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쇼핑 + 가족 나들이 … 일왕 피서지에 아웃렛을 열다

중앙일보 2011.11.29 00:31 경제 3면 지면보기
일본 가루이자와에 위치한 프린스쇼핑플라자는 골프장·스키장을 끼고 있어 연중 내내 관광객들로 북적인다.


지난 23일 일본 나가노현 가루이자와에 위치한 프린스쇼핑플라자. 일주일간의 정기 세일 기간 마지막 날이자 노동절 휴일인 이날 연면적 3만1861㎡에 달하는 이 쇼핑 아웃렛은 쇼핑객들로 말 그대로 발 디딜 틈조차 없었다. 입구에서 주차장으로 들어가는 500여m 도로를 통과하는 데만 30여 분이 걸릴 정도였다. 3000여 대를 수용할 수 있는 주차장은 이른 오전부터 몰려든 인파로 하루 종일 빈 공간을 찾아보기 힘들었다. 1995년 문을 연 프린스쇼핑플라자는 총 220여 개 브랜드가 입점한 일본 최대 규모 아웃렛이다. 폴스미스·페라가모·코치 등 19개 명품 브랜드가 입점해 프리미엄아웃렛으로 분류된다. 하지만 이곳이 유명한 것은 명품 브랜드 때문만이 아니다. 이날 쇼핑몰에서 만난 네기시 히데테루(42)는“근처에 관광지도 있고 쇼핑몰 내에 아이들과 놀 수 있는 휴게 공간이 많아 나들이차 오곤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날도 부인, 6살·4살 난 두 아이와 함께였다.

[J경제 르포] 롯데가 벤치마킹한 일본 최대 아웃렛 프린스쇼핑플라자



롯데프리미엄아울렛 파주점 조감도.
네기시의 말처럼 프린스쇼핑플라자가 연간 인파로 북적이는 것은 가루이자와 관광지를 배후에 두고 있기 때문이다. 가루이자와는 일왕뿐만 아니라 고위 공직자·기업인·유명 연예인 등의 별장이 밀집한 곳으로 유명하다. 바닷가에 위치한 도쿄가 여름철 고온다습한 날씨라면, 해발 900m 높이에 위치한 가루이자와는 한여름에도 선선한 날씨를 자랑한다. 피서지로 각광받는 것은 그런 이유에서다.



 관광지로 유명한 이곳에 프리미엄아웃렛이 들어선 것은 이젠 ‘잃어버린 20년’이라고까지 불리는 일본의 장기 불황과 맞닿아 있다. 불황이 계속되자 사람들은 지갑을 닫은 지 오래다. 일본 백화점 매출은 최근 10년 새 20% 이상 감소했다. 백화점 매장은 열 곳 중 한 곳이 문을 닫을 정도다. 꽁꽁 닫힌 지갑을 열기 위해 일본 유통업체들은 일찍부터 업태 다양화에 나섰다. 가루이자와에서 골프장·스키장·호텔 등 리조트 사업을 하던 세이부그룹이 이곳에 새로운 형태의 아웃렛을 연 것도 관광업 비수기인 겨울철 매출을 높이기 위해서였다. 프린스쇼핑플라자는 가루이자와역사와 바로 연결돼 있을 정도로 가깝다. 도쿄에서 출발한 신칸센이 가루이자와까지 연장되자 도쿄의 쇼핑객을 끌어들일 요량으로 역 바로 앞에 쇼핑몰을 연 것이다. 아웃렛 내에 잔디광장 ·어린이 전용 놀이공간 , 20여 개의 레스토랑을 입점시킨 것 역시 가족들과 나들이차 오는 쇼핑객을 위한 것이다.



 ◆한국 유통업계도 업태 분화 시작=일본 유통시장에 나타난 업태 다양화 흐름은 최근 한국에서도 감지된다. 경제 성장세가 탄력을 잃으면서 불황이 찾아오는 주기가 짧아진 데다 백화점 시장마저 포화된 까닭이다. 이런 상황에서 새롭게 떠오르는 업태 중 하나가 아웃렛이다.



 2007년 신세계첼시가 문을 연 여주프리미엄아울렛을 시작으로 백화점 업체들은 경쟁적으로 아웃렛을 개장하고 있다. 지금까지 총 6개의 아웃렛이 문을 열었다. 명품 브랜드가 입점한 프리미엄아웃렛이 주를 이룬다.



 다음 달 2일 오픈 예정인 롯데프리미엄아울렛 파주점 역시 그중 하나다. 기존 아웃렛과의 차이점은 파주출판도시 내에 위치해 있다는 것이다. 출판도시와 인근의 관광 시설을 쇼핑몰과 결합했다는 점에서 가루이자와의 프린스쇼핑플라자와 유사하다.



노동절 휴일인 지난 23일 내부 모습.
 지난 25일 막바지 공사가 한창인 롯데프리미엄아울렛 파주점에서 만난 송정호(52) 점장은 “파주 출판도시뿐 아니라 인근에 심학산과 오두산 통일전망대 등 관광지가 많아 관광객들을 끌어들일 수 있다는 이점이 있다”고 말했다. 파주점이 들어선 위치는 출판도시 2단계 사업 부지다. 이곳에는 영상과 미디어업체가 단계적으로 들어설 예정이다. 이들 업체들이 생산할 각종 영상·미디어 콘텐트뿐 아니라 DMZ 다큐멘터리 국제영화제 등과 연계하면 영화 관람객까지 끌어들일 수 있다는 게 롯데백화점 측 계산이다.



 자체 휴게 및 문화시설도 확충했다. 4개 동 중 한 개 동에 롯데시네마 7개 관을 입점시켰다. 내년 3월엔 문화센터와 갤러리도 오픈할 예정이다. 아웃렛 안에 영화관·문화센터 같은 시설이 들어서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외국인 관광객을 유치하는 데도 공을 들이고 있다. 인천·김포국제공항과 자동차로 30~40분 거리에 있기 때문이다. 개점과 동시에 공항과의 셔틀버스를 운행할 계획이다. 일본과 중국의 여행사 관계자를 초청한 행사도 진행하고 있다. 롯데백화점 측은 “파주 인근의 관광지와 연계한 관광상품을 지속적으로 개발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사실 파주점은 롯데와 신세계의 ‘자존심 대결’로 주목받았던 점포다. 지난 3월 문을 연 신세계첼시의 파주프리미엄아울렛은 롯데프리미엄아울렛 파주점과 불과 6㎞ 떨어져 있다. 차로는 10분 거리다. 연면적 15만473㎡·영업면적 3만5428㎡ 규모에 213개 브랜드를 갖춘 롯데 파주점이 개장하면 신세계첼시 파주프리미엄아울렛이 가지고 있던 ‘아웃렛 최대 규모 및 최다 브랜드 보유’라는 타이틀도 롯데로 넘어간다. 롯데백화점 측은 “파주점은 신세계첼시와 무관하게 파주 출판도시와의 연계를 통해 시너지를 낼 수 있는 곳에 위치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프리미엄아웃렛은 결국 물량을 확보하는 게 관건이다. 매출 증대를 통해 패션업체로부터의 원활한 물량 확보에 매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가루이자와(일본)·파주=정선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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