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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 4명 재납치 … 돈 갖고 튄 소말리아 해적

중앙일보 2011.12.02 01:45 종합 10면 지면보기
지난 4월 소말리아 해적에게 납치된 싱가포르 선적 화학물질 운반선 ‘제미니(MT GEMINI)’호의 한국인 선원 4명이 지난달 30일(현지시간) 석방 직전 해적에게 재납치됐다.

 외교통상부 당국자는 1일 “피랍 후 7개월 동안 한국인 4명을 비롯한 선원 25명의 석방을 놓고 해적과 협상해 온 싱가포르 선사가 석방금을 지불했지만 해적이 약속을 어기고 한국 선원 4명만 데리고 내륙으로 도망갔다”고 밝혔다. 제미니호와 인도네시아(13명)·중국(5명)·미얀마(3명) 국적의 선원 21명은 풀려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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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해적들은 협상이 진행되던 지난 7월부터 아덴만 여명 작전 때 우리 군에 사살된 소말리아 해적 8명의 몸값과 생포돼 수감 중인 해적 5명의 석방을 요구해 왔다. 해적들이 한국인 선원 4명을 별도 협상 타깃으로 삼아 우리 정부를 압박하고, ‘해적 소굴’인 내륙으로 도주함으로써 향후 상황은 더 어렵게 진행될 것으로 예상된다. 지금까지 해적에게 가장 오래 억류된 우리나라 선박은 삼호드림호(피랍 217일 만에 석방)다.

 제미니호 피랍 이후 해적과의 협상은 싱가포르 선사가 전면에, 우리 정부가 후방에서 지원하는 식으로 진행됐다. 정부가 나설 경우 해적들의 요구 수준이 높아지고 한국인을 타깃으로 한 유사 사례가 더 많아질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대부분의 정부가 취하는 방식이다. 피랍 7개월째인 지난달 20일께 싱가포르 선사는 몸값 지급을 전제로 해적과 제미니호 석방에 합의했다. 해적과의 거래 관행에 따라 몸값을 준 뒤 해적들이 이를 확인하고 도망갈 수 있도록 ‘24시간 말미’도 주기로 했다.

 지난달 29일 오전 11시쯤 해적들은 선원들의 전화통화를 허용하고, 선원들을 배 갑판에 도열시켜 선사가 망원렌즈로 확인하도록 했다. 정부 당국자는 “청해부대가 동원될 경우 상황이 악화될 수 있어 인근의 연합 해군 군함이 선원들을 호송할 선사 측 선박과 함께 수마일 떨어진 해역에서 지키고 있었다”고 말했다.

 선사 측은 오전 11시30분 헬기를 이용해 제미니호 갑판 위에 거액이 든 돈자루를 투하했다. 금액은 확인되지 않았다.

 그러나 다음 날 오전 5~6시쯤 호비오항 인근 해역에서 제미니호를 접수한 선사 측은 아연실색했다. 해적들이 한국 선원들을 데리고 도망했기 때문이다. 구출된 선원들은 “오전 3시 해적들이 한국인 선원들만 데리고 보트를 타고 내륙으로 달아났다”고 전했다.

 정부는 한국인 선원들을 인질로 데려간 데 대해 ‘협상금 프리미엄’을 받으려는 목적이라고 판단한다. 정부 당국자는 “최근 선박들이 안전장치를 강화해 납치가 어려워지자 해적들이 돈을 받고 선원들을 석방하는 척하면서 바로 재납치하는 수법을 쓰고 있다”며 "군함은 수마일 떨어진 곳에 있을 수 밖에 없어 속수무책”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해적 석방’이라는 해적의 정치적 요구를 우리 정부가 심각하게 인식하지 못한 채 대응한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지난 1월 아덴만 여명 작전 이후 해적들은 한국 선박에 대해 보복하겠다고 위협해 왔다.

김수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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