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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 Global] ‘미슐랭 가이드’ 그린 가이드 부문 사장 올리비에 브로솔레

중앙일보 2011.11.26 03:00 주말섹션 12면 지면보기
세계 여행 매니어와 미식가의 바이블인 ‘미슐랭 가이드(Le guide Michelin)’. 1900년 창간호 이후 111년을 맞는 올해 처음으로 5월 ‘한국’편(불어판)을 내놨다. 지난 2일 프랑스 파리 남서쪽 부자촌인 불로뉴 빌랑쿠르(Boulogne-Billancourt)에 위치한 미슐랭 가이드 본사. 세상에 처음으로 자동차를 위해 도로표지판을 만들었고, 지도나 식당 등 다양한 여행 정보를 제공하면서 국제관광업계를 쥐락펴락하는 본산이다. 7층 회의실에서 만난 올리비에 브로솔레(Olivier Brossollet) 사장(여행 그린 가이드&국제사업개발부문)은 “파리에 온 것을 환영한다(Welcome to Paris)”며 ‘미슐랭 한국편 가이드’를 선물로 건넸다. 회의실 한쪽 벽을 가득 채운 책장에는 세계 각국의 미슐랭 가이드가 빽빽이 꽂혀 있었다. 그는 미슐랭 가이드의 또 다른 사업부문인 레드 가이드(식당 정보)에 대해선 책 발간까지 비밀로 부치는 데다 업무가 다르다는 이유로 말을 아꼈다. 


“한국편 반응 좋아 영어로도 낼 겁니다 ”

파리=이원호 기자



●한국편 불어판 그린 가이드에 대한 반응은.



 “한국 관광용 외국어 가이드는 한 해 4000부 정도 팔린다. 미슐랭의 한국 가이드는 5월 선보인 이후 1800부가 나갔다. 25.9유로에 불어판이라 거의 프랑스 내에서만 판매된 수치다.”



●프랑스인들이 한국편 가이드에 관심을 갖는 이유는.



 “미슐랭 가이드는 진짜 여행을 즐기는 고소득층 사람들이 고객이다. 단순히 관광 정보나 지도가 필요해 구입하는 게 아니다. 한국의 독특한 역사와 전통까지 느끼고 싶은 것이다.”



●한국편 가이드는 어떻게 제작됐나.



 “작가 5명과 전문가 10여 명, 인스펙터(현장 체험) 5명 등 20여 명이 참여했다. 이들은 한국에 대해 전통 문화와 현대적 감각이 잘 어울린 게 가장 좋았다고 했다. 휴대전화·자동차 등을 생산하는 공업국가로 알려진 한국의 수천 년 역사를 보여주고 싶었다.”



●한국 프로젝트는 또 없나.



 “더 많은 세계 여행 매니어를 위해 불어판에 이어 영문판 한국 가이드도 곧 선보일 예정이다. 인기가 많은 미슐랭 가이드는 10개국 언어까지 제작된다. 또 ‘서울 스몰 가이드’를 준비 중이다. 서울 지역을 이틀이나 사흘 여행하면서 꼭 경험해야 할 정보를 상세히 담는 콘텐트다. 한국편의 반응이 좋아 서울 가이드를 추가로 검토하고 있다. 또 해외 각국의 가이드를 한글판으로 제작하는 것도 추진 중이다.”



●한국편 가이드의 표지 사진이 해인사의 ‘팔만대장경’인데.



 “파리에 본부를 둔 유엔 산하 유네스코(교육과학문화기구)가 지정한 ‘세계 기록 문화 유산’이다. 제작팀이 여러 가지 아이디어를 고민하다 팔만대장경이 한국의 역사를 제대로 보여줄 수 있는 가장 독특하고 가치 있는 문화라고 판단했다.”



●진정한 맛집을 평가한다는 ‘레드 가이드’의 한국편은 준비하나.



 “여러 가지 고민을 하는 것으로만 안다. 레드 가이드 사업부문은 따로 있고, 발간 이전에는 책에 대해 비밀이라 잘 모른다. 다만 그린 가이드에 비해 레드 가이드는 다수의 식당을 찾아가 여러 차례 음식을 맛보는 등 품이 많이 든다.”



●그린 가이드를 만들면 레드 가이드도 내놓지 않나.



 “그린 가이드의 대상 국가는 100개국 이상이다. 반면 레드 가이드용 국가는 23개국에 불과하다. 레드 가이드 한국편이 당장엔 쉽지 않을 것이다. 그린 가이드는 외국인들이 그 나라를 방문할 때 필요한 여행 정보를 제공하면 된다. 반면 레드 가이드는 그 나라에 사는 사람들에게 특정 식당에 대한 객관적인 평가를 서비스하는 것이다. 성격이 다른 데다 한국 식당에 대한 정보가 별로 없는 등 레드 가이드 한국편 제작이 어려울 수밖에 없다.” (인터뷰 자리에 동석한 미쉐린코리아 관계자는 미슐랭이 현재 레드 가이드 한국편의 발간을 검토하고 있다고 전했다.)



●디지털 세상에서 여행 책자가 경쟁력 있나.



 “디지털 콘텐트는 미슐랭 가이드의 미래 전략이다. 특히 스마트폰 등 모바일 디바이스 관련 콘텐트에 신경을 쓴다. 이미 19개국 가이드를 5개 언어로 제공하는 웹사이트를 서비스하고 있다. 올봄에는 스마트폰용, 8월엔 아이패드용 애플리케이션을 내놓은 데 이어 다음 달엔 e-북을 발간할 계획이다. 모바일용 가이드는 특정 도시의 정보를 서비스하는 스몰 가이드 스타일로 추진 중이다.”



