있다.



 경찰은 또 공씨를 제외한 범인 3명에게서 “박원순 당시 후보의 홈페이지도 공격했다”는 진술을 확보했다고 밝혔다. 박 후보의 홈페이지인 ‘원순닷컴’에는 공약 사항인 ‘희망공약’ 등의 코너가 개설돼 있었다. 오전 1시47~59분에 1차 공격을, 5시50분~6시52분에 2차 공격을 받아 접속이 원활하지 않았지만 박 시장 측은 수사 의뢰를 하지 않았다. 경찰 관계자는 “당시 박 시장 측이 수사 의뢰를 하지 않아 증거자료를 얻지 못했다”며 “인지 수사를 할 수도 있지만 증거가 확보되지 않은 상황에선 수사 진척이 어렵다”고 말했다.



 현재 공씨는 혐의를 부인하고 있으나 디도스 공격을 실제로 진행한 강씨 등 3명은 "공씨로부터 지시를 받았다”고 진술했다. 경찰 관계자는 "강씨 등의 컴퓨터 활용 수준이 매우 높은 편”이라며 “ 수사 초기 단계여서 윗선과 연결 가능성을 예단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고 말했다.



 ◆“공씨, 컴퓨터와 거리 먼 운전기사”=최구식 의원실에 따르면 이번 사건을 주도한 공씨는 경남 진주에 있는 경상대 축산과를 1년 다니다 장기 휴학으로 제적됐다. 이후 공인중개사 자격증을 따 진주에서 부동산중개업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9월 최 의원의 운전기사가 그만두면서 기사 겸 수행비서로 일해 왔다. 최 의원실 관계자들은 “전공이 컴퓨터와 거리가 멀어 이런 일에 연루됐으리라곤 상상도 못했다”고 말했다. 의원실 측은 “공씨는 ‘허리 디스크와 간염 때문에 건강이 좋지 않아 쉬겠다’며 지난달 28일부터 출근하지 않았다”고 전했다.



 최 의원은 이날 오전 11시쯤 당 지도부에 공씨가 선관위 홈페이지 디도스 공격에 연루됐다는 사실을 보고한 뒤 “본인과는 전혀 상관없는 일”이라고 해명했다. 최 의원은 “주범 3명은 인터넷 전문가로 사이버도박을 하던 친구들”이라며 “젊은이들이 과시욕 때문에 벌인 일이 아닌가 생각한다”고 말했다.



글=박성우 기자

사진=오종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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