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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뒤흔든 애니 ‘케이온’성우들이 밴드 결성,주제가 불러 대히트

중앙선데이 2011.11.26 22:32 246호 16면 지면보기
애니메이션 강국 일본에서 애니 주제가가 큰 인기를 끄는 건 이상한 일이 아니다. 매주 발표되는 오리콘 차트에는 유명 가수들이 부른 인기 애니 주제곡들이 한
두 곡씩은 꼭 포함돼 있을 정도다. 하지만 최근 몇 년 사이 애니 주제곡 시장에도 새로운 트렌드가 형성됐으니, 바로 극중 목소리 연기를 맡은 성우들이 작품 속 캐릭터 그대로 팀을 결성해 노래하는 이른바 ‘캐릭터송’의 인기다. 요즘엔 인기 게임에서 파생된 애니메이션 ‘아이돌 마스터’에 출연하는 성우들이 극중 아이돌 그룹 이름과 같은 ‘765 프로 올스타즈’라는 팀으로 데뷔해 화제를 모으고 있다.

이영희의 코소코소 일본문화 : 애니 주제가가 이끄는 음반시장


이런 ‘캐릭터송’ 붐을 이끈 작품이 2009~2010년 사이에 방송돼 큰 인기를 얻었던 애니메이션 ‘케이온(사진)’이다. ‘케이온’은 가벼운 음악을 뜻하는 ‘경음(輕音)’의 일본어 발음인데, 흔히 여고에서 활동하는 밴드를 ‘케이온부(경음부)’라고 부른다. 카키후라이의 4컷 만화를 원작으로 한 ‘케이온’은 폐부 위기에 처한 교내 밴드를 살리기 위해 힘을 합친 여고생들의 잔잔한 일상을 그린 소규모 애니메이션이다. 그러나 이 작품이 기대 이상의 성공을 거두면서 관련 상품들이 불티나게 팔려 나가고, 고교 밴드의 활성화를 가져오는 등 ‘케이온 현상’이라 불리는 사회현상까지 만들어내게 된다.

성공의 비결은 애니메이션과 음악의 완벽한 상승작용에 있었다. 방송개시 후, 극중 여고생 밴드인 ‘방과후 티타임’이란 이름으로 발매된 미니앨범은 ‘캐릭터송’
으로는 사상 처음으로 오리콘 주간 차트 1위에 오르는 기록을 세웠다. ‘케이온’을 특집으로 다룬 월간지 ‘닛케이 엔터테인먼트’ 12월호에 따르면, 현재까지 ‘케이온’ 관련 음반들의 총 판매량은 280만 장에 이른다. 각종 캐릭터 상품, 인기 브랜드와의 콜래보레이션 등을 통한 시장규모는 150억 엔을 넘어섰다.

오는 12월 3일 첫 번째 극장판 애니 ‘케이온’ 개봉을 앞두고, 다시 케이온 열풍이 불고 있다. TBS 등 방송국은 TV판 애니메이션 재방송을 시작했고, 영화의 선행판매 티켓 4만 장은 3일 만에 팔려 나갔다. ‘케이온’을 통해 다시 한번 확인한 것은 ‘디테일의 힘’이다. 애니 속 여고생 밴드가 사용하는 기타와 드럼 등 악기가 대표적이다. 야마하, 펜더, 깁슨 등 실제 브랜드의 모델을 세밀하게 재현했다. 이 악기들 역시 음악 매니어들 사이에 소문이 퍼지면서 판매고가 급상승했다고 한다. 연주 장면에서는 캐릭터의 손가락 움직임과 실제 연주음이 정확히 일치하도록 신경을 써, ‘과장 없는 사운드’를 만들어냈다.

‘캐릭터송’의 인기에는 젊은 성우들의 기여도 컸다. 이들은 자신이 맡은 캐릭터가 연주하는 악기를 직접 익혀 실제 밴드활동을 시작, 수 회에 걸친 라이브 콘서
트를 열었다. 2009년에는 ‘일본골든디스크대상 특별상’을 수상하기도 했다.‘닛케이 엔터테인먼트’에 따르면 일본의 애니메이션 시장은 규모 면에서 조금씩 축소세다. 2006년에 2518억 엔에서 2010년 2188억 엔으로 줄어들었다. 하지만캐릭터 시장뿐 아니라 음악계까지 출렁이게 만들었던 ‘케이온’의 사례에서 보이듯, 다른 장르와의 활발한 콜래보레이션 등을 통해 가능성은 점점 커지고 있다고 이 잡지는 분석했다. 여고생들의 소소한 일상을 온 국민이 열광하는 콘텐트로 만들어내는 놀라운 힘을 보면, 이런 낙관에 절로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이영희씨는 중앙일보 문화부 기자로 일하다 현재 도쿄에서 공부하고 있다. 아이돌과 대중문화에 대한 애정을 학업으로 승화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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