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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생각은…] 공직자, 외국인에겐 왜 이리 입이 싸나

중앙일보 2011.12.03 00:00 종합 33면 지면보기
염돈재
성균관대 국가전략대학원장
정보수집은 외교관의 가장 기본적이고 중요한 임무에 속한다. 외교관계에 관한 빈 협약에도 정보수집을 외교관의 기본 임무로 규정하고 있다. 상대방에 대해 정확히 파악하는 것과 외국이 자국에 대해 정확히 알도록 하는 것이 우호적이고 신뢰성 있는 국가관계의 기초가 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최근 위키리크스의 폭로 내용을 보면 우리 공직자들의 외국인 접촉에 대해 여러 가지 걱정을 하게 된다. 첫째, 국가기밀 누설의 위험이다. 특히 개인적 접촉 시에는 배석자가 없어 비밀누설의 가능성이 커진다. 위키리크스의 폭로 내용을 보면 우리 공직자들이 ‘이건 비밀인데’라면서 기밀사항을 알려준 경우도 있다. 둘째, 우리 정부의 입장이 정확히 전달됐는지도 걱정스럽다. 공식 접촉 시에는 개인적 견해라고 언급한 경우 외에는 모두 공식적 입장으로 받아들여지지만 사적 접촉 시에는 정부의 공식입장인지 개인적 견해인지가 불분명해 진의가 잘못 전달되는 경우가 많다.



 셋째, 우리 공직자들이 면담준비를 제대로 하는지 여부도 걱정스럽다. 공식 접촉 시에는 대개 면담주제를 미리 알고 ‘준비된 면담’을 하게 되지만, 사적 접촉 시에는 가벼운 마음으로 접촉하므로 부정확한 의사전달과 기밀누설의 위험성이 커지게 된다. 넷째, 면담 시 우리에게 필요한 정보를 제대로 수집하고 있는지도 의심스럽다. 공식 접촉 시에는 정보수집을 위해 능동적으로 노력하게 되지만 사적 접촉 시에는 그런 의무감에서 해방돼 정보수집 노력을 등한히 할 가능성이 크다. 다섯째, 면담기록이 제대로 유지·관리되지 않는다는 점도 문제다. 사적 접촉일 경우 기록을 남기지 않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래서 많은 나라는 공직자의 외국인 접촉을 정부의 통제하에 두고 있다. 미국은 1993년 제정된 ‘보안의식 및 외국인 접촉보고에 관한 대통령 행정명령’에 따라 공직자가 정보수집 등 불순한 의도를 가진 외국인을 접촉할 경우 반드시 소속 부처에 신고토록 하고 있다. 호주도 2010년 제정된 ‘접촉보고 지침’에서 공무원이 외국인과 접촉 시 의심스러운 행태가 감지되면 대상자의 인적사항·접촉장소·접촉방법·대화내용 등을 보고토록 의무화하고 있다. 특히 이 지침에서는 보고 대상이 되는 각종 형태의 접촉방법들을 구체적으로 열거하면서 작은 ‘조각정보’들이 중요한 정보파악의 단서가 된다는 점을 경고하고 있다.



 이번 위키리크스 폭로와 관련해 우리나라 해당 부처에서 사실 여부를 확인하거나 법집행 기관에서 관련자를 조사 또는 처벌했다는 얘기를 들은 적이 없다. 공직자들에게 경각심을 주기 위해서라도 최소한의 조치라도 있어야 하는 것이 아닐까. 공직자의 외국인사 접촉지침에 관한 대통령령을 제정하는 것도 좋은 해결책이 될 수 있다. 정부의 신속한 조치를 기대한다.



염돈재 성균관대 국가전략대학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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