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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학규 ‘통합전대’일단 판정승

중앙일보 2011.11.26 02:14 종합 4면 지면보기
25일 오후 국회에서 야권통합 관련 민주당 긴급 의원총회가 열렸다. 손학규 대표와 박지원 의원(뒤)이 동료 의원의 발언을 듣고 있다. [김형수 기자]
25일 오후 예정에 없던 민주당 의원총회가 열렸다. 24일 감기 몸살로 자택에 머물렀던 민주당 손학규 대표가 “야권 통합에 대해 논의하자”며 긴급 소집한 회의였다. 손 대표는 시작부터 단호한 어조(語調)였다. 통합전당대회 찬성파·반대파 간 멱살잡이가 벌어졌던 23일 당 중앙위원회 회의를 겨냥, “이게 도대체 언제적 정치냐. 구태정치는 사라져야 한다”고 따졌다. ‘적(敵)’이 돼버린 박지원 전 원내대표를 겨냥한 발언이었다. 순간 박 전 원내대표의 얼굴은 굳어졌다.


민주당 5시간 긴급 의총

 24일 밤만 해도 손 대표는 ‘대표직 사퇴’를 검토했다고 한다. 스스로 ‘자리’를 거는 것 말고는 박 전 원내대표 등 ‘단독 전대파’의 압박을 뚫을 방법이 없다는 판단 때문이었다. 그러나 주변에서 “명분에서 앞선다. 물러설 이유가 없다”고 만류해 뜻을 거둬들였다.



 손 대표는 배수진(背水陣)을 선택했다. ‘통합 전대파’가 다수인 소속 의원들의 힘을 업고 가기 위해 의총을 연 것이다. 의총에선 예정대로 12월 17일 통합전당대회를 치르되 새 지도부는 내년 1월 초 경선을 통해 뽑자는 절충안도 내놓았다. 정해 놓은 시간표대로 통합은 하면서 박 전 원내대표 같은 당권주자들에게 선거운동 할 시간도 주겠다는 취지였다.



 손 대표의 작전은 들어맞았다. 5시간 동안 이어진 의총 후 이용섭 대변인은 “35명의 발언자 대다수가 절충안을 지지했다”며 “(단독 전대파였던) 김부겸 의원도 찬성한다고 말할 정도였다”고 전했다. 한 의원은 “1987년 통일민주당 창당 당시 폭력배들이 각목을 들고 난입해 방해한 ‘용팔이 사건’이 생각났다는 의원도 있었다”며 “‘이래선 안 된다’는 게 다수 의원의 분위기였다”고 했다.



 손 대표는 주말까지 절충안에 대한 당 안팎의 공감대 확산에 주력한다는 계획이다. 그런 뒤 다음 주 초까지 중앙위원회의를 재소집해 ‘공식 통합안’으로 쐐기를 박겠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박 전 원내대표는 의총에서 “민주당 먼저 전대를 열어야 한다”는 기존 입장을 고수했다. 손 대표가 중앙위를 재소집하더라도 지난번처럼 회의를 지연시켜 결론이 안 나면 올해 안에 통합전당대회가 불가능하다는 게 박 전 원내대표 측의 계산이다. 한편으로 박 전 원내대표 측은 전대 소집을 요구하기 위해 1만2000여 명의 대의원 중 5400여 명으로부터 서명을 받았다고 한다. 힘으로 민주당 단독전대를 열리게 하는 일종의 ‘폭탄 카드’다. 아직 당내 여론을 의식해 이를 제출하진 않고 있지만 여차하면 폭탄을 터뜨릴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박 전 원내대표는 회의 막바지에 손 대표와 삿대질까지 하며 고성을 주고받기도 했다.



글=양원보·강기헌 기자

사진=김형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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