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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OK] 외롭나요? 예수·석가도 ‘위대한 왕따’였답니다

중앙일보 2011.12.03 00:41 종합 24면 지면보기
2011년의 마지막 달입니다. 남겨진 달력 한 장을 보면서 많은 생각을 하게 되는 때입니다. 즐거운 일도, 슬픈 일도, 웃었던 일도, 울었던 일도, 다사다난(多事多難)이란 상투어로는 우리들의 1년을 엮어낼 수 없을 겁니다. 중앙일보와 교보문고가 함께하는 ‘이달의 책’ 12월의 주제는 ‘2011, 거울 앞의 나’입니다. 올 한 해 우리들의 일상을 다잡는 책을 골랐습니다. 일과 웃음, 그리고 외로움의 뜻을 돌아봅니다.


12월의 주제- 2011, 거울 앞의 나

지금 외롭다면 잘 되고 있는 것이다

한상복 지음, 위즈덤하우스

355쪽, 1만3500원




인생에는 ‘피할 수 없는 세 가지’가 있다고 한다. 첫 번째는 죽음, 두 번째는 세금, 마지막은 외로움이다. 책에는 대기업 사원, 기자, 인터넷 블로그 중독에 빠진 아내를 둔 남편 같은 갖가지 인간 군상이 등장한다. 한상복은 이들의 일상을 담은 48개의 작은 이야기를 엮어 외로움에 대처하는 방법을 조언한다. 누구나 겪어봤을 법한 일화다



  책은 외로움의 존재를 ‘발견’하는 데서부터 시작한다. 젊은 나이에 업계 최초의 여성 임원이 된 땅꼬마 이사는 출세와 등산이 닮았다고 생각한다. ‘높이 오를수록 더한 외로움’을 만나게 돼서다. 자기 자리를 노리는 나이 많은 남자 부장에게 쓸데없는 구실을 주지 않기 위해서라도 힘든 척은 금물이다. 누구에게도 그 고민을 털어놓을 수도 없다. 젊은 이사는 곧 자신이 ‘홀로’라는 걸 발견한다.



  이런 외로움의 정체는 무엇일까. 저자는 회사원이나 남자친구 같은 역할에서 벗어나 진짜 ‘나’를 찾는 과정이 외로움이라고 말한다. 여기 또 다른 이야기가 있다. 도균은 회사에서 마련한 ‘혼자서 걷기’라는 특이한 연수 프로그램에 참가한다. 그는 여기서 외로움의 정체에 대한 뜻밖의 단서를 얻는다. 혼자가 되면 누군가와 같이 있을 때보다 훨씬 더 많은 생각을 하게 된다는 사실을 깨달은 것이다. 나를 찾고 사색하는 과정 속에서 삶의 향방을 결정 짓는 중요한 힌트를 얻을 수도 있단다.



  저자는 외로움을 즐기라고 말한다. ‘고통스러운’ 외로움은 론리니스(loneliness)고 ‘즐거운’ 외로움은 솔리튜드(solitude)인데, 두 종류의 외로움 중 ‘솔리튜드’에 주목해야 한다는 것. 혼자 있는 시간을 즐길 수 있을 때, 외로움은 절망의 시간이 아니라 오히려 위대한 가능성을 발효시키는 기회가 될 수 있단다. 예수·석가·공자·소크라테스도 사실은 ‘위대한 왕따’였지만, 이들이 즐거운 외로움을 잘 이용한 덕에 성인(聖人)의 반열에 올랐다고 설명한다.



  이 책은 외로움을 다루는 법에 대해 충고한다는 점에서 자기계발서 성격이 강하다. 하지만 형식은 독특하다. 논픽션에 소설 기법이 가미된 하이브리드 형식이다. 신문기자 출신 저자의 치밀한 관찰과 짜임새 있는 이야기 구성이 읽는 재미를 더해 준다.



한영익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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