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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도저파’ 김황식 … 서민 눈높이 맞추고 낮은 자세로

중앙일보 2011.11.26 02:14 종합 4면 지면보기
소통의 리더십, 현안의 해결사, 한국의 원자바오(溫家寶)…. 요즘 정치권에서 김황식 국무총리에게 붙여준 수식어들이다. 김 총리는 평소 “존재감이 없는 게 목표”라 했지만 시간이 갈수록 조용히 존재감을 더해가고 있다. 지난 23일 비가 오는 가운데 대전 국립현충원에서 열린 연평도 포격도발 전사장병·희생자 추모식 때 우산을 마다하고 비를 맞으며 헌화하는 모습이 전해진 게 직접적 계기가 됐다. 익명을 원한 김 총리의 한 지인은 “그는 보수적 가치에 대해선 신념이 분명하다. 국가·안보관에서 특히 더 그렇다”고 말했다.


주목 받는 총리 리더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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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의 리더십은 한 번의 행사로 생겨난 게 아니다. 그는 올 들어 동남권 신공항 등 주요 현안의 해결사 역할을 맡아 왔다. 이명박 대통령이 신임한다는 뜻이기도 하지만 김 총리만 한 적임자가 없다는 게 정치권의 평가다. 사안을 잘 꿰뚫고 있는 데다 몸을 낮춰가며 진정성을 보여주는 소통방식 때문이다. 서울대 박효종(윤리교육과) 교수는 “지금까지 총리의 위상은 수동적이었고, 주요 행사에서 대통령 ‘대독(代讀)’이 주 업무였다. 그러나 김 총리는 원칙을 지켜가며 소통에 힘써 총리의 새 역할모델을 만들고 있다”고 말했다.



 예컨대 그는 24일 가천대 학생들과 점심을 먹으며 “내가 두 마디 할 때 상대방의 말 여덟 마디를 들어주며, 눈높이를 맞추고 낮은 자세로 하면 거기서 오히려 리더십이 생긴다”고 말했다. 총리실 고위 관계자는 “김 총리에게 보고를 하면 끝까지 내용을 다 듣는다. 그래서 이면의 내용까지 충분히 말할 수 있게 된다. 이 때문에 무리한 판단이 적다”고 말했다. 일각에선 김 총리를 ‘한국의 원자바오’라고도 부른다. 중국 총리인 원자바오는 이웃집 아저씨 같은 친근한 이미지로 ‘서민 총리’라는 별명을 지녔다.



 그렇다고 그가 늘 부드럽기만 한 건 아니다. 결정적 순간엔 ‘강단’을 보인다. 검경 수사권 조정이 대표적이다. 국무총리실이 조정안을 발표했던 22일 오전 조현오 경찰청장은 김 총리에게 예정에 없는 면담을 요청했다. 조 청장이 수사권 조정안에 대한 경찰의 입장을 김 총리에게 전달하기 위해 찾아온 것이었다. 김 총리는 30분 넘게 조 청장의 얘기를 별말 없이 들었다. 그는 잠시 뜸을 들인 뒤 “조직이 아닌 국민의 입장에서 생각하자”며 조 청장을 설득해 조정안을 마무리지었다고 한다.



 김 총리는 요즘 소통행보를 부쩍 강화하고 있다. 대학생과의 간담회에 이어 다음 달엔 페이스북 네티즌 초청행사도 잡아놨다. 연말까지 모든 총리실 직원과 돌아가며 송년 오찬도 할 계획이다. 그는 ‘보여주기식 행사’를 싫어해 모든 행사에 사전질문을 받지 않는다. 또 지난 5월 파독 광부·간호사들과 오찬을 할 때엔 “어렵게 생활했던 분들을 홍보에 활용하는 모양새가 될 수 있다”며 비공개로 하라고 지시하기도 했다.



 김 총리는 자신이 정치적으로 부각되는 것을 부담스러워한다. 또 스스로를 “이념적으로 중간적인 사람으로서 소외계층을 보듬어야 한다”는 의미에서 ‘중도저파(中道低派)’라고 표현한다. 오히려 이런 모습 때문에 정치권에선 김 총리가 ‘기대주’로 비치고 있다. 여권에선 한때 10·26 서울시장 보궐선거 후보로도 거론됐다. 이에 대해 김 총리 본인은 “적절치 않다”고 일축한 바 있다.



  이철재·권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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