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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하나의 미디어 SNS, 진실·괴담 거름장치 있어야

중앙일보 2011.11.29 01:57 종합 6면 지면보기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을 두고 찬반 진영 간의 논란이 격화되던 지난달, 트위터에 “미국과 FTA를 체결한 볼리비아 상수도는 다국적기업 벡텔에 팔려 수돗물 값이 네 배로 올라 빈민들은 빗물을 받아 마셨다”는 내용이 올라왔다. 볼리비아는 미국과 FTA를 체결한 적이 없다. 이 누리꾼은 뒤늦게 이 사실을 확인하고 정정했다. 하지만 소용없었다. 이미 수많은 트위터리안과 네티즌이 이 글을 퍼날랐다.


다양한 참여로 건전한 SNS문화 모색 … 전문가 토론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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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의료민영화로 맹장 수술에 900만원이 든다’ ‘한·미 FTA가 체결되면 대한민국의 선량한 국민들에게 총을 가질 자유를 주고…’ 등의 괴담도 순식간에 진실로 포장돼 각인됐다.



 최근엔 인천지법 최은배 부장판사가 한·미 FTA와 관련, 대통령을 비난하는 글을 올려 논란이 일고 있다. 소설가 공지영씨는 손학규 민주당 대표를 ‘한나라당에서 파견되신 분…맞죠’라고 공격했다. 사회 지도층들의 이런 목소리는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며 여론 형성에 큰 역할을 한다. 그래서 SNS는 사적 공간을 넘어 1인 매체가 됐다는 진단이 나온다. SNS에 대한 책임론이 고개를 드는 이유다.



김여진
 연세대 김영석(언론홍보영상학부) 교수는 “천안함 사건이나 미국산 쇠고기 등과 관련된 정치적인 루머에는 정치적 의도가 다분하다”며 “루머에는 루머꾼이 존재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트위터와 같은 SNS를 통해 퍼지는 이런 루머의 실체를 다음과 같이 진단했다. “삐딱한 생각을 가지면 루머를 신뢰하고, 루머가 확산된다. 그 뒤엔 다른 사람과의 고립을 피하기 위해 (틀려도) 루머를 믿고, 사이버상의 요새화가 구축된다.” 28일 한국언론진흥재단이 주최한 ‘SNS를 통한 루머 확산, 무엇이 문제인가?’라는 긴급토론회에서다.



김미화
 특히 트위터는 140자 이내여서 짧고 자극적인 문구가 동원된다. 김 교수는 “SNS는 소수 의견을 수면 위로 올리는 긍정적인 면이 있지만, (SNS로 뭉친 사람들은) 다른 의견을 가진 집단에 강한 적대감을 표현하는 형태로 공고화되면서 사회통합을 해친다”고 분석했다.



 이와 관련, 서울대 한규섭(언론정보학과) 교수는 최근 국내 트위터의 이념 성향을 조사했다. 트위터상에서는 47.7%가 민주당이나 민노당을 지지했다. 한나라당을 지지하는 트위터리안은 2%에 불과했다. 하지만 한 교수가 국내 10만 명을 대상으로 온라인 여론조사를 실시한 결과 정당지지도는 민주+민노당이 23.4%인 반면 한나라당은 26.7%였다. 국내 트위터의 좌 쏠림 현상을 읽을 수 있다.



김제동
 김영석 교수는 SNS에도 일정 범위 안에서 민형사상 책임을 지도록 하는 제도적 보완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또 침묵하는 다수가 제 목소리를 내야 한다고 했다. 토론자로 나선 조선일보 김민배 뉴미디어실장은 “현재 SNS는 자유방임 상황”이라며 “미디어의 역할을 하는 것에 걸맞게 안보나 권익 침해, 경제무질서 등을 야기할 때는 제재하는 논의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한겨레신문 성한용 선임기자는 “SNS를 처벌하는 것은 옳지 않다”며 “매스미디어의 역할을 재정립하고 정부도 정확한 정보공개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기찬 기자



◆폴리테이너(Politainer)=정치인(Politician)과 연예인(Entertainer)의 합성어. 소설가·연예인·언론인 등 정치의 외곽에 있으면서 SNS를 통해 정치에 참여하고,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사람들을 지칭한다. 이외수·공지영·김여진·김미화·김제동씨 등이 대표적이다. 이들은 수십만 명의 팔로어를 거느리고 있다. 이들이 올리는 정치성 멘션은 순식간에 리트윗(RT)되며 퍼져나간다. 이 때문에 정치판의 기류가 바뀌기도 한다. 기존 정치인이 이들의 눈치를 보는 현상도 나타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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