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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멋진 이야기는 여행 트렁크에 있다”

중앙선데이 2011.11.26 23:27 246호 16면 지면보기
“사랑보다 위대한 여행이 있을까?(Is there any greater journey than love?)” 루이뷔통이 2007년 시작한 핵심가치 캠페인(core value campaign)의 주제다. 테니스 스타 부부 앤드리 애거시-슈테피 그라프, 미하일 고르바초프 전 소련 대통령, 축구의 전설 펠레-마라도나-지단, 프랑스 여배우 카트린 드뇌브, 앤젤리나 졸리 등이 모델로 출연했다. 배경은 다르지만 메시지는 한결같다.

브랜드 시그너처 <1> LOUIS VUITTON

여행은 물리적 공간 이동이 아니라, 나를 찾는 정서적 경험이라는 것. 루이뷔통이 캠페인 주제로 여행을 선택한 건 브랜드의 뿌리가 바로 트렁크이기 때문이다.
열세 살 때 기회의 땅을 향해 길을 떠난 소년 루이뷔통은 2년 만에 파리에 도착, 트렁크 상점을 하고 있던 마레칼이란 장인의 도제가 됐다. 그리고 1854년 자신
의 상점을 연다. 세계 최대의 명품 브랜드가 탄생한 순간이다.그는 트렁크의 기본 디자인을 개조했다. 이때까지 전통적인 트렁크 뚜껑은 반구형이었는데, 이를 평평하게 바꿔 차곡차곡 쌓을 수 있게 했다.

모노그램 알저 트렁크
당시 트렁크 제작자들은 짐도 싸고 풀어야 했다. 루이뷔통은 여성들의 치렁치렁한 드레스를 포장하는 데에도 남다른 재주를 지녀 나폴레옹 3세의 아내 유제니 황후의 눈에 들었다. 그는 황후의 공식 트렁크 제작자 겸 포장 책임자가 됐다. 온갖 살림을 챙겨 넣은 트렁크를 수십 개씩 달고 여행 다니는 여행자의 모습은 19세기의 흔한 풍경이었고 루이뷔통은 번창했다.그의 트렁크가 인기를 끌면서 모조품이 등장했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 루이뷔통은 빨간색과 베이지색 줄무늬가 들어간 새로운 디자인을 내놓았다. 마침내1896년 다이아몬드, 별, 꽃무늬와 맞물린 LV자 모노그램이 탄생했다. 가장 많이 모조되는 상표가 100여 년 전 모조품 방지를 위해 만들어졌다니, 역사의 아이러니다. 바퀴 달린 여행가방을 끌고 다니는 오늘날, 트렁크
는 로맨틱한 여행에 대한 향수다. 하지만 루이뷔통의 트렁크는 예전 그대로 파리 근교 아니에르 공방에서 만들어진다.

고객의 요구에 따라 제작하기도 한다. 1868년 아프리카로 항해하는 탐험가 피에르 사보르냥 드브라자를 위해 트렁크 침대를, 1930년 지휘자 레오폴드 스토콥스키를 위해 악보를 넣을 서랍이 달린 데스크 트렁크를 제작했다. 최근엔 샤넬의 수석 디자이너 카를 라거펠트를 위해 아이팟 20대를 수납할 수 있는 트렁크를 만들었다. 영역은 예술로 확장됐다. 사진작가 장 라리비에르와 함께 지구 곳곳의 바람을 채집해 ‘바람의 교향곡’을 빚어내는 ‘윈드 트렁크’를 선보였다. 시대의 인물들은 트렁크에 얽힌 값진 이야기도 남겼다. 1956년 파리의 리츠호텔 창고에서 먼지 쌓인 채 26년을 묵은 루이뷔통 트렁크에서 헤밍웨이의 보석 같은 원고가 나왔다.

가방을 맡긴 이는 헤밍웨이 자신이었다. 그는 옷가지며 사냥 도구와 함께 파리의 낭만을 기록한 원고를 트렁크에 넣어 호텔에 처박아 뒀다. 그리고 까맣게 잊었다. 루이뷔통 트렁크가 품고 있었던 젊은 헤밍웨이의 기록은 1964년 『A Moveable Feast』라는 회고록으로 출판됐다.지난해 말 루이뷔통은 『전설의 트렁크 100선(100 Legendary Trunks)』을 출판했다. 150년 역사를 함께한 100개의 기념비적인 트렁크를 담았다. 창업자 가문 출신으로 회사에 몸담고 있는 5세손, 패트릭 루이뷔통은 서문에 이렇게 썼다.

“트렁크에는 역사가 담겨 있다. 주문한 사람, 소유한 사람, 만든 사람에 의해 전해지는 이야기들은 하나의 앨범이 된다.”루이뷔통의 광고 카피 중엔 이런 것도 있었다. “모든 이야기엔 아름다운 여행이 담겨있다.(Inside every journey, there is a beautiful journe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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