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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트도 동창회도 … 전 부치는 청춘들

중앙일보 2011.11.26 01:33 종합 18면 지면보기
최근 막걸리의 인기와 더불어 전(煎)을 찾는 20~30대 젊은이가 늘고 있다. 지난 24일 서울 서초동의 한 프랜차이즈 전집에서 종업원이 손님에게 내갈 전을 접시에 담고 있다. 깻잎·동태·동그랑땡 등 9가지 전을 한 접시에 담은 ‘모듬전’이 인기 메뉴다. [김도훈 기자]


#회사원 강모(29)씨는 한 달에 두 번 정도 친구들과 전(煎)집을 찾는다. 회사가 있는 수원은 물론 서울 강남까지 진출한다. 손님이 많은 가게에선 줄을 서서 먹을 때도 종종 있다. 강씨는 “전을 먹으면 부모님과 함께 살 때 가끔 해주시던 때가 생각 나 좋다”고 말했다.

“밥과 술 한꺼번에 해결”
지갑 얇은 20~30대 환호
음식점 골목엔 어김없이 전집
프랜차이즈도 줄줄이 문 열어



 #경남 마산에서 간호사로 일하는 ‘막걸리 매니어’ 양은정(26·여)씨는 집에서 직접 전을 부쳐 먹는다. 퇴근 후 집에 있는 재료를 활용해 김치전·부추전·호박전·감자전 등을 만들어 막걸리와 함께 먹는 것. 친구들이 집에 올 땐 특별식으로 인스턴트 라면을 활용한 ‘치즈라면전’을 만들어 대접한다. 양씨는 “피자는 밀가루가 너무 많이 들어가 물릴 때가 많고, 양도 많아 자취생 혼자 시켜 먹기가 부담스럽다”며 “막걸리와 함께 먹는 전이 피자보다 훨씬 좋다”고 말했다.



 전은 명절 때나 접하는 전통 음식으로 여겼던 20~30대가 달라지고 있다. 집에서 직접 전을 만들어 먹고, 전집에서 데이트를 하기도 한다. 강남구 역삼동에서 전집을 3년째 운영하고 있는 전상윤(44)씨는 “몇 년 전부터 막걸리 바람이 불면서 막걸리에 곁들여 먹는 음식으로 전이 젊은 층에 각광받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강남역 일대와 사당동·홍대·마포 등 젊은 층이 많이 찾는 음식점 골목엔 어김없이 ‘맛집’으로 불리는 전집이 한두 곳씩 있다. 지난 주말 찾은 강남역 인근의 한 전집엔 30여 명의 손님 중 20~30대가 대부분이었다. 데이트를 즐기는 20대 커플도 있었다.



 젊은 층을 겨냥한 프랜차이즈 전집도 속속 문을 열고 있다. 지난 24일 오후 8시 찾아간 서초구 서초동의 한 프랜차이즈 전집. 이곳도 50여 명의 손님 중 60%가 20대부터 30대 초반이었다. 원목의자와 테이블, 나무로 된 바닥까지 가게 안은 마치 가회동 한옥 마을에 있는 현대식 한옥에 온 것처럼 깔끔하고 세련된 느낌이었다. 친구들과 전을 먹고 있던 골프선수 최혜정(27·여)씨는 “기름 냄새가 별로 나지 않는 전도 마음에 들지만, 아기자기한 가게 분위기가 발길을 끄는 것 같다”고 했다.



 이 가게의 인기 메뉴는 ‘모듬전’(1만8000원). 세련된 직사각형 모양의 길쭉한 그릇에 새송이버섯, 애호박, 소시지, 깻잎, 동태, 순대, 동그랑땡, 두부, 야채 등 9가지 전을 담아 내놓는다. ‘깨순이(깻잎전+순대)’ ‘동동전(동그랑땡+동태전)’ ‘땡굴전(동그랑땡+굴전)’도 젊은 층에 인기다.



친구들과 동창 모임을 하러 온 회사원 신예은(26·여)씨는 “밥과 술을 한꺼번에 해결할 수 있어 좋고, 한번 앉아 먹기 시작하면 오랫동안 먹을 수 있는 것도 전집의 장점”이라고 말했다. 최환석(35) 사장은 “월평균 매출이 5000만원에 달할 정도로 장사가 잘된다”고 말했다.



글=송지혜·김영민 기자

사진=김도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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