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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호사와 내통하고 사표 낸 여검사

중앙일보 2011.11.29 01:34 종합 18면 지면보기
현직 여검사가 자신이 알고 지내온 변호사에게 사건 수사 상황을 알아봐 줬다는 정황이 포착돼 검찰이 수사에 나섰다. 검찰은 이 검사가 청탁 대가를 받았다는 의혹이 불거졌는데도 사표를 일주일 만에 처리해 사건을 서둘러 덮으려는 게 아니냐는 지적을 받고 있다.


[사건추적] 안팎으로 시끄러운 검찰
벤츠·샤넬백 오간 부적절 거래
“○○○검사에게 사건 말해 뒀어 영장 고려한대 … 샤넬백값 입금해”

 28일 부산지방검찰청에 따르면 2005~2007년 법률구조공단 부산지부에서 변호사로 일했던 이모(36)씨는 그해 8월 검사로 신규 임용돼 부산지검 동부지청에서 근무했다. 이 검사는 이후 지인의 소개로 부장판사 출신의 최모(49) 변호사를 만났고 얼마 안 가 두 사람은 ‘가까운 사이’가 됐다. 최 변호사는 이 검사에게 자신이 대표로 있는 로펌 소속 벤츠 차량과 법인카드를 제공했고 이런 ‘후원’은 이 전 검사가 2009년과 2011년 전라도와 수도권으로 근무지를 옮긴 뒤에도 계속됐다.



 지난해 11월 말에는 이 검사가 540만원 상당의 샤넬 가방을 구입한 뒤 최 변호사가 사 준 휴대전화 문자메시지로 자신의 은행 계좌에 돈을 부쳐 줄 것을 요구했고, 12월 5일 이 돈에 상응하는 539만원이 최씨 법인카드로 결제됐다.



 앞서 지난 9월 이 검사는 최 변호사에게 “(창원의 한 검사에게 최 변호사) 뜻대로 전달했고 그렇게 하겠대. 영장청구도 고려해 보겠대”라는 문자메시지를 보냈다. 최 변호사는 지난해 9월 중국에서 자신의 건설업을 돕던 2명을 횡령 혐의로 경찰에 고소했었다. 검찰은 이 문자가 이 사건 해결을 이 검사가 도와주고 금품을 받았을 가능성이 있는 정황으로 보고 있다.



 문무일 부산지검 차장검사는 “정황으로 볼 때 최 변호사와 이 검사가 부적절한 관계를 유지한 것으로 보인다. 의혹이 사실이라면 알선수뢰 혐의를 적용할 수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 검사가 사표를 제출했을 때는 수사나 감찰 대상이 아니었다”고 덧붙였다.



 두 사람의 관계는 최 변호사가 이번 사건을 검찰에 진정한 대학강사 이모(39)씨와 또 다른 관계를 맺으면서 금이 갔다. 사건의 결정적 증거인 최 변호사와 이 검사의 문자메시지도 이 강사가 입수해 경찰에 제출했다. 대학강사 이씨는 최 변호사에게 이 검사와의 관계를 청산할 것을 압박했다. 이 때문에 올해 5월 최 변호사는 “그만 만나자. 벤츠를 돌려 달라”고 내용증명을 보냈고, 이 검사는 승용차를 돌려줬다. 최 변호사는 “이 검사와는 부적절한 관계가 아니다. 사건 청탁도 하지 않았다”고 의혹을 부인했다. 이 검사는 검찰의 통화 시도에도 연락이 닿지 않았다.



부산=위성욱·이동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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