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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개선 고맙지만 집 수리비는 부담돼”

중앙선데이 2011.11.26 23:57 246호 22면 지면보기
서울 은평구 신사동의 두꺼비하우징 사업 시범지역. 도시텃밭 예정지 뒤로 개량 주택이 자리잡았다.
영하의 추위가 찾아온 지난 24일. 두꺼비하우징 시범지역인 서울 은평구 신사동 237번지를 찾았다. 야산 중턱에 자리 잡은 이 동네에는 오래된 기와집과 다세대주택이 밀집해 있었다. 전체 234가구의 집과 집 사이로는 오토바이 한 대 다닐 정도의 좁은 골목이 이어졌다. 주민 이모(56)씨는 “1970년대 철거민들이 정착한 곳이라 급하게 대충 지은 뒤 30년 이상 된 집이 많다. 그런 집들은 요즘 같은 추위에 실내 보온이 잘 안 된다”고 말했다.

두꺼비하우징 시범지역 가보니

두꺼비하우징은 노후주택 밀집지역의 주택을 개량·보수하고 기반시설을 갖춰 마을공동체를 만들자는 사업이다. 은평구가 “두껍아, 두껍아. 헌집 줄게, 새집 다오”라는 민간전승 동요에서 착안해 이름을 짓고, 올해부터 신사동에서 시범사업을 펼치고 있다. 지난 9월 서울시장 선거 기간에 당시 박원순 후보가 현장을 둘러본 뒤 이 사업의 확대를 공약으로 삼았다.

이곳은 한때 지역주택조합 형태의 재개발이 추진된 적이 있지만 현재는 지지부진한 상태다. 이 점이 시범지역 선정 때 크게 작용했다. 은평구는 노후주택의 에너지 효율을 높이고 주차장·도시텃밭·커뮤니티센터 등을 만들어 생활환경을 개선할 예정이다. 시범지역 선정에는 주민 동의 절차가 불필요하다. 은평구청의 황영범 두꺼비하우징팀장은 “주택을 강제로 헐거나 개량하는 게 아니라, 재산권 침해를 하지 않으면서 자발적으로 주민 참여 여건을 조성하는 방식”이라고 설명했다.

마을 서남쪽 끝에는 두꺼비하우징 1호 주택이 있었다. 플라스틱 기와로 지붕을 얹고 벽에 이중창과 단열재를 설치한 뒤 노란색 페인트를 칠한 집이었다. 황 팀장은 “총 공사비가 850만원 들었다”고 말했다. 저소득층은 구청 지원을 받을 수 있지만 그렇지 않으면 대출을 이용해야 한다. 은평구는 한국주택금융공사·우리은행과 연계해 지난달 말 연 4.9~6% 금리의 대출 상품인 ‘두꺼비하우징론’을 내놨지만 아직 이용자는 없다.

주민들은 사업의 성공 여부에 반신반의한다. 동네 수퍼마켓을 운영하는 박준경(65)씨는 “살기 좋게 해준다는 게 고맙긴 하지만 대출이 부담스럽다는 이가 많다”고 말했다. 전체 가구의 60%가 세입자인 점도 풀어야할 과제다. 3~4년 전 재개발 루머가 돌아 집값이 3.3㎡당 1000만원에 육박하자, 외지인들이 투자 목적으로 집을 산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인근 월드공인중개사무소 관계자는 “집값이 평당 600만~700만원대로 떨어졌는데, 집 주인들이 단순 개량사업에 적극 참여할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서울시의 주택정책 태스크포스에 참여 중인 경원대 정석(도시계획학) 교수는 “지금처럼 사업성이 떨어지는 재개발을 지속하기 힘들다. 연말까지 두꺼비하우징과 같은 마을공동체 사업의 대상과 지원방안을 확정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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