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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르켈·사르코지·몬티 첫 회동, 화만 키웠다

중앙일보 2011.11.26 01:46 종합 14면 지면보기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왼쪽), 니콜라 사르코지 프랑스 대통령(가운데), 마리오 몬티 이탈리아 총리가 24일 3국 정상회담 직후 공동 기자회견을 마치고 얘기를 나누고 있다. [스트라스부르 AP=연합뉴스]


돈 가뭄에 시달리는 유로존(유로화 사용 17개국)에 ‘비보’가 날아들었다. 유럽 재정위기 해법을 찾기 위해 24일(현지시간) 프랑스 스트라스부르에서 열린 독일·프랑스·이탈리아 3국 정상회담에서 해결책을 내놓기는커녕 유럽중앙은행(ECB)의 시장 개입 확대에 제동을 걸었기 때문이다.

ECB 시장 개입 확대에 제동
독일 반대로 유로본드 발행도 불발
이탈리아 2년 국채 7.81% 최고치
무디스, 헝가리 투기등급으로 강등



 유로존을 뒤흔드는 ‘본드런’이 독일 국채(분트)로 번지는 양상이 벌어지자 세계 금융시장은 모두 ECB가 구원투수로 등판하기만을 기대했다. ECB가 돈을 찍어 재정 불량국가의 국채를 대량으로 사들이는 방식으로 위기를 진정시켜야 한다는 것이다.



 프랑스는 채무 위기에 시달리는 유로존 국가를 보호하기 위해 ECB의 유동성 공급 확대를 촉구했다. 하지만 이날 회담에서는 오히려 ECB의 독립성을 존중하는 차원에서 ECB에 어떤 요구도 하지 않겠다는 방향으로 결론이 났다.



 ECB의 개입을 내심 기대했던 시장은 실망감에 다시 요동쳤다. 24일 이탈리아 10년 만기 국채수익률(금리)은 또다시 ‘마(魔)의 7%’를 넘어섰다. 전날 6.956%에서 7.1%대까지 상승했다. 이탈리아 국채 금리는 9일 7.46%로 급등하며 유로존 출범 이후 처음으로 7%대에 진입했고 15~16일에도 7%를 넘었다. 프랑스 BNP파리바은행의 패트릭 자크는 “시장은 단기적인 해결책으로 ECB의 역할 확대를 기대했는데 유럽 정상들은 오히려 유로존 경제정책 문제에 대한 협력 강화 등 장기적 대책만을 내놨다”며 “시장에 실망을 안겨줬다”고 말했다.



 유럽채권시장의 동요는 쉽게 잦아들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25일(현지시간) 발행한 이탈리아 2년 만기 국채 금리는 7.814%로 유로존 가입 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28일에는 프랑스 국채 발행이 진행되는 등 불안 요인이 곳곳에 자리 잡고 있다. 미래에셋증권 이재훈 연구원은 “이탈리아와 프랑스 국채가 시장에서 얼마나 원활하게 소화되느냐에 따라 유로존 국채에 대한 판단이 좌우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회의에서 관심을 끌었던 유로본드 발행도 독일의 완강한 반대에 부닥쳐 불발됐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유로본드 발행은 유로존 각국 금리를 통일한다는 점에서 잘못된 것”이라며 반대 의사를 분명히 했다. 3개국 정상은 오히려 유럽연합(EU) 조약 개정을 통해 재정위기의 해결책을 모색하겠다고 밝혔다.



 유럽 정상이 뚜렷한 대책을 내놓지 못한 채 시간만 허비하는 동안 유로존의 불안감은 더욱 커지고 있다. 국제 신용평가사의 국가신용등급 강등이 이어지고 있다. 국제신용평가사 무디스는 24일 헝가리의 국가신용등급을 ‘Baa3’에서 투기등급(투자부적격등급)인 ‘Ba1’로 한 단계 하향조정했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와 피치도 여차하면 등급을 강등할 태세다. 국제신용평가사 피치도 이날 포르투갈의 국가신용등급을 ‘BBB-’에서 투기등급인 ‘BB+’로 한 단계 낮추고 신용등급 전망도 ‘부정적’으로 조정했다.



 프랑스의 국가신용등급 강등 가능성도 흘러나오고 있다. 피치는 23일 “유럽의 부채 위기가 악화한다면 프랑스의 신용등급도 떨어질 수 있다”고 밝혔다. 현재 피치 등 신용평가사는 프랑스에 최고 신용등급인 ‘트리플 A(AAA)’를 부여하고 있다. S&P의 국가신용등급 책임자인 데이비스 비어스는 “내년 유로존의 경기침체 상황에 따라 여러 국가에 대한 신용등급 강등 압력이 심화할 수 있다”고 밝혔다.



하현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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