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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OK 엄마와 함께] 학교 규정 어기기 게임, 그럴 땐 창의력이 번쩍

중앙일보 2011.12.03 00:53 종합 22면 지면보기
내 인생 최악의 학교

제임스 패터슨 지음

로라 박 그림, 미래인

312쪽, 1만원




초등학교에서 자유롭게 지내다 중학교에 들어가는 순간 규제와 규율에 얽매이는 건 비단 우리나라의 일만은 아닌가 보다. 중학생이 된 뒤 감옥에 갇힌 듯한 느낌을 받은 아이들이라면 공감할 소설이 나왔다.



 주인공 레이프 카차도리안이 중학교에 입학하자마자 맞닥뜨린 건 덩치 큰 말썽꾸러기 밀러의 괴롭힘, 그리고 26페이지에 달하는 힐스빌 중학교 규정집이다. ‘어떤 짓을 하면 안 되는지’를 적어놓은 규정집의 1조 ‘복장규정’만 간단히 들여다보자.



 ‘…모든 학생은 학생 본분에 맞는 옷을 입어야 한다. 자기 사이즈보다 두 치수 이상 큰 헐렁한 옷은 절대 입어서는 안 된다.’



 전자기기를 가지고 와서도 안 되고, 화재경보기를 장난으로 울려도 안 되고, 복도에서 달리거나 교실에서 떠들어도 안 된다. 지각하거나 껌을 씹거나 싸우거나 욕을 하는 것도 금지다.



 입학 첫날 레이프는 결심한다. 규정을 모조리 어기는 게임을 하기로. 게임 목숨은 3개. 어려운 규칙을 깰수록 높은 포인트를 받는다. 다만 이 게임으로 ‘누구도 다치게 하지 않는다’는 조건을 스스로 건다. 레이프는 악동이 아니니까. 다만 평범한 게 지루할 뿐이었다.



 입학식에서 몰래 빠져나가 화재경보기를 울리는 것으로 게임을 시작한 레이프는 중학교 생활이 그다지 나쁘지 않다고 여기게 된다.



 레이프는 학교라는 틀에선 분명히 문제아다. 그러나 어떻게 하면 규칙을 어길까 고민하는 그의 아이디어에선 어른들이 그토록 찬양하는 ‘창의력’이 번득인다. 소설에선 레이프가 교장실에 끌려간 장면은 축축한 동굴 안에서 도마뱀 왕에게 사형선고를 받는 모습으로 그려진다. 근신 처분을 받는 장면은 쇠사슬을 찬 채 감옥에 갇히는 것이고.



 거기까진 좋았지만, 뒤늦게 레이프의 학교 생활을 알게 된 엄마가 눈물을 흘린다. 엄마 마음을 아프게 하려는 건 아니었는데…. 게다가 지금의 성적으론 중학교 1학년을 다시 한번 다녀야 할 지도 모른다는 현실에 맞닥뜨리게 된다.



 레이프에겐 다행히 재능을 알아봐 준 선생님이 있었고, 믿어주는 엄마가 있었다. 소설의 결말을 보자면 힐스빌 중학교가 제목처럼 ‘내 인생 최악의 학교’는 아니구나 싶다.



이경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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