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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TA로 죽을 맛 … 고급육 DNA 송아지로 돌파해야죠”

중앙일보 2011.11.26 02:21 종합 3면 지면보기
전라남도 장흥군 용산면에 있는 천수목장 주인 김한호씨가 태어난 지 일주일 된 송아지를 꼭 안고 있다. [프리랜서 오종찬]


25일 오전 전남 장흥군 용산면 운주리 ‘천수목장’. 산 중턱에 위치한 이곳에서 포클레인과 덤프트럭 2대가 바삐 오간다. 1653㎡(500평) 규모로 지어진 한우 분만동 옆에 육성동·번식동(1984㎡)을 짓기 위해서다. 현재 암소와 암송아지 96마리를 키우고 있는 김한호(28)씨는 축사 한 동을 더 지을 계획이다. 소를 방목하는 방안도 구상 중이다. 한국농수산대학에서 축산을 전공한 그는 3년 전 목장을 시작하면서 이 일대 임야와 논 2만3140㎡(7000평)를 사들였다.

FTA와 나 ③ 전남 장흥 28세 축산인 김한호씨의 도전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요? 죽을 맛이죠. (비준 이후) 우시장에서 송아지 가격이 50만원이나 떨어졌어요. 불안하지만 또 다른 기회가 된다고 봐요.”



 김씨의 말에는 걱정과 희망이 뒤섞여 있다. 위기를 기회로 삼겠다는 의지도 엿보인다. 그러나 현실은 녹록지 않다. 한·미 FTA 발효로 가장 큰 타격이 예상되는 분야가 축산이다.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발효 뒤 15년간 누적 피해액이 7조2993억원에 달할 것으로 추산된다. 과일(3조6162억원)과 채소·특작물(9828억원)·곡물(3270억원)보다 많다.



 장흥군은 한우로 유명한 곳이다. 이곳엔 사람(4만3000여 명)보다 한우(5만2000여 마리)가 더 많다. 경기도 안성 등에 이어 전국 시·군·구 중 다섯 번째다. 한·미 FTA의 충격파가 다른 지역보다 더 크다. 축산 농민들은 “최근 사료값까지 올라 사육을 포기하겠다는 농가가 많다”고 귀띔했다. 김씨도 “지난 7월 발효된 한·유럽연합(EU) FTA 때에는 예상만큼 타격이 크지 않았다”며 “지금은 농가들의 움직임이 보인다. 이게 무섭다. (불안심리로) 물량이 쏟아지면 가격 폭락을 피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그는 투자를 결심했다. 값싼 외국산 쇠고기가 들어오더라도, 인공수정을 통한 한우 개량은 새로운 틈새시장이라고 봤기 때문이다. 위험성과 가능성을 꼼꼼하게 따지며 고민을 거듭했다. 그는 “아버지(53)가 고향(관산읍)에서 한우를 40마리 길렀는데, 중학생 때부터 사료 챙기기부터 분만까지 축사 일을 도맡아 했다”고 말했다. 그는 대학을 졸업한 2008년 아버지에게 분양받은 한우 25마리로 목장을 시작했다. 가정도 일찍 꾸려 지금은 부인과 딸(5) 등 세 식구가 목장에서 함께 산다.



 인공수정에 관심을 갖게 된 건 대학 2학년 때 전북 임실 ‘억대농장’에서 1년간 실습하면서부터다. 이곳에서 인공수정 기술을 배운 김씨는 고급육의 유전자를 지닌 송아지 생산에 매달리고 있다. 김씨는 “비육우는 사료값 때문에 비용이 많이 들지만 송아지 번식 위주로 하면 큰돈이 들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 고기의 양이 많은 씨수소의 정액을 집중적으로 골라 인공수정하고 있다. 첨단 정보기술(IT)을 축산에 접목한 것도 새로운 도전이다. 축사 안팎에 폐쇄회로TV(CCTV) 7대를 설치해 어디서든 인터넷을 통해 축사 내부 상황을 볼 수 있게 한 것이다. 체계적인 관리를 위해 수정·분만·백신 접종 일자 등을 파악할 수 있는 ‘개체별 번식 기록판’을 막사마다 만들었 다.



 그래도 걱정은 태산이다. 김씨는 “산지 소값은 떨어지고 있는데, 식당·식육점 가격은 그대로인 불합리한 유통 구조도 차제에 바꿔야 경쟁력이 생긴다”며 “축산농가와 정부가 함께 머리를 맞대고 위기를 기회로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장흥=유지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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