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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저에서 위너 되기... 야구는 인생이다

중앙선데이 2011.11.26 22:15 246호 16면 지면보기
선수 전체 연봉 1억1400만 달러의 부자 야구단과 4000만 달러의 가난한 야구단이 대결한다면? 프로 스포츠에서 빈부 격차는 곧 성적으로 직결되니 보나마나다. 그렇다면 가난한 구단의 운명은 필패(必敗)뿐일까. 베넷 밀러 감독의 영화 ‘머니볼(Moneyball)’은 이런 의문을 가진 한 남자의 이야기다. 이 남자는 소위 ‘저비용 고효율’ 달성은 물론, 가난한 구단의 ‘조직혁신’을 이뤄 부자 구단 못지않은 성공신화를 쓴다. 2000년대 초반 미국 메이저리그 꼴찌팀 오클랜드애슬레틱스의 실화다.
만년 하위팀 단장 빌리 빈(브래드 피트)은 팀에 변화를 일으키려 한다. 그의 오른팔은 예일대 경제학과를 나온 풋내기 피터(요나 힐). 피터의 충고는 이거다. “선수를 사지 말고, 승리를 사세요.”

기선민 기자의 두근두근 시네마 : 머니볼


머니볼 이론은 1977년 빌 제임스가 고안해낸 세이버메트릭스(sabermetrics) 이론에 기반한다. 출루율·장타율 등 통계학과 수학을 야구에 적용한 것이다. “걔는 안 돼. 여자친구가 못생겼어. 그건 자신감이 없단 뜻이지.” 영화 속 노장 스카우트들과 감독은 회의에서 이런 기막힌 소리를 해댄다. 빈은 “진흙 속 진주를 찾자”고 응수한다. 팔꿈치 신경이 손상됐어도, 사생활이 깨끗하지 않아도, 출루율이 높으면 데려왔다. 결과는 대성공. 애슬레틱스는 메이저리그 사상 최초로 20연승이라는 대기록을 세운다.‘머니볼’ 이론이 모두에게 박수를 받았던 건 아니다.

실제로 인력에 대한 투자보다는 비용절감으로 돌파구를 찾으려는 경영자들의 ‘꼼수’로 보는 시각도 있다. 영화는 이론의 옳고 그름엔 사실 별 관심을 두지 않는다. 대신 개개인의 진정한 가치를 발견하는 데는 용기와 결단력, 남다른 안목이 필요하다는 주제를 밀고 나간다. 결승전을 향해 치닫는 스포츠 영화의 관습을 따르지 않는데도 흥미로움을 잃지 않는 건 이 덕분이다. 빈은 “야구는 과정”이라고 역설한다.

재능 없다고 스스로 낙담한 사람들을 일으켜 세우는 것, 그래서 조직원 하나하나에게 존재의 이유를 찾아주는 것, 그 ‘과정의 총합’이 성취를 이끌어 낸다는 믿음이다. 그렇기에 “어찌 야구를 사랑하지 않을 수 있겠나(How can you not get romantic about baseball)?”라는 이 ‘야구 CEO’의 고백은 공허하게 들리지 않는다.
하지만 리더십이나 조직혁신, 가치 재발견 등은 이 영화의 두 번째 덕목이다. ‘머니볼’의 진정한 여운은 빈을 통해 묻는 ‘성공이 뭔데?’라는 질문에서 나온다. 스탠퍼드대 4년 장학금을 뿌리치고 뉴욕 메츠에 입단했다 실패한 선수가 됐던 빈. 그는 선수들의 변화를 경험하면서 자신의 상처와도 이별을 고한다.

이것이 그가 거둔 진짜 성공이다. 영화의 종반 10여 분, 홈런을 치고도 어쩔 줄 모르는 2군 선수의 비디오와 빈의 딸이 부르는 노래 ‘더 쇼(The Show)’의 가사는 관객의 심장에 명중한다. 딸은 연봉 1250만 달러라는 보스턴 레드삭스의 제안을 거절하고 돌아온 아빠에게 쿨하게 말한다. “아빠, 그냥 쇼를 즐겨요.” 아마도 뒤에 생략된 대사는 이걸 거다. 아빠, 남이 알아주건 말건, TV에 나오건 아니건 대체 무슨 상관이란 말인가요.2003년 발표된 원작 '머니볼'을 쓴 마이클 루이스는 “이렇다 할 이야기의 큰 흐름이 없는데 어떻게 만들까” 의아해했다고 한다. 그 의문은 두 명의 각본가, ‘소셜 네트워크’의 에런 소킨, ‘쉰들러 리스트’의 스티븐 자일리언 덕분에 기우로 입증됐다. 11대0에서 11대11로 바뀌는 경기 장면은 야구 문외한이 봐도 입이 바짝바짝 마른다. 그리고 주연 브래드 피트. 그가 만약 내년 초 제84회 아카데미상 시상식에서 생애 첫 남우주연상 트로피를 못 받는다면 그거야말로 ‘이변’일 것이다.


에런 소킨(Aaron Sorkin)
1961년생. 미국 NBC의 드라마 ‘웨스트윙’ 작가로 스타덤에 올랐다. 지난해 페이스북 창립자 마크 저커버그를 주인공으로 한 ‘소셜 네트워크’로 아카데미상과 골든글로브 각본상을 거머쥐었다. 타계한 애플 CEO 스티브 잡스 전기영화의 각본가로도 유력시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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