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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OK] 인간은 왜 웃는가 … 유머의 성배 찾아나선 베르베르

중앙일보 2011.12.03 00:40 종합 24면 지면보기
2011년의 마지막 달입니다. 남겨진 달력 한 장을 보면서 많은 생각을 하게 되는 때입니다. 즐거운 일도, 슬픈 일도, 웃었던 일도, 울었던 일도, 다사다난(多事多難)이란 상투어로는 우리들의 1년을 엮어낼 수 없을 겁니다. 중앙일보와 교보문고가 함께하는 ‘이달의 책’ 12월의 주제는 ‘2011, 거울 앞의 나’입니다. 올 한 해 우리들의 일상을 다잡는 책을 골랐습니다. 일과 웃음, 그리고 외로움의 뜻을 돌아봅니다.


12월의 주제- 2011, 거울 앞의 나

웃음 1·2

베르나르 베르베르 지음

이세욱 옮김, 열린책들

1권 437쪽, 2권 462쪽, 각 1만1800원




올 한해 얼마나 웃으셨는지. 사실 유머는 권력이다. ‘국민 개그맨’이란 타이틀은 묵직한 부(富)를 약속한다. ‘최효종-강용석’ 공방에서 보듯 국회의원과 ‘맞짱’을 떠도 밀리지 않는다. 그 모든 게 웃음의 힘이다. 웃음은 불안에 맞서는 강력한 무기다.



 그런데 대체 웃음은 어떻게 세상에 출현했을까. 프랑스 소설가 베르나르 베르베르(50)는 이런 농담 같은 물음으로 맛깔스런 이야기를 지어냈다. 베르베르 특유의 상상력이 돋보이는 질퍽한 소설 『웃음』이다.



베르베르
 이야기는 어떤 의문의 죽음에서 출발한다. 프랑스 ‘국민 개그맨’ 다리우스가 변사체로 발견된다. 죽기 전 폭소를 터뜨렸다는 게 유일한 단서다. 의문사를 파헤치는 두 인물이 있다. 유력 주간지 여기자 렘로드와 전직 과학전문기자 카첸버그. 두 기자가 사건을 추적하는 가운데 다리우스의 죽음과 웃음 산업을 둘러싼 음모가 드러난다.



 얼핏 보기엔 잘 짜인 범죄 스릴러다. 의문의 사건이 벌어지고, 등장인물이 이를 추적하는 구도가 그렇다. 하지만 소설은 그리 단순하지 않다. 그랬다면 899쪽에 달하는 두께가 필요하진 않았을 게다. 작가는 스릴러를 이야기의 큰 축으로 세운 다음, ‘인간은 왜 웃는가’라는 철학적 물음에 대한 문학적 해법을 풀어놓는다.



 유머의 성배를 수호하는 ‘유머 기사단’은 그 핵심적인 장치다. 이 기사단은 소설 후반부에 이야기의 핵심 배후로 등장하는데, 이야기 흐름과 별개로 ‘유머역사 대전’을 적어 내려간다. 고대 전투로부터 채플린에 이르기까지 웃음에 얽힌 가상의 역사 텍스트다. 웃음의 기원에 대한 베르베르식 해석이라 할 만하다.



 두 권짜리 분량이 만만치 않아 보인다면, 우선 웃음에 얽힌 사사로운 기억부터 떠올려보시길. 늦은 밤 ‘개그콘서트’를 보며 낄낄댔건, 동료의 소소한 농담에 자지러졌든, 누구나 웃음에 관한 기억 몇 토막쯤은 가지고 있으니까. 소설에서도 다리우스의 스탠딩 코미디 형식으로 온갖 농담이 펼쳐진다. 스릴러 전개에 바짝 긴장하다가도 다리우스의 농담에 키득거릴 수밖에 없을 게다.



 베르베르는 농담과 문학과 철학이 뒤섞인 새로운 이야기를 빚어냈다. 지천명(知天命)에 이른 이 이야기꾼은 서사에 대한 하늘의 뜻을 깨우친 게 틀림없다.



정강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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