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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일기] 카드 수수료 ‘10일 전쟁’ vs ‘30년 전쟁’

중앙일보 2011.12.02 00:00 경제 12면 지면보기
김혜미
경제부문 기자
일방적인 경기였다. 현대자동차와 신용카드사가 벌인 ‘수수료 전쟁’은 겨우 10일 만에 결판이 났다. 현대차가 각 카드사에 e-메일을 보낸 건 지난달 20일쯤. 첨부된 PDF 파일에는 “12월 1일부터 신용카드 수수료율을 낮추지 않으면 재계약이 힘들 것”이라는 내용이 담겨 있었다. 정중하지만 일방적인 통보였다. 카드사들은 속수무책이었다. 제대로 싸워 볼 생각도 않고 ‘백기’를 들었다. 현대차는 승리의 결과로 연 매출액 1억2000만원이 안 되는 중소가맹점보다 낮은 카드수수료를 적용받게 됐다. 지난해 현대차가 올린 매출은 국내에서만 15조원이 넘는다.



 현대차가 ‘승전고’를 울리던 바로 그날, 서울 장충체육관에서는 또 다른 ‘수수료 전쟁’이 진행됐다. 30년을 끌어온 싸움이었다. 전국 5500여 명의 중소자영업자들이 아침부터 내린 비를 뚫고 체육관에 모여들었다. ‘30년째 사치업종, 대책을 마련하라’는 현수막이 여기저기 내걸렸다. 유흥업·안경점·귀금속업 등이 1980년대 초 사치업종으로 분류된 뒤 너무 높은 수수료를 내고 있다는 주장이다. 하지만 이들의 말을 들어줄 카드업계 쪽 사람들은 눈에 띄지 않았다. 한 카드사 관계자는 “이제 똑같은 얘기는 그만할 때도 되지 않았느냐”며 “현장에 가 볼 필요를 못 느낀다”는 반응이었다. 참가자들은 몇 시간 뒤 “하루 벌이가 어려운 사람이 많아 원래 기대했던 것만큼 참여하지 못했다”는 아쉬움을 나누며 뿔뿔이 흩어졌다.



 같은 날 벌어진 ‘10일 전쟁’과 ‘30년 전쟁’. 그들의 승패를 가른 것은 ‘체급’의 차이였다. 카드사들에 현대차는 한 번에 700만~800만원씩을 결제해 연 1000억원에 가까운 수수료를 벌어주는 고마운 존재다. 요즘 말로 ‘수퍼 갑(甲)’이다. 반면 중소 가맹점들은 비용 대비 수익이 많지 않아 현대차와 같은 대우를 해줄 수 없다고 카드사들은 설명한다. 하지만 여기엔 뭔가 빠져 있다. 대기업은 낮고 중소 가맹점은 높게 매겨진 수수료 책정의 근거다. “커피 한잔의 원가를 알 수 없는 것처럼 카드수수료도 구성하는 항목이 복잡해 원가를 제시할 수 없다”고만 한다. 이 대답을 듣고 과연 누가 세 배 가까운 수수료 차이를 받아들일 수 있을까. “골프장은 1.5%, 돌반지는 3.6%. 차이를 설명하라”는 전국 자영업자들의 물음에 카드사가 성의 있는 답변을 보여야 할 때다.



김혜미 경제부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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