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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발로 온 김영완, 검찰과 ‘거래’ 있었나

중앙일보 2011.12.03 01:00 종합 20면 지면보기
지난달 26일 무기 거래상 김영완(58·사진)씨가 자청해 대검 중수부 조사를 받은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도피 8년 만에 조사 자청 귀국 의문
①내년 총선·대선 앞두고 야당 인사 겨냥?
②장기 해외 도피 생활 스트레스로 건강 악화?
③빌딩 등 차명관리 재산 뺏길까 우려?

 그의 귀국은 2003년 3월 대북송금 특검법이 국회에서 통과되면서 미국으로 도피한 지 8년 9개월여 만이다.



김씨는 2003년 대북송금 사건(송두환 특검팀 수사)과 현대 비자금 사건(대검 중수부)의 매듭을 지을 수 있는 핵심 인물로 지목돼 왔다. 이들 두 사건에는 권노갑 전 민주당 고문과 박지원(현 민주당 의원) 전 문화관광부 장관 등 김대중(DJ) 정부의 실세들이 연루돼 있다.



또 고(故) 정몽헌 현대그룹 회장이 스위스 계좌를 통해 권 전 고문 측에 송금한 3000만 달러의 성격 등은 아직도 풀리지 않은 미스터리로 남아 있다.



특히 검찰 조사 시기가 내년 총선과 대선 등을 앞둔 미묘한 시점이어서 검찰과 김씨 간에 모종의 거래가 있지 않느냐는 얘기도 나오고 있다.



현대 측이 수백억원대의 비자금을 괴박스에 담아 김영완씨 집으로 운반했다는 의혹을 제기한 본지
2003년 2월 13일자(왼쪽)와 6월 30일자.
2일 검찰 등에 따르면 김씨를 직접 조사한 중수부 수사팀은 개인적인 이유에서 김씨가 자수한 것으로 보는 분위기다. 오랜 도피 생활에 지친 김씨가 올해 들어 부쩍 한국에 다시 돌아가고 싶다는 말을 지인들에게 자주 털어놨다는 정황을 근거로 든다. 한 수사팀 관계자는 “김씨가 처음엔 3~4년만 참으면 돌아올 수 있을 것으로 생각했으나 미국 도피 기간이 길어지면서 스트레스로 인해 건강도 안 좋아졌다”고 말했다.



 재산 관리인에게 맡겨 둔 건물 등 국내 재산 관리가 힘들어진 것도 이유로 꼽힌다. 김씨는 해외 도피 때 1000만 달러 상당의 돈을 전달받아 지금까지 사용해 왔다고 한다. 김씨를 잘 아는 변호사는 “김씨는 도피 3개월 뒤인 2003년 6월 서울 강남의 아파트 단지를 분양한 자금 1000만 달러를 여러 개의 계좌를 통해 송금받아 자신과 자녀 등 가족들의 체류 비용으로 사용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그러나 그 돈을 대부분 쓴 데다 김씨 소유 빌딩을 관리해 온 송모씨 등이 임대수익이 줄었다며 2년 전부터 차츰 송금액수를 줄였다고 한다. 급기야 빌딩을 가로채려는 일련의 징후가 있어서 그 문제 해결이 시급했을 것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김씨는 강남에 여러 채의 부동산을 보유한 재산가로 알려져 있다.



서울 서초동의 D주상복합 아파트도 한때 김씨가 이사로 있던 부동산개발회사가 소유권을 갖고 있었던 것으로 본지 취재 결과 확인됐다. 지하 5층, 지상 15층의 이 아파트는 등기부등본상 2005년 8월까지 문제의 부동산개발회사 재산이었다.



김씨는 경기도 양평에 건설 중인 골프장에도 일정 지분을 투자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내년 총선·대선을 앞두고 야당의 특정 인사를 겨냥한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김씨 조사 사흘 뒤 재출국 논란=대검 중수부는 지난달 26일 조사를 받은 김씨가 사흘 뒤인 29일 미국으로 다시 출국했으나 조만간 재소환해 조사할 것이라고 밝혔다. 출국 허용 이유에 대해서는 “김씨가 재조사를 받기 위해 다시 귀국하겠다고 약속했고, 김씨의 변호인이 이를 책임지겠다고 담보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박지원 전 장관의 측근 인사는 기소유예를 조건으로 한 플리바기닝 의혹을 제기했다. 이 인사는 “2004년 권노갑 전 고문이 200억원을 받은 혐의에 대해 대법원에서 유죄가 확정된 이후 김씨는 2005년 1월께 기소중지된 피의자”라며 “권 전 고문의 알선수재 공범을 그냥 출국하도록 한다는 건 상식에 반하는 일”이라고 비판했다.



이동현·이정봉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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