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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사 못하겠다” 수갑 내던진 경찰들

중앙일보 2011.11.26 02:05 종합 8면 지면보기
25일 충북 청원군 충청풋살공원 회의장 탁자에 경찰관들이 던져둔 수갑이 놓여 있다. 전국에서 모인 경찰 100여 명은 검경 수사권 조정안에 대한 항의의 표시로 수갑을 총리실에 반납할 계획이다. 한 경찰 관계자는 “경찰의 문제의식을 수갑 반납을 통해 상징적으로 보여주겠다”고 말했다. [청원=프리랜서 김성태]


“조정안은 경찰에 독자적인 수사 능력이 있는데도 손발을 꽁꽁 묶겠다는 것이다. 이런 조정안을 절대 받아들일 수 없다.”

수사권 조정안 반발 확산



 “내사가 국민 인권을 침해한다면 법으로 제한해야지 대통령령으로 막는 것은 부당하다. 10만 경찰의 확실한 의지를 보여야 할 때다.”



 25일 오후 8시 충북 청원군 충청풋살공원. 전국의 일선 경찰관 100여 명이 모여 자신들이 들고 온 수갑을 한곳에 던졌다. 모은 수갑을 국무총리실에 반납하기 위해서다. 23일 총리실이 발표한 검경 수사권 조정안에 대한 항의 표시였다. 이 자리에 나온 한 경찰관은 “30년 가까이 형사 생활을 한 선배의 수갑을 가져온 동료도 있다”며 “수사 경찰이 이번 조정안에 대해 얼마나 부당하다고 느끼는지 보여주겠다”고 말했다.



 수사권 조정안에 대한 경찰의 불만이 집단행동으로 번지고 있다. 이날 모인 경찰들은 조정안의 문제점과 향후 대응방안에 대해 밤샘 토론을 벌인 뒤 취합된 의견을 조현오 경찰청장 등 수뇌부에 전달하기로 했다. 이날 토론회에서 “조정안이 통과되면 검사 지휘 없이는 그 어떤 수사도 진행하지 않을 것”이라며 ‘준법 투쟁’을 주장하는 목소리가 나올 때마다 참가자들 사이에선 박수가 터졌다.



 일선 경찰관들은 지난 6월에도 같은 장소에서 수사권 조정과 관련한 집단행동에 나선 바 있다. 당시 참석자들은 검사의 지휘 권한을 인정한 개정 형사소송법 조항을 거론하면서 “권한은 검찰이 쥐고 경찰은 책임만 진다”고 비판했다. 며칠 뒤 검사의 경찰 수사 지휘에 관한 사항을 법무부령이 아닌 대통령령으로 정하도록 한 개정 법안이 통과됐고, 경찰 내부에선 “집단행동이 효과가 있었던 것 아니냐”는 분위기가 형성됐었다. 경찰 관계자는 “25일 수갑 반납과 토론회도 ‘우리가 뭉치면 바꿀 수 있다’는 경찰관들의 기대 때문에 열린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날까지 수사 경과(警科·보직을 뜻하는 경찰 용어) 반납 의사를 밝힌 경찰은 1만5000명을 넘어선 것으로 추산됐다. 전날보다 2배 가까이 늘어난 것으로, 전체 수사 업무를 담당하는 경찰관의 70%에 이른다. 경찰청 측은 “당사자들이 굳이 수사 경과 지원을 해제하고 싶다면 경찰 입장에서도 이를 막진 못한다”고 했다. 전문 수사 인력에 공백이 생길 수 있다는 뜻이다.



 경찰의 이번 행동에 대한 우려와 비판도 거세다. 대검 관계자는 “경찰 입장에선 조정안에 대한 불만이 검찰보다 클 수 있겠지만 상급 기관인 총리실의 결정에 대해 현직 경찰들이 집단 반발하는 것은 공직자로서 올바른 태도가 아니다”고 말했다.



일부 시민은 치안이 부실해질까 걱정했다. 대학생 김소희(26)씨는 “112 신고를 했을 때 가장 먼저 달려오는 게 경찰인데, 수사를 하지 않을 것처럼 반발하는 것을 보니 가족의 안전이 걱정된다”고 말했다. 김성재(46·자영업)씨도 “국민 세금으로 제공되는 치안서비스를 놓고 하느니 마느니 거론하는 것 자체가 문제”라고 꼬집었다.



 전문가들도 경찰의 대응 방식에 문제를 제기했다.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이황우 교수는 “시민들 눈엔 ‘밥그릇 싸움’으로 비쳐질 수밖에 없다”며 “좀 더 신중한 방법을 택했어야 했다”고 말했다. 같은 과 최웅렬 교수도 “검찰은 ‘경찰의 수사 전문성이 부족하다’고 지적하고 있는데 오히려 수사 경과를 대거 반납한다면 검찰의 논리 강화에만 도움을 줄 것”이라고 지적했다.



청원=최선욱 기자

사진=프리랜서 김성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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