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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 예산안 처리 9년째 지각

중앙일보 2011.12.03 01:36 종합 10면 지면보기
2일 오전 국회 예결특위 계수조정소위가 열려 여당 단독으로 예산안 심의가 시작됐다. 국회는 9년 연속 처리 법정시한(12월 2일)을 지키지 못했다. [오종택 기자]


2일 오전 11시, 국회 본청 638호 예산결산위원회 계수조정소위원회장. 한나라당 소위원 중 한 명인 이종혁 의원이 의아한 표정으로 물었다.

올해도 졸속 심의 불 보듯



 ▶이종혁 의원=잠깐 나갔다 왔더니 왜 벌써 파장 분위기야?



 ▶정갑윤 위원장=(파장은 아니고) 심사를 하고 있다. 하지만 정말 착잡하다. 오늘이 헌법에 정해진 예산안 통과 기일인데….



 정갑윤(위원장)·장윤석 등 한나라당 소속 위원 7명만 자리한 계수조정소위는 두 사람의 대화처럼 김이 빠진 채 진행됐다.



 민주당 소속 위원들이 여당의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비준안 강행 처리에 반발해 11일째 파행했기 때문이다. 전날 강기정 등 민주당 소위 위원 4명은 여당이 단독으로 소집한 계수조정소위 심사를 중단시켰으나, 이날은 아예 참석도 하지 않았다.



 내년 예산안에 마지막 손질을 가하는 계수조정소위에서 예산안을 확정하지 못했기 때문에 국회는 9년 연속 예산안 법정 처리시한(2일)을 넘기게 됐다. 예산심사가 제대로 진행되지 못하면서 이날 열릴 예정이던 본회의는 취소됐고, 9일까지인 정기국회 일정 내에도 예산안 처리가 사실상 어렵게 됐다.



 황우여·김진표 여야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만나 계수조정소위를 재가동하는 방안을 논의했지만 이견을 좁히지 못했다. 민주당은 한·미 FTA 강행처리에 대한 사과와 신뢰회복 조치를 전제조건으로 내세웠다. 하지만 한나라당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여야는 서로를 비난했다. 한나라당 이명규 원내수석부대표는 당 회의에서 “민주당이 이번 정기국회에서 한 일이 한·미 FTA 반대 이외에 뭐가 있느냐”며 “민주당은 정치권의 공멸을 막기 위해서라도 하루빨리 국회에 복귀해 본연의 자세를 찾아야 할 것”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나 민주당 강기정 의원은 기자회견을 열어 “한나라당이 지금 해야 할 일은 예산안 단독심사가 아니라 날치기로 인해 빚어진 국회 파행에 대해 사죄하고 국회 정상화를 위한 책임 있는 모습을 보이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국회 한 관계자는 “예산안은 제대로 심의해도 시간이 모자라는데 이미 법정기한을 넘겼고, 나중에 합의가 이뤄져 심사가 이뤄져도 졸속심사밖에 더 이뤄지겠느냐”고 꼬집었다.



글=신용호 기자

사진=오종택 기자



◆계수(計數)조정소위=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에서 정부 예산안을 세부 사업별로 증액·감액 여부를 심사해 확정하는 권한을 가진 소위원회. 계수조정소위는 16개 상임위별 예비심사 결과를 참고로 원점에서 예산안을 다시 심사한다. 예산이 사실상 계수조정소위에서 결정돼 위원들은 심사 기간 중 정부와 산하기관, 동료 의원들로부터 많은 ‘예산 민원’을 받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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