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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업 지연 우려 급매물 넘쳐”

중앙선데이 2011.11.26 23:56 246호 22면 지면보기
지난 16일 서울시가 재건축안을 보류한 서울 강남구 개포주공 4단지 아파트 전경. 조용철 기자
23일 서울 개포동 개포주공4단지에 들어서자 곳곳의 페인트칠이 벗겨진 5층 아파트들이 눈에 들어왔다. 1982년 건립된 이 아파트는 36㎡(11평), 42㎡(13평), 49㎡(15평) 등 3개 소형 평형으로 이뤄졌다. 58개 동 2840가구의 대단위 저밀도 단지다. 주민 김영준(51)씨는 “소형 평수이고, 단지 내 시설도 낙후됐지만 얼마 전까지 집값이 웬만한 강남 99㎡(30평)대 새 아파트와 비슷했다”고 전했다. 재건축을 통해 아파트 면적을 넓히면 막대한 개발이익이 기대됐기 때문이다.

재건축 보류된 개포주공4단지 가보니

요즘 집값은 그 반대다. 하락세가 가파르다. 부동산 경기침체와 유럽 재정위기 등으로 돈이 잘 돌지 않는 데다 박원순 서울시장 취임 후 시의 재건축 보류 결정이 나오자 가격을 낮춘 급매물이 쏟아졌기 때문이다. 단지 내 부동산 중개인끼리도 “기가 막히다”는 표현을 쓸 정도로 가격 하락폭이 빠르다. 하루 이틀 새 1000만원씩 떨어진다고 한다. 상가에서 부동산119를 운영하는 박훈 대표는 “서울시 결정으로 재건축이 지연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커졌다. 2008년 금융위기 때 떨어진 시세까지 근접한다”고 말했다. 중개업소마다 40~50건의 급매물이 나와 있었다. 주공4단지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42㎡ 형은 2008년 당시 5억8000만원에 매매됐지만 이후 가격을 회복해 지난해 7억5000만원까지 올랐다. 올해 상반기에 7억원까지 떨어졌다가 이달에는 6억2500만원에도 매물이 나왔다. 1년 새 1억원 이상 급락한 셈이다. 이곳의 가격 하락폭이 큰 것은 거주 목적보다는 투자 목적으로 아파트를 보유한 집주인이 많기 때문이다. 또 다른 중개업소 관계자는 “재건축이 결정되면 아파트 매매차익으로 대출금을 상환하겠다고 은행돈을 꾼 이들이 견디지 못하고 손절매하려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물론 재건축만 기다리며 열악한 주거환경을 참아온 실거주 주민들도 있다. 이곳에서 20년 넘게 살았다는 유모(67)씨는 “수도에서 녹물이 나오는 불편도 감수했는데, 재건축이 늦어진다니 답답하다”고 말했다.

시세 급락이 개포주공4단지만의 사정은 아니다. 재건축을 추진 중인 서울 강남의 아파트에서는 대부분 비슷한 일들이 벌어지고 있다. 아파트 시세 급락의 책임이 서울시에 있다는 기류가 형성되자, 문승국 행정2부시장이 24일 나서 “강제적인 재건축 속도조절은 없다”고 해명했다. 주민들은 서울시가 박원순 신임 시장의 공약인 ‘임대주택 공급 활성화’ 정책을 강남 재건축에 반영하려는 것이 아니냐는 이야기를 한다. 문 부시장은 개포주공4단지 재건축을 보류한 데 대해 “재건축 계획에서 소형평수 임대아파트를 일반분양 아파트와 분리해 놓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개포주공4단지 장덕환 재건축추진위원장은 “소형 임대아파트 물량과 일반분양 아파트 물량을 한 동에 섞어 시공하라고 하지만, 그렇게 되면 아파트 단지 설계에 큰 지장을 받는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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