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홀로 된 어머니, 두 딸에게 말했죠 “난 손주 필요 없다 … 넓은 세상 나가라”

중앙일보 2011.11.29 00:50 종합 24면 지면보기
박청수 교무
무료 병원과 고아원 설립. 샘물 76개 마련. 지뢰 제거비 11만 달러, 슬리퍼 5000개와 옷가지 후원….


박청수 원불교 명예교무 『어머니가 가르쳐준 길』 펴내

  박청수(74) 원불교 명예교무가 캄보디아에서 24년간 펼친 일은 13개 항목에 달한다. 어디 캄보디아뿐인가. 빈곤과 질병, 무지에 시달리는 전세계 55개국에서 나눔과 봉사를 실천한 그는 ‘한국의 마더 테레사’라 불린다. 그가 어머니에 대한 추억과 자신의 삶을 담은 『어머니가 가르쳐준 길』(한길사) 을 냈다.



  “10년 전 캄보디아에 세운 병원을 다녀간 환자가 13만 명이래요. 히말라야 고지에 병상을 세우고, 북한을 비롯해 전세계를 돕는 일을 나 한 사람이 할 수 있었지만, 나를 그렇게 만든 사람은 바로 어머니였죠.”



 스물일곱에 홀로 된 어머니는 “넓은 세상에 나가 많은 사람을 위해 일하라”며 두 딸을 모두 원불교 교무로 키웠다.



  “어머님은 ‘나는 외손주 등에 업고 싶지 않다. 사위 절 받고 싶지 않다’고 하셨어요. 스승의 날이면 제가 있던 교당 스승님께 편지와 소포를 보내셨어요. 저에겐 가끔 큰 돈을 보내주시면서 ‘절대 교당 돈을 쓰지 말라’고 당부하셨죠. ‘어머니 법당’이었어요.”



 어머니는 무학에 매운 시집살이를 겪은 시골 농사꾼이었다. 그러나 딸은 전주여고를 거쳐 석사까지 따도록 돌봤다. 3년 전 91세를 일기로 세상을 떠난 어머니는 호스피스 병상에서야 “나는 너희 형제 가르치려고 안 해본 장사가 없다”며 젊은 시절 고생한 경험을 처음으로 털어놨다.



 “병환 나시고 50일간 밤낮없이 간호하며 쉼 없이 어머니만 생각하며 지냈죠. 나는 우리 어머님을 영광스럽게 해드리고 싶어요.”



 다음 달 7일 캄보디아에서는 어머니의 이름을 따 지은 ‘광타원 김창원 기념법당’ 봉불식이 열린다. 모친상 조의금 전액을 기탁해 지었다.



  “10년 전 30명이 들어갈 수 있는 법당을 만들었어요. 그런데 훌륭한 후배 교무님들이 덕에 대학생 교도만 40명이 넘는다고 해요. 크메르어 경전도 나옵니다. 대단한 일이죠.”



 박 교무가 2007년 퇴임 전까지 전세계에 전한 나눔의 손길만 105억 원. 자신을 위해 쓰는 돈은 명예교무에게 지급되는 한달 생활비 23만원으로도 충분하단다. 모든 것이 어머니의 가르침에서 시작된 일이다.



 “어머니가 농사 지은 것을 보따리에 넣어 들려주면 거절하지 않았어요. 그럼 ‘너는 효녀다’ 하셨죠. 부모가 사랑하고 싶은 만큼 다 받아들이는 게 효입니다. 바쁘다고 내팽개칠 게 아니라 잠깐만 얼굴 보여드려도 부모님은 금방 행복해져요.”



글·사진=이경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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