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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OK] 공황은 인재다, 고로 예방할 수 있다

중앙일보 2011.12.03 00:55 종합 22면 지면보기
경제는 왜 위기에 빠지는가

하야시 나오미치 지음

유승민·양경욱 옮김, 그린비

304쪽, 1만5000원




한국전쟁(1950년)과 천안함 사건(2010년). 60갑자로 보면 둘 다 경인년(庚寅年) 호랑이의 해에 일어났다. 그건 우연이 아니라고 믿는 사람들이 있다. 60갑자 주기설 신봉자다. 과학적 근거가 있느냐고 묻는 이가 많을 것이다.



 그러나 과학을 한다는 학자도 주기설·주기론을 주창한다. 모델스키의 장주기이론은 패권 국가가 100~120년 단위로 교체된다고 한다.



경제학자도 예외가 아니어서 니콜라이 콘트라티예프는 50년 주기의 경기순환론을 주장했다. 경기순환이 태양흑점과 관계 있다는 학자도 있었다. 한계효용학파의 창시자인 윌리엄 스탠리 제번스는 경제가 10년마다 침체·정상·활황·비등·붕괴 5개 국면으로 순환한다고 했다. 태양흑점이 커지면 곡식 수확이 늘어 경기가 좋아지고, 반대로 태양흑점이 작아지면 흉년이 돼 경기가 붕괴한다는 것이다. 공황의 원인을 태양에 전가한 셈이다.



 일본 마르크스주의 경제학자인 저자(오사카 경제법과대 객원교수)도 자본주의 경제가 정체·활황·번영·공황 4단계 경기순환을 되풀이한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결코 태양 등 자연현상에서 원인을 찾지는 않는다.



 저자는 이렇게 말한다. 공황은 자연 재해가 아닌 인재(人災)다. 그러니 과학적으로 원인을 규명해 예방하고 치유할 수 있다. 1820년대 이후의 공황은 자본주의가 피할 수 없는 과잉생산이 만들어낸 현상이란 전통적 마르크스주의의 해석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호황기에 기업은 생산투자를 과도하게 늘려 상품을 쏟아내지만 물건이 남아돌면서 공장이 문을 닫고 직원은 해고돼 물건을 사줄 사람이 더 줄어드는 공황·정체 국면으로 치닫는다는 것이다.



그는 다만 해결책으로 사회주의 실현 같은 걸 말하지 않는다. 자본주의 체제를 내부로부터 바꿔나가는 대중적 개혁운동으로도 인재인 공황의 고통을 줄일 수 있다고 주장한다. 일본의 장기불황의 원인과 전개 과정, 일본 서민의 고통 등도 꼼꼼히 다뤘다.



허귀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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