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득의 인생은 즐거워
아내는 얼마 먹지도 않아요. 그러고도 힘과 활기가 넘칩니다. 아무리 다이어트라지만 어떻게 하루에 고작 한 끼 정도만, 그것도 야채나 과일이 전부인 그런 식사를 하고도 사람이 살 수 있단 말입니까? 외계인은 먹지 않고도 살 수 있는 걸까요?선생님, 사실 외계인은 도처에 있어요. 특히 백화점에 많습니다. 아내는 그들과 일주일에 한 번씩 접선해요. 쇼핑을 한다는 핑계를 대지만 세상에 그걸 믿을 바보가 어디 있겠어요? 그렇게 자주 백화점에 가면서도 정작 사오는 옷은 거의 없거든요.
평소에도 아내는 활기가 넘치지만 가구를 옮길 때면 정말 굉장해요. 곧 제대하는 첫째의 방 정리를 위해 가구를 옮길 때 저는 봤어요. 남자인 저도 쩔쩔 맬 정도로 무거운 책장을 번쩍 들어올리는 것을. 그 순간 연약한 아내의 몸을 뚫고 튀어나오는 무시무시한 몸뚱이를 제 눈으로 똑똑히 보았어요. 착각이 아닙니다. 책장과 책상을 단번에 옮겨놓고 아이들 방을 흐뭇하게 둘러보던 그 거대한 미확인 생물체가 외계인이 아니라면 대체 무엇일까요? 외계인은 원래 심술이 많은 걸까요? 제가 모처럼 책상에 앉아 책이라도 펼치면 아내는 저를 찾습니다. 자기가 운동하는 걸 도와 달라느니, 팔과 다리를 주물러 달라느니 하면서 귀찮게 합니다. 아내의 요구를 후다닥 들어준 다음 책상으로 돌아와 아까 읽다 만 구절을 읽고 있으면 심술궂은 외계인은 다시 저를 부릅니다. 갑자기 호박죽이 먹고 싶다며 말이죠.
멀더 선생님, 아내의 임무는 무엇일까요? 왜 자신의 정체를 숨기고 저 같은 인간과 살고 있는 걸까요? 예? 그게 무슨 말씀입니까? 제가 외계인이라니. 아내의 신고를 받으셨다고요?
김상득씨는 결혼정보회사 듀오의 기획부장이다. 눈물과 웃음이 꼬물꼬물 묻어나는 글을 쓰고 싶어한다. 『아내를 탐하다』를 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