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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도엽 국토장관 “박원순 주택정책 친서민 아니다”

중앙일보 2011.11.26 02:26 종합 1면 지면보기
권도엽(左), 박원순(右)
권도엽 국토해양부 장관이 25일 정부 과천청사 국토해양부 기자실을 예고 없이 찾았다. 그는 박원순 서울시장의 주택정책에 대해 쓴소리를 쏟아냈다. “박 시장의 주택정책은 결국 서민을 서울 밖으로 몰아낸다. 이건 친서민정책이 아니다.”


박원순 서울시장 “정부, 누굴 탓하나 염치가 먼저다”

  권 장관은 “서울이 인구 1000만 명을 수용하기 위해서는 주택 500만 호가 필요한데, 지난해 기준으로 340만 호에 불과하다”며 “서울시는 서민주택을 늘릴 수 있는 장기주택계획을 고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권 장관 발언이 전해지자 박 시장은 발끈했다. 그는 이날 오후 3시45분 자신의 트위터에 “ 권 장관의 발언…염치가 먼저입니다. 그게 상식이지요”라고 썼다. 문승국 서울시 행정2부시장은 “현재 주택시장 침체는 정부 정책의 결과인데 정부 책임자가 취임한 지 한 달밖에 안 된 시장을 나무라는 것이 염치없는 일이라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국토부와 서울시가 ‘친서민 주택정책’을 놓고 정면으로 부딪혔다. 박 시장 당선 이후 서울시가 재건축 규제 조짐을 보이자 국토부가 공개 비판에 나선 것이다.



권 장관이 이날 직격탄을 날린 배경은 이렇다. 24일 문승국 서울시 행정2부시장은 재건축과 관련해 긴급 브리핑을 열었다. 문 부시장은 “부동산 경기 침체로 수익성이 낮아져 부동산 시장이 스스로 속도조절을 하는 상황”이라며 “서울시가 정책적으로 재건축 속도조절에 나선 것은 아니다”고 설명했다. 권 장관을 자극한 건 그 다음 발언이다. 문 부시장은 “개포지구 재건축안이 보류된 것은 앞으로 재건축 아파트가 나아가야 할 방향성을 충분히 담지 못했기 때문”이라며 “앞으로 재건축은 공공성에 중점을 두면서 임대주택을 단지 내에 적절히 배치하고 녹지와 주민편의 시설도 확보하겠다”고 말했다. 재건축·재개발 사업의 공공성을 강조한 것이다. 부동산 시장에선 이를 “강남권을 겨냥해 앞으로 임대 비율과 녹지율 등을 까다롭게 심사하겠다”는 의미로 받아들였다.



 권 장관은 바로 ‘공공성’을 문제 삼았다. 그는 “서울시가 재건축 규제를 안 한다고 하면서도 지나치게 공공성을 강조하는 게 걱정된다”며 “주택 공급이 충분치 않은데 녹지율을 많이 확보하고, 경관을 생각해 층수를 제한하면 주택 총량이 부족해진다”고 말했다. 또 “결국 구매력이 떨어지는 계층은 서울 밖으로 밀려나갈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 반서민적 정책”이라고 꼬집었다.



 국토부 고위 관계자는 “안정세를 보이던 주택시장이 박 시장 취임 이후 다시 불안한 조짐을 보이자 뭔가 신호를 보내야 한다고 생각한 것 같다”고 설명했다.



 트위터에 그치지 않고 서울시는 긴급 기자회견을 열어 권 장관 발언을 공식적으로 반박했다. “서울시의 재건축 심의 기준은 오세훈 전 시장 때에 비해 강화된 게 없으며, 박 시장의 주택정책이야말로 저소득층을 위한 친서민 정책”이라는 주장이다.



 서울시 김효수 주택본부장은 “박 시장의 최우선 과제는 임대주택 공급 확대(8만 호)를 통한 서민 주거 안정”이라며 “과거와 달라진 게 있다면 소형 주택을 더 많이 공급하겠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또 “공공성을 언급한 것은 녹지율이나 임대주택 비율을 높이겠다는 게 아니다”며 “서울시 입장은 재건축 사업이 활성화하도록 지원하는 것으로, 주민의 부담 완화를 위해 기반시설 건설에 대한 국고 지원 확대를 계속 건의해 갈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개포지구 재건축 심의 보류에 대해서는 “큰 골격에선 주민 제안을 수정 없이 수용하는 선에서 논의됐으며 다만 건물 배치와 녹지 위치를 보완토록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런 국토부와 서울시의 난타전에 시장의 반응은 싸늘하다. 익명을 요구한 한 부동산학과 교수는 “겨우 살아나던 주택시장이 다시 급랭하는 것은 정부나 서울시 입장에서 모두 부담스러운 일”이라며 “서로 책임을 떠넘길 구실을 만들기 위한 정치적 액션처럼 보인다”고 비난했다.



손해용·이한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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