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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TA 활용법 머리 맞대자

중앙선데이 2011.11.26 23:33 246호 30면 지면보기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비준안이 국회에서 여당 단독으로 강행처리됐다. 여야 합의로 통과되지 못해 안타깝지만 현실적으로 야당의 주장을 수용하기 어렵고, 비준을 더 이상 미룰 경우 한·미 FTA가 아예 무산될 가능성도 있었다. 국익을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었다고 생각한다.

사실 한·미 FTA가 체결된 지 이미 4년여가 흘렀다. 그동안 경제계는 FTA 비준이 하염없이 지연되면서 우리 기업들의 미국시장 선점기회가 보류되고, 개방과 외국인투자를 통해 내수 서비스 산업이 한 단계 발전할 수 있는 기회가 사라지는 걸 안타깝게 지켜봐 왔다. 우리나라는 자원이 부족하고 내수시장이 협소해 세계시장에서 활로를 찾을 수밖에 없는데도 국회가 이런 현실을 외면해 답답하고 야속하다는 기업인이 많았다. 미국 의회가 이미 비준을 끝낸 사안을 재협상하라는 건 FTA를 하지 말라는 얘기라는 지적도 있었다. 일본이 유럽연합(EU)과 FTA 협상을 시작하고 미국과도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을 추진하고 있으니 자칫하면 미국 시장을 선점당한다는 불안감도 적지 않았다. 물론 최근 비준 거부의 빌미가 된 ‘투자자·국가 소송제(ISD)’에 대해서는 그 위험성을 걱정하는 이가 적지 않다는 것을 알고 있다. 그러나 이 문제는 과장된 부분이 많다. ISD는 기본적으로 투자상대국 정부가 부당하게 정책을 변경해 외국인 투자가에게 손해를 끼쳤을 때 발동되는 제도다. 부당하게 손해를 입혔다면 배상해 주는 것이 원칙이다. ISD 조항을 삭제한다고 해 정부의 배상책임이 면제되지는 않는 것이다. 다만 정부가 손해배상을 해주지 않을 경우 분쟁조정절차를 보다 간편하게 진행할 수 있도록 하는 조항일 뿐이다. 전 세계 147개국이 채택하고 있는 국제표준(Global Standard)으로서 외국인 투자를 유치하고, 동시에 외국에 투자한 우리 기업을 보호하기 위해 꼭 필요한 조치다. 이제는 미국이 우리나라에 투자하는 금액보다 우리가 미국에 투자하는 금액이 더 크고, 세계시장에 의존해 경제의 지속성장을 추구해야 하는 우리의 처지를 감안하면 긍정적인 인식을 가져야 할 부분이 아닌가 한다.

요즘 경제 여건이 심상치 않다. 미국·유럽의 재정위기가 심각해지면서 경기침체의 암운이 드리우고, 환율이나 원자재 가격이 불안요인으로 잠복해 있는 상태다. 저출산·고령화 현상이 심화되는 가운데 복지요구가 높아지면서 성장동력은 약화되고 있다. 대한민국이 2만 달러의 고지는 넘었지만 3만 달러 고지를 향한 지속성장은 만만치 않다.

이제는 세계 주요국과의 FTA를 새로운 성장엔진으로 삼아 국운 융성의 시동을 걸어야 할 때다. 한·미 FTA의 국회비준이 완료됨에 따라 경제력이 한국의 18배인 EU, 그리고 15배인 미국 시장을 향한 투자와 교역의 경제고속도로가 구축되었다. 유럽과 아시아·북미의 3개 대륙을 하나로 연결하는 동북아 자유무역 중심 국가의 위상이 확보된 것이다. 하지만 좋은 기회도 활용하지 못하면 무용지물이다. 무엇보다 내년 1월부터 FTA 시대가 열릴 수 있도록 소모적 논쟁과 갈등을 극복할 필요가 있다.

동시에 기업들이 앞장서 미국과 유럽 각지로 활발하게 진출하고 외국인 투자 유치에 박차를 가하는 등 FTA를 최대한 활용하는 방안을 실천해야 한다. 중소기업들도 넓은 해외시장을 상대로 자기 분야에서 히든(Hidden) 챔피언으로 발돋움해 나가고, 내수업체들도 해외시장 진출에 나서 주기 바란다.

정부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 정보가 어둡고, 방법을 알지 못하는 중소기업들이 해외진출에서 성공할 수 있도록 최대한의 지원을 아끼지 말아야 한다. 특히 취약산업이 겪을 수 있는 피해와 문제점을 점검하고 보완하는 데에도 만전을 기해 주길 바란다.



이동근 연세대 행정학과 졸업. 행시 23회. 밴더빌트대 석사. 산업자원부 산업정책국장, 지식경제부 무역투자실장과 성장동력실장을 역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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