●미슐랭 가이드는 오랜 역사만큼이나 최고의 권위를 인정받는다. 비결은 뭔가.



 “신뢰가 담긴 꼼꼼한 정보다. 미쉐린 그룹에서 미슐랭 가이드가 차지하는 비중은 1%도 안 된다. 미쉐린 창업자가 미슐랭 가이드를 추진한 취지대로 사업 자체의 상업성보다 자동차로 여행을 다니는 사람들에게 ‘이동 문화(mobility culture)’를 서비스한다는 취지이기 때문이다. 단순히 관광지 홍보나 식당 소개에 그치지 않고, 해당 지역 여행을 준비할 때 필요한 준비물부터 그 나라에 대한 역사와 생활·문화, 그리고 지역별로 상세한 안내 등을 제공한다. 미슐랭 가이드가 한 해 90개국에서 1700만 부 이상 팔리는 이유다.”



●그린 가이드 한국편에서도 그런 정보를 얻을 수 있나.



 “그린 가이드에 나오는 지도 관련 정보는 미슐랭 사업팀이 현장을 방문해 확인한다. 한국편도 지도 자체는 유명 출판사에서 제공받았지만, 주요 정보는 전문가들이 일일이 체크하고 미슐랭 가이드 본사팀이 찾아갔다. 또 걸어다니는 곳은 도보에 맞는 지도를 보여준다.”



●한국을 방문한 적이 있나.



 “한국편 가이드 발간으로 가고 싶었으나 아직 한국을 방문하지는 못했다. 조상 어른이 한국을 찾은 일은 있다. 1866년 천주교 박해로 한국을 공격한(병인양요) 때 프랑스 군의 장교였다.”



●한국과의 인연이 꽤 있는데, 방문 계획은 있나.



 “조만간 한국으로 휴가를 떠날 생각이다. 의욕적으로 추진하는 ‘서울 스몰 가이드 프로젝트’도 있고….”



●미슐랭 가이드 본사를 방문하면 전시실을 꼭 본다는데.



 “아쉽지만 이번엔 보여주기 어렵다. 1층에 전시실 공사가 한창이다. 사무실을 6월 복잡한 파리 시내에서 여유 있는 부촌인 불로뉴 빌랑쿠르로 옮겼다. 전시물로는 111년의 역사를 고스란히 담은 책자들과 고객의 편지들이 있다.”



●어떤 전시물이 있나.



 “100여 년 전 미슐랭 가이드 제작에 단초가 된 빛 바랜 고객의 편지가 있다. 그 편지는 가고 싶은 여행지의 길을 알고 싶다는 내용이었다. 당시만 해도 프랑스에는 자동차가 2500여 대에 불과했고, 길도 모르고 차량의 상태도 예상되지 않는 상황이다. 자동차 여행은 그 자체가 ‘모험’이었다. 타이어 회사인 미쉐린이 세계 최초로 도로에 번호를 매기고, 도로표지판을 만들고, 그런 정보를 책자로 만든 이유다.”

미슐랭 가이드



세계적 타이어 회사인 미쉐린이 1900년 파리만국박람회 참가자에게 배포한 프랑스 여행 안내 지도로 시작됐다. 처음엔 타이어를 많이 팔려고 더 많은 자동차가 더 많이 이동하게 하기 위해 여행 정보를 서비스한다는 전략이었다. 그 당시 프랑스에는 자동차가 2500대에 불과했고, 도로·주유소·정비소 등 정보가 없어 자동차 여행은 꿈도 꾸지 못했다. 1910년부터는 자가 운전자들을 위해 세계 최초로 도로에 표지판을 세웠고, 이를 기준으로 여행지와 맛집·주유소·정비소 등 다양한 정보를 담은 종합 여행 안내서로 향상됐다. 자가 운전자는 물론 여행 매니어들에게 기대 이상의 호평을 받으면서 1922년에는 모든 상업 광고를 없애고 객관적인 여행 정보를 담은 유료 책자로 변신했다. 선정된 식당에서 아무 대가를 받지 않으면서 그 권위를 높였다. 미슐랭 가이드(Le guide Michelin)로 통합 운영되다 2001년부터 관광 정보 콘텐트인 ‘그린 가이드’와 식당 정보만을 수록한 ‘레드 가이드’로 나뉘었다.



 레드 가이드는 엄격한 평가로 유명하다. 전문 평가원들이 후보 식당에 세 차례 정도 비밀 방문해 평가한다. 식당 평가 등급은 별 3개(만점)와 포크 5개다. ▶별 셋(그 식당을 목적지로 여행할 가치가 있는 곳) ▶별 둘(가는 길에 돌아서 들러볼 만한 곳) ▶별 하나(그 분야에서 맛있는 음식을 제공하는 곳) 등이다. 평가 기준은 식재료의 질, 요리법과 맛의 완성도, 요리의 개성, 가격, 맛의 일관성 등으로 알려졌다. 상세 평가 항목은 물론 도시별 평가단의 인원·신분·예산 모두 비밀이다.



 미슐랭 가이드는 90개국에서 한 해 1700만 부 이상 팔리고 있다. 미쉐린은 세계 2위 타이어 생산 회사로 지난해 매출은 176억 유로(약 26조7000억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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